▲ 사유적 공간, 227.3×181.8㎝ oil on canvas, 2017

이석주가 극사실 기법으로 표현한 이미지는 무엇을 대상으로 한 것일까. 이석주의 작품 속 이미지는 실제사물이라기보다는 사진 이미지의 재현(representation)에 가깝다. 마치 사진처럼 포커스와 아웃포커스의 관계에 따라 사물의 전후를 표현하며, 일정 거리에서 보면 실제 사물같이 보이지만 화면에 가까이 갈수록 이미지의 세부는 흐려진다는 점에서 그렇다.

특히 최근 작업의 거대한 화면에서 더욱 강화된다. 전체 화면을 보기 위하여 멀리 떨어져서 보면 백마가 살아 움직이는 듯하고 시계의 바늘이 튀어나올 듯하지만, 그림의 표면으로 가까이 가면 흐릿한 색의 표면이 두드러지고 그 위에 의도적으로 긁은 흔적이 드러난다.

작가의 움직임이 드러나는 긁은 흔적을 통해 물감과 캔버스의 표면이라는 물성이 드러나면서 결국 이 작품들은 회화임이 자명해진다. 그렇기에 결국 이석주가 나타내고 싶었던 것은 ‘회화일 것이라’는 또 다른 사유의 화두가 던져진다.

▲ 사유적 공간 194×97㎝ oil on canvas, 2017

물감의 물성과 화면을 굵어낸 화가의 흔적과 특히 초기 작업에서 물감을 두껍게 발라 굳힌 표현으로 드러나는 물성 때문이다. 그렇게 이석주의 작품에서 드러나는 회화적 표면이라는 실제는 보는 이들에게 현실을 지각하게 한다. 하지만 이러한 회화적 실제의 지각은 사진 이미지를 재현한 이석주의 극사실적 기법이 만들어낸 환영적인 공간에 대한 지각과 부딪히며 우리를 혼란스럽게 만든다.

그리고 이러한 혼란을 통하여 처음에는 사진과 21세기에는 디지털매체와 겨뤄 존재를 증명해야 하는 회화만의 목소리를 찾게 된다. 이러한 충돌을 통해 이석주(서양화가 이석주, 이석주 화백,ARTIST LEE SUK JU,이석주 작가,李石柱,Hyperrealism Lee Suk Ju,극사실회화 1세대 이석주)의 작품에서는 사진 이미지의 재현을 통한 가상공간과 회화의 실제표면을 통한 현실과의 경계가 드러나게 된다. 그렇기에 이렇게 말하는 듯하다. “아직 회화는 죽지 않았다.”

△글=허나영 미술비평/월간미술, 2018년 6월호/5월15~8월12일 2018, 아라리오갤러리 천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