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전현수 기자] 닌텐도의 콘솔 커뮤니케이션 게임 ‘모여봐요 동물의 숲(모동숲)’ 열풍이 한 달째 이어지고 있다. 국내에선 모동숲을 플레이 하기 위해 필요한 게임기인 닌텐도 스위치를 없어서 못사는 상황이다. 닌텐도는 스위치 증산을 추진하고 있다.

출시 4년차, 닌텐도 스위치의 ‘역주행’

▲ 닌텐도 휴대모드. 출처=갈무리

열풍은 글로벌 무대에서도 포착된다. 미국에선 지난 3월 닌텐도 스위치 판매량이 출시 시점인 2017년 3월의 판매량을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출시 4년차에 접어든 게임 기기 판매 실적이 '역주행'을 하는 셈이다. 닌텐도의 주가는 모동숲 출시 직전 대비 24% 급등했다.

모동숲 열풍은 사회적인 분위기가 큰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우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실내 활동 증가가 큰 영향을 주었다. 코로나19는 지난 2월 말부터 급격하게 확산되며 사람들의 실내 활동을 부추겼다. 대부분의 국내 기업은 출근이 불가피한 업종을 제외하고는 재택근무에 전격 돌입했다. 정부는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을 내렸다. 야외활동은 급격하게 축소됐다. 영화관, 노래방, PC방, 전시회 등 여가생활을 즐기던 시설들로의 발걸음이 뚝 끊겼다. 반면 집에서 할 수 있는 활동인 콘솔·PC 게임은 눈에 띄게 사용량이 늘었다.

게임 콘텐츠 측면에서는 ‘힐링’이라는 키워드가 주요 판매 포인트로 작동한 것으로 보인다. 모동숲은 게임 내에서 주어진 미션을 처리해나가는 게임이 아니다. 때문에 성장할 필요가 없고 다른 유저와 경쟁할 필요도 없다. 게임내 노동을 통해 자신의 공간을 꾸미고 공유하고, 천천히 즐기는 게임이다. 이러한 요소 덕에 ‘힐링 게임’이라고 불리며 평소 게임을 즐기지 않던 비게임 유저들까지 끌어들일 수 있었다.

▲ 모여봐요 동물의 숲 이미지. 출처=갈무리

중화권 지역에선 정치적인 시위 목적으로도 활용되며 더욱 유명세를 탔다. 코로나19 여파로 홍콩 송환법 시위가 주춤한 가운데, 일부 유저들이 모동숲 내에서 시위 활동을 전개한 것이다. 게임을 자유롭게 조작하고 꾸밀 수 있는 샌드박스형 특성이 활용됐다. 이는 SNS를 타고 해외로도 널리 퍼졌다.

국내의 경우 기존 국산 게임에 대한 해묵은 비판 여론까지 합세하는 분위기다. 지나친 확률형 아이템 판매와 페이투윈(Pay to Win) 성장 시스템에 대한 비판이 ‘힐링 게임’으로 간주되는 모동숲과 대조되며 더욱 부각되는 양상이다.

모동숲 정식 출시 전, 누구도 이 정도의 흥행은 예견하지 못했다. 모동숲은 게임 그 자체로 선풍적인 흥행이 예약되는 타이틀은 아니라는 의미다. 결국은 대내외적으로 복합적인 상호작용이 일어나며 ‘잭팟’이 터진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운’으로 해석할 수도 있는 닌텐도의 이번 흥행 신화는 준비된 기업에게 찾아온 자연스러운 수순이라는 평가다. 실제로 닌텐도는 과거부터 끊임없는 혁신과 차별화 전략을 고수하며 잊을만하면 ‘홈런’을 쳤다.

업그레이드 아닌 '혁신' 내놓는 닌텐도

닌텐도는 혁신의 아이콘으로 통한다. 과거부터 끊임없이 새로운 게임기를 탄생시키며 게임 시장의 유행을 주도했기 때문이다. 20세기 패미컴, 게임보이 등을 탄생시킨 닌텐도는 2001년 출시한 게임큐브의 흥행 실패로 주춤하는듯 했지만, 2004년 닌텐도DS를 탄생시키며 상황을 역전시켰다. 닌텐도DS는 열고 닫을 수 있는 듀얼 스크린과 감압식 하단 터치 스크린과 전용 펜을 기반으로 독보적인 게임 경험을 제공했다. 이는 전세계적인 판매 호조로 이어지며 닌텐도DS는 단종되기까지 누적 1억5402만대에 달하는 판매고를 올렸다.

▲ 닌텐도 DS의 확장판. 닌텐도DNi 출처=갈무리

2006년 출시된 닌텐도 Wii는 실내 피트니스 게임 시장을 활짝 열었다. 모션 센서가 적용된 체감형 컨트롤러는 몸을 쓰는 스포츠를 집에서 TV 화면을 통해 즐길 수 있게 했다. 닌텐도 Wii 또한 누적 판매량 1억대를 돌파하며 승승장구했다.

닌텐도는 애플 아이폰의 등장 이후 모바일 시장의 급격한 성장으로 오랜 기간 부침을 겪기도 했다. 전성기 대비 매출은 반토막 났고, 2011년엔 처음으로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그러나 닌텐도는 모바일 시장으로 방향을 틀지 않고 기존의 자체 게임기 기반 경영을 지속했다. 모두가 가는 길을 접고 새로운 길을 걷기 시작한 셈이다.

닌텐도는 혁신을 멈추지 않았고, 이는 2017년 닌텐도 스위치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닌텐도 스위치는 거치형 게임기와 휴대용 게임기의 장점을 취합, 두 가지 모두를 구현했다. 특히 휴대용 본체에는 각도를 인식하는 자이로 센서가 탑재되어 특유의 조작감을 제공했다. 스위치는 다시 게이머의 지갑을 열었다. 비디오 게임 전문 사이트 VGChartz에 따르면 지난 11일 기준 판매량은 5440만대를 돌파했다. 이는 지난 2013년 출시된 엑스박스원 판매량(4700만대)보다 높은 수치다.

이처럼 닌텐도는 콘솔 게임 시장에서도 전작 게임기의 성능을 업그레이드하는 방식으로 후속작을 내놓는 것이 아닌, 예상치 못한 돌연변이를 내놓으며 게이머들을 설레게 했다.

‘남녀노소’가 타깃...게이머 저변 확장

타 게임사 대비 닌텐도가 가진 경쟁력은 남녀노소가 즐기는 킬러 타이틀을 내놓는 다는 점이다. 닌텐도DS 시절엔 ‘DS 두뇌 트레이닝’ ‘닌텐독스’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닌텐도 DS만이 가지고 있는 특성을 극대화 시킨 DS 두뇌 트레이닝은 국내는 물론 일본, 북미·유럽 등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누구나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이기 때문이다. 닌텐도 Wii 또한 게임 인구의 저변을 넓히는데 크게 기여했다.

▲ 슈퍼마리오스매시브라더스 얼티밋 이미지. 출처=갈무리

성공의 기반에는 탄탄한 독점 IP(지식재산권)가 있었다. ‘슈퍼마리오’ ‘젤다의 전설’ ‘포켓몬스터’ 등 시리즈가 그 예다. 이런 킬러 콘텐츠는 닌텐도 게임기를 사야하는 이유를 제시했다.

예를 들어, 닌텐도 스위치 출시 초기엔 즐길만한 신작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지만 ‘젤다의 전설: 야생의 숨결’이 유저와 해외 언론 등으로부터 상당한 고평가를 받으며 '이 게임만 해도 스위치를 살 가치가 있다'는 여론을 형성했다.

이번 모동숲 열풍도 마찬가지다. 유저들은 모동숲을 하기 위해 주저하지 않고 닌텐도 스위치를 구매하고 있다. 이번엔 야생의 숨결과 다르게 하드코어 콘솔 게임 유저들 뿐만 아니라 학생과 여성 등 라이트 유저까지 폭넓게 몰렸다. 킬러 컨텐츠의 강력함이 발휘되는 순간이다.

닌텐도는 혁신을 통해 자사의 플랫폼에서만 즐길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을 제공하며 콘솔 시장의 ‘넘버원(Number 1)’이 아닌 ‘온리원(Only 1)’이 됐다.

물론 닌텐도에 대한 지적도 많다. 하드코어 유저를 사로잡을 만한 트리플A 급 대작이 플레이스테이션이나 엑스박스 플랫폼 대비 부족하다거나, 일부 아시아 지역에 유저 친화적이지 못한 운영을 보여주는 것 등이 그 예다. 최신 기기의 사양이 타사 동급 기기 대비 떨어진다는 아쉬움도 나온다. 그러나 닌텐도가 패키지 게임 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구축한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모동숲의 잭팟은 우연이 아닌 언젠가는 예견된 성공이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