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신진영 기자] 서울 강남권 급매물 출현에 '부동산 하락기'로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쏟아진다. 이렇게 민간 아파트가 하락세를 보이는 와중에도, 정작 무주택자들의 시름은 깊어지고 있다.

10년 이상을 내 집 마련할 기회만 기다린 임차인들이 답답함을 토로하고 나섰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서 공급한 10년 공공임대 아파트(이하 '공임')의 조기 분양전환 과정에서 또 다시 갈등이 터져 나온 것이다.

▲ 광교센트럴타운60단지. 출처 = 네이버 거리뷰

임차인 "LH는 탈법행위 자행"


지난 21일 수원 영통구 이의동 '광교 센트럴타운 60단지' 임차인 671명은 성명서를 통해 "LH가 조기분양을 위한 감정평가액 산정과정에서 '공공주택특별법 및 감정평가에 관한 법률' 등을 위반하는 탈법행위를 자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LH가 분양전환가 산정을 의도적으로 늦추고 있다는 말이다. 이들은 “최초 감정평가를 의뢰한 건 지난 3월10일이고 3월30일까지 감정평가금액이 산정됐어야 했다”며 “늦어도 4월9일까지는 감정평가액이 나와야 했지만 현재까지 산정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공공주택특별법 시행령’ 제56조 제3항을 제시했다. 이에 따르면, 감정평가법인은 감정평가를 의뢰받은 날부터 20일 이내에 감정평가를 완료하여야 한다. 다만 시장이나 군수 또는 구청장이 인정하는 부득이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10일의 범위에서 이를 연장할 수 있다.

이들은 LH가 법적 근거 없이 감정평가액 사전심사제도를 운영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어 “감정평가협회에서 사전심사를 받지 않은 감정평가서의 효력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협회의 사전심사제도는 “국토교통부 출신 공무원이 상근부회장으로 재직 중인 감정평가협회를 이용해 10년 공임의 분양전환가격을 높게 책정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입장이다.

이들은 "국토부는 감정평가협회의 사전심사제도는 임의적인 절차로 감정평가서의 효력발생과는 전혀 연관이 없다”고 유권해석을 했고, 이는 "LH가 관련법을 위반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한 입주자는 “초기 감정평가금액보다 세대별로 약 1억원 이상 감정평가액이 높아져 무주택서민의 주거안정을 훼손하는 일이 심각하게 일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LH "당시 계약에 따라 진행, 억울하다"


LH는 이 같은 주장에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LH 관계자는 "분양 당시 10년 공임 계약에 명시된 사항에 따라 조기 분양전환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광교60단지는 감정평가가 완료되지 않은 건 맞다. 그러나 감정평가기간 연장은 전적으로 수원시의 권한이다"고 강조했다. 

LH 관계자는 "임차인분들이 부담스러워하는 최초 분양 당시보다 높아진 가격에 대해서는 지원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입주민들을 위한 대출 알선이나 기존 6개월 분양전환 기간을 1년으로 늘리는 방안 등이다. 다만 분양전환가액에 대해서는 감정평가금액으로 가는 것이 명시적으로 계약서에 돼 있다고 말했다.  

LH가 계속해서 감정평가서를 반려하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 LH 관계자는 "기존 두 차례 연기가 된 건 LH 쪽 결정이 아니라 수원시에서 전적으로 이뤄진다"며 "LH는 이에 관련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계약서나 법령에 한정돼 업무를 한다"며 "LH 측에서도 입주민 지원 방안을 2018년에 마련한 바 있다"고 강조했다. 


전문가, 5년과 10년 분양전환 취지 다르다 VS 서민들 위한 사업 돼야


전문가의 의견은 나뉜다. 먼저 5년 분양전환 공공임대주택과 10년 분양전환 공공임대주택은 도입 취지부터 다르다는 입장이다.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10년 분양전환 공공임대주택은 원래 미분양 대책이었다"며 "5년 분양전환 공공임대는 사실상 시작이 공공임대주택이다"고 설명했다. 임재만 교수에 따르면 5년 공임은 입주자에게 시세보다 낮은 가격으로 공급을 하니, 사업자도 손해를 보지 않는 선에서 감정가액과 건축비에 이자를 붙여 가산한 금액의 중간으로 결정을 하도록 했다.

임 교수는 "도입 취지부터 다르기 때문에 현재 이런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5년 공임과 10년 공임은 취지와 계약서도 다르다"며 "LH도 법령에 따라 진행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싸게 분양을 하고 싶어도 그렇게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서민들을 위한 공공주택사업이 사업 시행자에게 로또가 돼서는 안된다는 입장도 있다.  

김성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부동산건설개혁본부 국장은 "10년 공임 관련해 불공정약관에 대한 심사청구를 공정거래위원회에 냈지만 아직 답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참여정부 때 이 제도 도입 당시, 저소득·무주택 서민들의 내집 마련을 지원해주기 위해 나왔다"고 강조했다. 

김 국장은 "사업자 입장에서 '로또'가 되는 상황이다"며 "민간 건설사 입장에서는 땅도 싸게 받고, 건설비는 입주민들의 임대보증금으로 댄다. 10년 동안 임대료를 받으면서 매년 5%씩 올린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분양전환 과정에서 사업자 측에서 올라간 가격 대로 팔도록 정부가 허용한다면 '입주자 로또'가 아니라 '사업자 로또'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