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유적 공간, 291×218.2㎝ oil on canvas, 2016

최근 작업에서는 갈기를 휘날리는 백마와 로마숫자가 쓰여 있는 시계, 그리고 "The Book of Art"라는 글이 인쇄되어 있는 책 귀퉁이가 고전명화들과 함께 화면 속에 병치되어 있다. 베르메르(J.Vermeer), 카라바조(Caravaggio)나 호퍼(E. Hopper) 같은 친숙한 작품들의 일부가 표면에 생긴 균열까지도 세밀하게 묘사된다.

그래서 너무나 현실감 있게 느껴지지만, 그 앞에 겹쳐진 시계나 책의 부분은 뛰어난 극사실적 묘사에 의한 환영(illusion)이라는 것을 일깨운다. 그리고 작품의 균열, 떨어져나간 책의 귀둥이, 여전히 움직이는 듯한 시계바늘은 우리의 시간이 영원하지 않음을 일깨워주는 바니타스(Vanitas)적 메시지를 전한다.

▲ 사유적 공간, 360×160㎝ oil on canvas, 2017

반면 이전 작업에서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인물의 군상이나 거친 질감이 느껴질 것 같은 독특한 시점으로 제시하면서 일상을 낯설게 보게 하였다.

시기에 따라 다루어진 소재는 다르지만 이석주(서양화가 이석주, 이석주 화백,ARTIST LEE SUK JU,이석주 작가,李石柱, 하이퍼 리얼리즘 이석주, Hyperrealism Lee Suk Ju,극사실회화 1세대 이석주)는 꾸준히 극사실 기법으로 명확하게 이미지를 표현하였고, 이러한 이미지들은 시어와 같이 보는 이들에게 은유적으로 제시된다.

▲ 사유적 공간, 363.6×227.3㎝ oil on canvas, 2017

서로 상관없는 요소들을 한 화면에 병치하는 이러한 데페이즈망(dépaysement)기법은 초현실주의 회화에서 쓰이기도 하고, 사진과 매체가 발전하면서 몽타주나 합성을 통하여서도 드러난다. 그래서 그의 회화를 초현실주의로 해석하는 것 역시 가능하나 그보다는 명확하게 묘사된 이미지들의 병치로 보는 것이 더 적확할 것이다.

바르트(R. Barthes)가 사진의 기호학에서 말하듯, 이름 붙일 수 있는 명증한 이미자를 통하여 관람객은 이미지들이 본래 갖고 있던 맥락(context)에서 벗어나 새로운 맥락 속에서 의미를 부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글=허나영 미술비평/월간미술, 2018년 6월호/5월15~8월12일 2018, 아라리오갤러리 천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