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우주성 기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의 기세는 한 풀 꺾였지만 서울 부동산 시장은 아직 관망세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서울 부동산 시장의 하락장을 이끈 강남 재건축 단지는 더욱 움츠러들고 있다. 총선이 여당의 압승으로 끝나면서 시장은 재건축에 대한 규제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와 관계자들은 향후 재건축 단지들을 중심으로 매수 심리가 더욱 가라앉았을 수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대치 은마, 규제 우세 관측에 다주택자 매물 털기

▲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사진=이코노믹리뷰 우주성 기자

지난 4.15 총선으로 정비사업에 대한 규제 기조가 유지될 것으로 보이자 재건축 사업을 추진하는 강남권 일부 단지들도 호가 등에서 영향을 받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강남권의 대장주 단지이자 초기 재건축 단계 아파트인 강남구 대치동 ‘한보 은마’ 역시 현재 저층 일부 세대가 호가를 대폭 낮춘 채 시장에 나왔다. 단지 내 한 업자에 의하면 3층에 위치한 84㎡ 매물의 경우 이달 초에 20억2000여만원에 시장에 나왔지만 현재는 19억원에 거래되고 있다. 전용면적 76㎡(1층)의 매매가격 역시 현재 17억6000여만원이다. 이는 올해 3월 초보다 2억원 하락한 것이다.

현지 중개업자들은 현재 이론 급매물의 출현이 총선 결과와 직접적이진 않다고 말했다. 한 중개업자는 “종부세 등 세금 부담과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하락이 주된 이유다. 현재 나온 일부 저층 매물은 총선 이후 가격이더 떨어지긴 했지만 총선이 아니었어도 하락하거나 매물로 나올 물건이었다. 다주택자들이 주택 처분에 나서고 있다”라고 말했다. 한편 인근의 다른 중개업자는 세 부담으로 일부 다주택자들이 주택 처분에 나선 것은 맞지만, 총선 결과로 인해 강남지역 재건축에 대한 규제가 강화될 것에 대한 우려 역시 일정 부분 작용했다고 말했다.

일몰제 연장한 압구정 3구역 역시 위축심리

▲ 강남구 압구정 현대6차 아파트. 사진=이코노믹리뷰 우주성 기자

강남구 압구정동의 현대아파트 6차의 경우 지난 16일 157㎡ 저층(1층) 급매물이 30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국토교통부에 의하면 해당 전용면적의 경우 지난해 하반기인 7월부터 12월까지는 36억원에서 39억원 사이에 거래됐다. 이번에 거래된 매물이 저층인 점을 감안해도 5억원 이상은 하락한 것이다.

현대 1,2차 아파트 내 한 중개업자에 의하면 압구정 3구역의 단지들 역시 코로나19가 시작된 2월 중순 이전과 이후를 비교할 때 매매가격이 3억원에서 4억원은 하락했다. 해당 중개업자는 코로나19로 경직된 매수 심리가 총선 결과로 더욱 위축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해당 업자는 “(총선 결과를) 어느 정도 예상을 하긴 했고 규제 완화도 단시간에 이뤄지지는 않을 것이라 큰 기대는 없었지만 막상 그런 부분이 가시화되면서 그 부분에 영향을 받는 매도인도 있는 것 같다”고 답했다.

한 중개업자는 “이곳은 이달 초에 (압구정 3구역)일몰제가 추가로 연장이 됐지만, 사실 재건축 추진 이후로 더 많은 추가 규제 등이 있지 않나. 일부 매도인은 그런 점을 우려해 매도에 나서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착공앞둔 개포주공 1단지도 규제눈치

▲ 철거전 강남구 개포주공 1단지 내 전경. 사진=이코노믹리뷰 우주성 기자

철거를 완료하고 현재 4월 말 착공신고를 눈앞에 둔 개포주공 1단지 역시 코로나19 여파로 호가가 하락한 가운데, 부동산 규제로 인한 반등 기대감 역시 하락하면서 실거래가 역시 하락한 채 거래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의하면 개포주공 1단지의 전용면적 42㎡ (2층)은 총선이 끝난 지난 16일 18억40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달 2월 중순 같은 전용면적이 20억2000만원에 거래된 것 비교하면 약 2억원 가까이 가격이 하락했다.

개포주공 1단지 내의 한 공인중개소 대표는 “4월 말 착공 신고 이전까진 거래가 이어질 테지만 2개월 전과 비교해 전체적으로 약 2억원은 매매 가격이 떨어졌다”면서 “분상제 등은 일단 피할 것으로 보지만, 총선 결과로 고가 아파트 등에 대한 규제는 이어질 것이라는 생각에 매도를 시도하는 소유자들도 있어 영향이 없다고 말할 수 없다. 다만 시세보다 싼 급매는 아직 없다”고 언급했다.

여경희 부동산 114 수석연구원은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의 특성상 향후 시장 위축이 더욱 강하게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여 연구원은 “재건축 아파트는 일반적인 거주 목적의 아파트보다 투자성격이 더욱 강한 주거 유형이다”라면서 “투기 제한 등을 누르기 위한 규제 강화 등에 더 큰영향을 크게 받는다. 총선으로 기존 서울 특히 강남 지역의 정비사업장에 대한 규제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매수심리나 호가하락 역시 일반 고가 아파트들에 비해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여 연구원은 이어서 “시장 역시 강남 재건축 시장에 영향을 준 초과이익환수제, 분양가상한제 등의 규제 강화 정책이 꾸준히 유지가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런 심리가 강남 일대 시장의 시장 위축에 추가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