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가 16일, 기존 KT와 SK텔레콤의 와이브로 주파수 대역 전부를 재할당했다. 향후 7년간 양사는 와이브로 서비스를 운영하게 된다.

이날 방통위가 주파수와 함께 와이브로 정책방향을 의결했지만, LTE 급속 확산에 따라 와이브로 진영의 대응책 모색은 여전히 암울하다는 게 업계 공통된 의견이다. GSM의 CDMA 우위처럼, 시간이 지날수록 경쟁 LTE 수요가 와이브로를 압도한다는 데 방통위와 업계 고민이 있다.

여기에 더해 최근에는 중국 기술로 알려진 TD-LTE 채용이 급증, 업계 우려를 더하고 있다. TD-LTE 기술은 TD-SCDMA의 진화기술로,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이 이를 국제 4G 기술 중 하나로 승인한 바 있다.

로아컨설팅에 따르면, 기존 FDD LTE와의 호환을 통해 통신사 측면에서는 FDD(Frequency Division Duplex, 주파수 분할방식)와 TDD(Time Division Duplex, 시분할 방식) 모드 간의 하드웨어 호환이 가능하다는 게 이점이다. 제조사는 단말 개발 리소스를 공통화할 수 있다.

중국 최대 통신사인 차이나 모바일은 물론, 미국 내 대표적인 와이맥스(와이브로) 사업자인 클리어와이어(Clearwire), 인도의 최대 통신사인 바르티(Bharti), 일본 소프트뱅크 등 전세계 12개사가 TD-LTE를 도입키로 결정, 확산을 부채질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인 피라미드 리서치는 최근 2015년까지 LTE 가입자수 4억2200만명 중 TD-LTE가 전체의 37.4%인 1억5800만명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기도 했다.

이날 와이브로 주파수 재할당을 의결한 방통위 제 12차 전체회의에서는 이러한 국내외 정세를 판단, 상임위원들간 많은 논의가 이뤄졌다. ‘계륵’이 돼버렸다는 일부 지적이 나왔으며, 특히 위원들간 와이브로를 두고 ‘춘천닭갈비’ 비유에 대한 옳고 그름도 맞섰다.

김충식 위원은 “계륵이 된 와이브로는 버려야 할 측면과 버리기는 아까워 먹어야 할 측면이 있다는 점에서 정확히 춘천닭갈비 정도”라며, “춘천에서는 명품인데, 서울에서는 중심 식품이 되지 못하고 있다”고 비유했다.

이에 대해 신용섭 위원은 “적지만 와이브로 수출도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계륵이란 표현은 좀 그렇다”며 “(기술적 공통점으로) LTE와 병행발전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닭갈비 비유는 맞지 않다”고 반박했다.

아울러 신 위원은 “우리 기술진이 이뤄낸 커다란 성과를 표준화에 조금 밀린다고 비하하는 발언을 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우리나라가 원천기술을 확보해 상품화한 통신기술이 있느냐고 반문했다.

신 위원 지적에 대해 양문석 위원은 “계륵은 미묘한 위치에 놓였다는 것으로, 비하한 것이 아니다”며 김 위원을 거들었다. 양 위원은 “방통위 1기가 무식하게 밀어부친 와이브로임에도 성공하지 못한 것에 대한 정확한 평가가 없으니 중장기 계획도 없다”며 “(작금)정책이 최소화될 수밖에 없는 것이 계륵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양 위원은 특히 ‘허가시한 7년’을 “너무 길다”며 비판적인 입장을 취했다.

이에 대해 홍성규 부위원장은 “닭갈비는 볶아먹기도 하지만, 불닭갈비가 나오듯 진화한다”며 “다행히 1위업체인 KT가 투자에 적극성을 보이고 있으니 점검을 철저히 하자”고 당부했다.

한편, 이날 방통위는 와이브로 주파수를 ‘무선랜 중계’에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대신에 적정한 할당대가를 추가로 부과하기로 했다. 무선랜 중계란 지하철·버스 등에 설치된 공공용 에그/브릿지를 통해 와이파이를 중계해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석제범 방통위 통신정책국장은 “와이브로 망을 무선트래픽 분산 용도로 활용, 지하철·국철·고속도로·광역버스·시내버스 등에서 데이터 중심 서비스로 이용토록 하겠다”며 “향후 양사 투자규모는 약 1000억원 이상, 가입자 목표는 현재 80만명에서 300만명 이상으로 가져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영주 기자 yjpak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