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대법원은 연예인들의 사진, 기사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잡지를 제작·판매하는 업체인 A사를 상대로 (주)빅히트엔터테인먼트(이하 빅히트)가 제기한 ‘도서출판금지 등 가처분 신청(이하 이 사건 신청)’을 받아들였습니다. A사는 2018. 11. 무렵 방탄소년단 멤버들의 사진과 기사를 담은 ‘△△△ Limited Magazine’이라는 명칭의 화보집과 ‘△△△ History 심층취재판’이라는 부록 및 포토카드(이하 콘텐츠)를 제작, 발매하였는데, 이 같은 행위가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차)목{현재는 법 개정으로 (카)목} 상의 “그 밖에 타인의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 등을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영업을 위하여 무단으로 사용함으로써 타인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부정경쟁방지법은 다른 사람의 상표·상호 등을 부정하게 사용하는 등의 부정경쟁행위를 통해 건전한 거래질서를 훼손하는 행위를 금지합니다. 만약 이 같은 부정경쟁행위를 방치한다면, 사람들은 오랜 시간과 막대한 비용을 들여 자신만의 상표·상호 등 성과물을 만들어 내기보다는 다른 사람이 이미 만들어 놓은 것을 모방하거나 소비자들로 하여금 오인하게 만들어 부정한 이익을 취하려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에 부정경쟁방지법은 모두 11가지 유형의 부정경쟁행위를 규정해 놓고 있는데(제2조 제1호), 이번에 문제가 된 것은 이른바 ‘성과물 도용 부정경쟁행위’입니다. 원래 부정경쟁방지법이 금지하던 유형의 부정경쟁행위는 아니지만, 2018년 법 개정을 통해 새롭게 추가된 것으로,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가 열거하고 있는 기존 10가지 유형의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결과적으로 그것이 ‘다른 사람이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든 성과물을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에 반하여 자신의 영업을 위해 무단 사용하는 경우’라면 금지하겠다는 취지입니다. 소위 ‘보충적 일반조항’의 성격으로서 법원은 이를 폭넓게 해석하였는데요. 가령 법원은 보호대상인 ‘성과물’은 유·무형물 여부를 가리지 않고 그것이 지적재산권 상 보호되지 않는 것이라도 포함시켰으며, 그것이 공공영역에 속하지 않는 한 ‘성과물’을 위해 투입된 투자나 노력의 내용과 정도를 고려하기로 하였습니다.

다시 사건으로 돌아와 법원은 우선 ‘빅히트가 전속계약에 따라 방탄소년단의 음악, 공연, 방송, 출연 등을 기획하고 음원, 영상 등의 콘텐츠를 제작, 유통시키는 등 방탄소년단의 활동에 상당한 투자와 노력을 해 왔다.’고 보았고, 그로 인해 방탄소년단이 얻고 있는 명성, 신용, 고객흡인력은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음을 고려할 때 방탄소년단은 브랜드 자체로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물’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그에 반해 A사는 잡지 등 출판을 통해 통상적으로 방탄소년단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 특정 연예인에 대한 특집 기사나 사진을 대량으로 수록한 별도의 책자 등을 제작하면서도 연예인이나 소속사에 허락을 받거나 대가를 지급하지도 않았으므로, 이는 상거래 관행이나 공정한 거래질서에 반한다고 보았습니다. 요컨대, A사는 빅히트가 만든 성과물인 방탄소년단의 인기에 편승해 부정한 이익을 얻으려 하였으므로 이를 막기 위한 빅히트의 가처분 신청은 받아들여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연찮게도 같은 날 대법원은 같은 취지로 다른 사람이 운영하는 ‘골프장 골프코스의 모습 내지 종합적인 이미지’를 무단 사용하여 3D 골프코스 영상으로 제작한 후 이를 스크린골프장 운영업체에 제공하는 것 역시 ‘성과물 도용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한다고 판시하였습니다. 골프장의 골프코스는 그 자체로 저작권법에 의해 보호되는 저작물에 해당하지만, 설령 그렇지 않은 경우라 하더라도 골프코스를 실제로 골프장 부지네 조성함으로써 외부로 표현되는 지형, 경관, 조경요소, 설치물 등이 결합된 ‘골프장의 종합적인 이미지’는 골프코스 설계와는 별도로 골프장 업체가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든 성과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앞서 소개한 두 판례는 2018년 법 개정을 통해 도입되었으나, 실무상 널리 활용되고 있지 못하던 ‘성과물 도용 부정경쟁행위’의 의미를 처음으로 밝힌 대법원 판결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그 동안 눈으로 보고 만질 수 있는 ‘유형물’의 생산 가치는 높이 평가하면서도 누군가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창작한 성과물, 특히 ‘무형물’에 대해서는 누구나 갖다 쓸 수 있는 ‘공공재’쯤으로 여겨 그 가치를 낮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는데, 법원은 이번 판결을 통해 현대사회에서 ‘지적재산’은 지적재산권법의 보호를 받는지 여부를 떠나 당연히 보호받아야 할 재산임을 확인해 준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