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유적 공간 363.6×227.3㎝ oil on canvas, 2018

이석주의 조합은 왠지 어울리기까지 한다. 그의 그림은 무의식보다는 의식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시간이 멈춘 듯 한 상징의 세계에서 종교나 예술의 비중은 크다. 위대한 저자가 썼을 법한 역작일, 두툼한 책의 이미지도 마찬가지 계열이다. 그것은 많은 시간을 고요한 정적 속에서 작업했을 작가의 상태를 반영하는 듯하다.

물론 그의 작품 속에서 그림이나 책은 시간의 흐름을 숨기고 있지 않다. 그래도 그 시간은 인생보다는 늦게 갈 것이다. 작품 속 베르메르나 카라바조 같은 대가는 그 이미지를 보고 있는 관객의 삶보다 더 길 것이다. 그림 속 그림, 펼쳐진 페이지 속 페이지 같이, 계속 또 다른 창을 내면서 뒤로 사라질 것 같은 겹겹의 세계가 연출되어 있다.

▲ 일상 227.3×181.8㎝ oil on canvas, 1991

이석주의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시계는 이러한 공간적 후퇴감에 상응하는 시간의 이미지이다. 그의 작품 속 둥근 시계는 무대의 바닥에도 배경에도 깔리곤 하지만, 지구와 태양을 포함한 만물에 내재 된 시간성에 대한 알레고리이다. 필자가 기억하는 그의 이전 작품에는 시간의 환(Illusion)을 따라 달리는 백마가 있었다.

백마는 보편화 된 상징주의에 따라 부활을 통해 거듭된 시간을 살 수도 있을 것이다. 둥근 시계는 순환적 시간도 떠올린다. 니체가 노래했듯이, 영원한 회귀의 시간성 속에서 필연적인 것만 되돌아온다. 그의 사유의 공간에서 드러난 필연적인 것의 목록을 보면 다음 생에서도 그는 그림 그리기를 선택하지 않을까.

이석주(서양화가 이석주, 이석주 화백,ARTIST LEE SUK JU,이석주 작가,李石柱, 하이퍼 리얼리즘 이석주, Hyperrealism Lee Suk Ju,극사실회화 1세대 이석주)의 사유의 공간 속에서 자주 등장하는 예술이나 종교적 도상은 필연성의 계열에 속한다. 시간의 축을 따라 대상을 배열하면 확실한 것도 불확실해지며, 불확실한 것도 확실해 진다. 정지된 매체인 회화는 그러한 변화를 기록하고자 한다.

△글=이선영 미술평론가/미술과 비평(Art&Criticism), 2018년 2월

▲ 5월15~8월12일 2018, 아라리오갤러리 천안, 자신의 작품에서 포즈를 취한 이석주 화백<사진;권동철>

◇이석주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 동 대학원 서양화과를 졸업했으며, 1981년부터 미술회관, 선화랑, 성곡 미술관, 노화랑, 아라리오 갤러리 등에서 16회의 개인전을 했고, 쾰른 아트페어, ARCO, KIAF 등 아트페어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시립미술관, 삼성미술관등에서의 초대전과 대만, 유럽순회전등 다수의 단체전에 출품하였다. 현재 숙명여대 회화과 명예교수로 재직 중이다.

◇Lee Seok Ju

She graduated from Dept, of Western Painting, College of Fine Arts, Hongik University and the same graduate school. Starting from 1981, he held 16 private exhibitions: Art Institute, SUN Gallery, Sungkok Art Museum, Rho Gallery, and Arario Gallery and participated in art fairs including Cologne, ARCO, and KIAF and invitation exhibits including National Museum of Contemporary Art, Seoul Museum of Art, and Samsung Museum of Art and multiple group exhibitions including Taiwan and Europe circulating exhibition, he is now working as an honorary professor in Dept. of Painting, Sookmyung Universit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