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국내는 물론 글로벌 1위 기업 삼성전자의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글로벌 경제 하락세의 여파도 크지만, 주력 사업 대부분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는 분석도 만만치 않다. 이런 가운데 4.15 총선에서 압승을 거둔 정부 여당이 대기업 규제 일변도의 정책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보여 우려가 커지고 있다.

위기의 반도체
삼성전자가 글로벌 반도체 1위 왕좌에서 내려왔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가 15일(현지시간) 지난해 글로벌 반도체 시장 최종 매출을 집계한 결과 인텔은 약 82조8360억원을 기록해 1위에 올랐고 삼성전자는 약 62조9494억원을 기록해 2위로 밀려났다. SK하이닉스는 약 27조3628억원의 매출을 기록해 3위에 이름을 올렸다.

가트너는 "D램 시장의 공급과잉으로 전체 메모리 시장이 32.7% 축소했다"면서 메모리 반도체 수퍼 사이클 종료에 따른 후폭풍으로 삼성전자의 지난해 매출이 주춤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2017년 인텔을 누르고 글로벌 반도체 왕좌를 탈환한 후 2018년에도 승승장구했으나, 지난해에는 결국 밀리고 만 셈이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 전체가 주춤한 가운데 시스템 반도체 시장이 다소 활기를 보였기 때문으로 보인다.

▲ 출처=삼성

문제는 올해도 어려움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대목이다. 코로나19로 인해 글로벌 반도체 시장 전체가 위축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당초 2분기에는 메모리 반도체 업황이 좋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동력을 상실하고 있다. 

나아가 전체 반도체 시장이 흔들릴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반도체 산업 설비투자 규모는 약 121조원으로 전년 대비 4%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주요 기업들이 반도체 설비 규모를 속속 축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반격도 매섭다. 2025년까지 자국의 반도체 자급률 70%를 목표로 설정한 가운데 YMTC는 128단 낸드플래시인 X2-6070 샘플까지 공개하며 기세를 올리고 있다. 물론 그 기술력의 실체를 두고는 의문부호가 달리지만,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의미있는 변화를 일으킨다는 각오다.

삼성전자가 또 다른 선택과 집중을 단행하는 파운드리에도 경고등이 들어왔다. 시장 최강자 TSMC와의 격돌이 이어지는 가운데, 좀처럼 격차가 좁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만의 파운드리 업체 TSMC는 1분기 39억9000만달러의 순이익을 거뒀다고 16일 발표했다. 전년 대비 2배 가까운 순이익이며, 시장의 예상치를 10%나 뛰어넘는 호실적이다. 

운이 따라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코로나19로 인해 글로벌 경제 위기 상황이 닥쳐오고 있으나 TSMC가 위치한 대만은 코로나19의 직격탄을 피했고, 이로 인한 셧다운 등 돌발악재도 없었기 때문이다. 파운드리 물량의 경우 선주문 형태로 처리되기 때문에 코로나19의 여파를 피했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로 TSMC는 1분기 물량을 이미 지난해 말 선주문 형태로 받았고, 이 과정에서 큰 무리없이 존재감을 키웠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기술력 자체가 강하기 때문이라는 냉정론도 있다. 애플과의 협력이 대표적이다. 디지타임즈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TSMC는 아이폰12에 들어가는 A14 바이오닉칩 수주를 맡았으며, 이미 5나노 공정 실력도 인정받은 상태다. 조만간 5나노 양산에 돌입하는 가운데 TSMC의 기술력 자체에 대한 호평도 여전하다.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경고등이 들어왔다. 시장조사업체 트렌스포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에서 TSMC는 54%가 넘는 점유율을 기록할 가능성이 높고 삼성전자는 15%를 약간 넘기는 점유율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TSMC가 점유율 기준 지난해 1분기 48%에서 무려 6%P 상승했다면 삼성전자는 같은 기간 19%에서 15% 수준으로 주저앉았다.

지난해 2030년까지 133조원의 투자를 단행해 시스템 반도체 산업의 최강자를 노리는 전략인 삼성 반도체 비전 2030까지 발표했으나, 효과는 좀처럼 나오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는 V1 라인 가동으로 2020년 말 기준 7나노 이하 제품의 생산 규모가 2019년 대비 약 3배 이상 확대될 것으로 예상하는 등 미래를 위한 긍정론에 동력을 집중시키고 있으나, 현 상황에서 TSMC와의 격차가 벌어지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일각에서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 분사 가능성이 지속적으로 나오는 이유다.

한편 디스플레이도 위기다. 중국'발' LCD 시장 교란에 따른 지속적인 매출 하락에, QD디스플레이 전략이 위력을 발휘하려면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여기에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최근 OLED에 집중한 프리미엄 전략을 속속 택하며 삼성디스플레이의 위기감도 커지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이 외 5G 전략은 다소 순항하고 있으나, 대세에는 제한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다.

▲ 출처=삼성

위기의 스마트폰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전략에도 노란불이 들어왔다. 갤럭시S20 및 갤럭시Z플립 등 다양한 상반기 라인업이 나왔으나 시장 전망은 어둡다.

먼저 갤럭시S20의 판매고가 심상치 않다는 말이 나온다. 코로나19로 인한 급격한 수요심리 위축에 이어 통신3사의 낮은 보조금에 따른 고객유인효과 상실, 여기에 카메라 초점 논란이 필요이상의 노이즈를 내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주요 라인업인 갤럭시S20 울트라 수요 부족 문제도 영향을 미쳤다. 가장 많은 고객이 선택하고, 가장 많은 매출을 올려야 하는 갤럭시S20 울트라의 수요 부족 문제가 발목을 잡으며 전체 IM부문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 출처=삼성

위기의 생활가전
생활가전의 경우 코로나19의 타격이 제일 극심하다. 무엇보다 판매처의 발이 묶이는 것이 심각하다. 특히 코로나19가 글로벌 팬데믹 현상을 일으키며 각 지역의 매장이 문을 닫는 점은 우려스럽다.

삼성전자는 올해 초 CES 2020을 통해 TV 전략에서는 스크린 에브리웨어, 그 외 생활가전에서는 프로젝트 프리즘 전략을 적극 구사할 것이라 공언한 바 있다. 내면의 전략 포인트는 '경험의 시대'다. 인공지능 등 다양한 ICT 기술을 탑재해 고객에게 경험 그 자체에 집중한 다양한 기능적 발전을 호언한 가운데 올해 그 어느 때보다 삼성전자 생활가전의 존재감에 큰 기대가 집중된 바 있다. 그러나 코로나19라는 예상하지 못한 악재에 결국 발목을 잡히는 분위기다.

도쿄 올림픽이 연기된 것도 악재다. 삼성전자는 최상위 스폰서로 참여하며 주로 무선사업분야의 홍보전에 나서려 했으나 무산됐고, 올림픽 생활가전 특수도 누리지 못하게 됐다.

▲ 사진=박재성 기자

그래도 한 방은 있다
삼성전자의 주요 사업 포트폴리오를 둘러싼 위기감이 커지는 가운데, 삼성전자는 차분하게 위기를 극복한다는 각오다.

반도체에 있어서는 역시 초기술 격차다. 7나노 공정을 기점으로 이미 삼성전자와 TSMC의 양강구도가 형성된 가운데 파운드리 영역에서는 믿을 수 있는 파트너와의 신뢰형성에 집중할 전망이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도 특유의 초기술 격차 정신으로 시장을 좌우하겠다는 의지도 밝히고 있다.

모바일AP 시장과 같은 삼성전자의 제3지대 반도체 플랜도 순항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 및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글로벌 AP 시장 점유율은 퀄컴이 33.4%의 점유율로 1위를 달렸으며 2위는 24.6%의 미디어텍으로 확인됐다. 이런 가운데 3위는 삼성전자며 14.1%의 점유율을 기록해 13.1%의 애플을 누른 것으로 확인됐다. 

삼성전자는 최근 갤럭시S20에 스냅드래곤만 전량 채우는 등, 자사 엑시노스 전략을 일부 변경한 상태다. 그러나 유럽을 중심으로 삼성전자의 AP가 좋은 분위기를 가져가면서 미디어텍 이상의 기능을 원하는 다른 나라의 수요에도 적극 반응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 출처=삼성전자

스마트폰 전략도 강하다. 예정대로 하반기에 가칭 갤럭시노트20을 출시하는 한편, 상반기 출시한 갤럭시Z플립의 호조세를 이어 하반기에 가칭 갤럭시폴드2도 순차적으로 출시한다.

5G 스마트폰 시장에서 기선을 잡은 만큼 중저가 라인업 전략에도 이를 적극 투입한다. 상반기 출시될 중저가 스마트폰은 갤럭시A71, A51 5G 버전이 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업계에서는 갤럭시A71 버전에 집중하고 있다. 6.7인치, 6.5인치 인피티니 디스플레이로 무장했으며 4개의 쿼드 카메라를 지원하는 등 스펙으로만 보면 프리미엄 라인업과 크게 다르지 않다. 삼성전자는 중저가 라인업에 5G 경쟁력을 넣어 중저가의 프리미엄화 전략을 살린다는 계획이다.

디스플레이는 대규모 투자를 바탕으로 큰 그림을 그린다. 삼성디스플레이가 LCD를 완전히 포기하는 초강수를 둔 상태에서 2025년까지 QD디스플레이 생산시설 구축 및 연구개발 등에 총 13조1000억원 규모를 투자하겠다는 전략을 발표한 상태다. 성디스플레이의 LCD 캐파(생산여력)는 7세대 월 16만5000장, 8세대 36만3000장 규모다. 내년 초까지 LCD 생산을 중단할 삼성디스플레이는 LCD 개발·제조 분야의 임직원들을 중소형 사업부, QD분야 등으로 전환 배치한다는 설명이다.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해 "예상치 못한 변수로 힘들겠지만 잠시도 멈추면 안된다. 신중하되 과감하게 기존의 틀을 넘어서자. 위기 이후를 내다보는 지혜가 필요하다. 흔들림 없이 도전을 이어가자”고 말한 바 있다.

생활가전은 끈기를 두고 코로나19 위기를 이겨나간다는 방침이다.

▲ 김현석 사장. 출처=삼성

내부의 적
삼성전자를 둘러싼 위기는 심상치 않지만, 삼성전자는 이 위기를 유연하게 넘길 수 있는 유일한 글로벌 기업이라는 평가도 받고 있다. 다만 내부의 정치상황이 발목을 잡을 우려도 커지고 있다.

4.15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 및 시민당이 압승을 거둔 가운데, 국내 주요 기업을 중심으로 여당의 과도한 압박을 걱정하는 분위기가 감지되어 눈길을 끈다. 

더불어민주당의 정책공약집에 따르면, 여당은 총선에서 승리할 경우 공정사회를 위해 다양한 사회적 안전망을 만들겠다 공언하고 있다. 특히 주요 기업, 대기업을 겨냥한 정책들이 많다. 공약집에 기업의 경영을 지원하는 내용은 거의 없고, 대부분 규제 일변도로만 가득하다. 다중대표소송제, 집중투표제 의무화 등 대기업을 옥죄는 정책만 즐비하다. ILO 기본협약 기분의 단계적 추진, 국제 수준의 노동기본권 보장을 위한 국내법 개정도 눈길을 끈다.

결국 정부 여당이 총선에서의 승리를 바탕으로 기업을 '적폐청산'의 프레임으로 몰아갈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삼성전자의 진짜 위기는 이제 시작이라는 평가다. 재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한 타격이 2분기부터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정부 여당이 총선 압승을 바탕으로 기업에 무리한 옥죄기에 나설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면서 "지금은 때릴 때가 아닌 힘을 합칠때"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