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수출동력산업 자리매김

코로나19 사태…위기를 기회로

▲ 올해 1분기 바이오헬스 수출이 램시마SC 등 바이오시밀러 수출 증가 등으로 큰폭 증가했다. 램시마SC. 출처=셀트리온

[이코노믹리뷰=황진중 기자] 한국 제약바이오 기업의 수출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는 가운데 증가했다. 의약품, 화장품, 의료기기 부문 수출이 급성장한 것이 영향을 줬다. 의약품은 독일과 미국 등 의약 선진국에 수출이 커졌다. 한국 제약바이오 기업의 경쟁력이 한층 강화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셀트리온이 개발한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램시마SC’ 수출 영향이 컸다.

1분기 보건산업 수출액, 5조 3261억원

16일 제약바이오 업계 등에 따르면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올해 1분기 바이오ㆍ헬스 수출액이 총 43억 8000만달러(5조 3261억원) 규모로 전년 동기 대비 22.5%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체 산업 평균 수출액 1313억달러(159조 6608억원)로 같은 기간 1% 성장한 것에 비해 높은 수치다.

1분기 보건산업 수출은 글로벌 경기 둔화, 유가 급락, 글로벌 공급망 훼손 등 대외 여건이 악화했음에도 주력산업, 신수출성장동력 산업에 비해 견조한 성장세를 나타냈다. 분야별로는 의약품 17억달러(2조 672억원, 45.0%), 화장품 18억달러(2조 1888억원, 16.3%), 의료기기 9억달러(1조 944억원, 4.4%) 순으로 증가했다.

▲ 올해 1분기 보건산업 수출액(단위 억달러). 출처=한국보건산업진흥원

의약품 수출 상위 3개국은 의약 선진국인 독일과 미국을 비롯해 터키 등이다. 세 국가에서 의약품 수출액은 각각 2억 9500만달러(3587억원), 2억 1100만달러(2590억원), 2억 100만달러(2467억원)를 나타냈다. 이어 일본, 중국, 벨기에, 헝가리, 브라질, 베트남, 네덜란드 순이었다. 의약품은 1분기에 상위 10개국이 총 수출액 11억 5400만달러(1조 4167억원)의 65.3%인 7억 5300만달러(9244억원) 규모가 수출됐다. 의약품 부문에서 수출 품목은 바이오시밀러가 1조 680억원으로 총 수출의 52.0%를 차지했다.

의료기기 국가별 수출순위는 미국, 중국, 일본 순이다. 수출 품목은 초음파영상진단기, 임플란트, 체외진단기기 등이다. 화장품 국가별 수출순위는 중국, 홍콩, 일본 순이다. 수출 품목은 기초화장용 제품류가 총 수출의 45.7%를 차지했다.

보건산업진흥원 신유원 산업통계팀장은 “코로나19 여파로 글로벌 무역환경 불확실성 등 대외 여건 악화로 전산업의 수출은 부진한 가운데 국내 바이오헬스 산업은 올해 2분기 역시 필수의약품 소비 지속, 바이오시밀러 제품 수출 확대 및 진단기기 글로벌 진출이 본격화될 것”이라면서 “수출 증가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램시마SCㆍ진단기기, 바이오헬스 수출에 영향

한국 제약바이오 기업의 수출이 증가한 이유로는 셀트리온의 바이오시밀러 램시마SC 제품이 독일에 출시된 것과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진단키트 수출이 꼽힌다.

램시마SC는 기존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기존 정맥주사(IV) 제형인 ‘램시마(성분명 인플릭시맙)’을 피하주사(SC)로 바꿔 셀트리온이 자체 개발한 항체 바이오의약품이다. 이는 지난해 11월 유럽의약품청(EMA)로부터 품목허가를 받았다. 이는 독일에서 처방되기 시작했다. 올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셀트리온 실적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셀트리온이 수출하고 있는 의약품은 대부분 자가면역치료제, 항암제 등 생명과 관련한 약이므로 코로나19의 영향을 적게 받은 것으로 보인다. 전 세계에서 출입국 봉쇄 조치가 이어지고 있어 공급 부문에서 어려운 점이 있지만 셀트리온은 이미 물류 이송에 대한 해결책을 확보해뒀다. SK증권 이달미 애널리스트는 “셀트리온은 해외 의약품위탁생산(CMO) 파트너사와 협력해 재고 확보에 노력 중이다”면서 “해외 운송은 물량이 문제없이 도착할 수 있도록 이달 말까지 물류 이송에 대한 자리를 이미 확보한 상태이므로 해외 수출에 대한 문제는 크게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램시마SC는 기존 자가면역질환 치료제에 비해 주목을 더욱 받고 있다. SC제형을 갖춘 자가면역질환 치료제는 ‘휴미라(성분명 아달리무맙)’, ‘엔브렐(성분명 에타너셉트)’ 등과 바이오시밀러가 있다. 업계에 따르면 해마다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시장의 약 20%는 신규 환자로 만들어진다. 이들은 편의성 때문에 휴미라와 엔브렐은 선택하는 경우가 많은데 램시마SC는 제형 부문의 단점을 극복했다.

자가면역질환 치료제를 투약 받는 환자 중 1년 25%, 2년 50%의 환자는 내성 등의 문제로 약효가 들지 않을 수 있다. SC제형의 편의성으로 휴미라를 맞던 환자는 엔브렐로, 엔브렐을 맞던 환자는 휴미라로 약을 바꾸는 사례가 있다. 램시마SC는 해당 시장에 적극 뛰어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미래에셋대우 김태희 애널리스트는 “IV제형만 있을 때는 환자의 이탈을 막지 못했지만 램시마SC 출시로 해당 환자들의 처방을 램시마SC로 유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랩지노믹스가 개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진단키트 'LabGun COVID-19 Assay'. 출처=랩지노믹스

씨젠, 랩지노믹스, 솔젠트, 바이오세움, 코젠바이오텍, 에스디바이오센서, 수젠텍 등 진단키트 기업들은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코로나19 진단키트를 글로벌 곳곳에 판매하고 있다. 보건산업진흥원 관계자는 “국내 체외진단기기업체의 코로나19 진단키트 신속개발 및 전세계 확산에 따라 이탈리아, 스페인, 독일 등 유럽 및 미국 수출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진단키트 수출 증가와 관련해 매출이 늘어나는 점과 그동안 진입하기 어려웠던 선진 시장에 진출한 점이 의미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아무리 기술력을 갖춰도 선진 시장은 유통ㆍ브랜드 파워 등의 이유로 진출하기 어려웠던 것이 사실”이라면서 “코로나19로 진입장벽이 상당히 낮아졌다. 체외진단 산업은 면도기 사업이다. 반복해서 면도날(진단키트)를 판매하려면 고객사가 면도기(체외진단분석기기)를 쓰게 해야 한다. 코로나19를 통해 사업 핵심인 분석기기를 곳곳에 설치할 수 있게 됐다. 이는 코로나19가 끝나도 자산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