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강민성 기자] 국내 자본시장 큰손인 국민연금이 하락장에서도 2차전지 생산기업 주식을 매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LG화학과 삼성SDI의 지분을 올 1분기 꾸준히 매입해 이목이 쏠린다. 올해 국내 배터리 업체들의 세계 시장점유율이 사상 처음으로 40%를 넘는 등 성장세가 뚜렷해지고 있는 데다 유럽 전기차 시장 확대 영향에 물량이 증가할 수 있다는 전망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올 1분기 동안 LG화학 주식을 30만3499주 매입했고, 삼성SDI 주식을 12만2134주 사들였다. 반면 같은 기간 SK이노베이션 주식은 4만9542주 팔았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말 LG화학 주식을 751만3370주 보유했는데, 매달 꾸준히 매입하면서 지난달 말 기준 781만6769주까지 늘어났다. LG화학에 대한 국민연금의 보유지분율은 10%까지 올랐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초반 중국 공장 가동이 어려워진 상황에도 대량으로 매입했다.

특히 2월 중 국민연금은 LG화학 주식을 15만9286주 가량 사들였다.

외국인 해당 주식을 크게 매도해 주가가 하락세로 돌아설 때 반대로 국민연금은 지분을 늘렸다. LG화학의 외국인 보유 지분율은 전체의 37%가 넘기 때문에 외인들의 유동성 전략에 따라 주가가 크게 흔들린다. 이러한 특성은 LG화학 뿐만 아니라 국내 우량주들이 대부분 겪는 현상이기도 하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하락장에서 매입하면 추가 매수여력이 증가한다”면서 “국민연금이 올해 국내 주식 목표 비중이 17.3%인데, 우량주를 중심으로 투자를 확대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국민연금은 같은 기간 삼성SDI 주식도 대거 사들였다. 특히 2월 12만7339주 매입해 11%까지 지분이 상승하기도 했다. 삼성SDI의 경우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과 같이 석유화학 업황에 영향이 적어 1분기 실적 전망이 나쁘지 않다. 김철중 미래에셋대우 애널리스트는 “코로나19로 전방산업 수요 감소 감소가 불가피하지만 전기차에 대한 소비자의 선호는 크게 바뀌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 출처=금융감독원 전자공시

그는 유럽시장에 코로나19가 확산됐던 3월 전기차 판매가 확대됐던 데이터에 주목했다.

3월 독일 전기차 판매는 1만9755대로 전년 동기 대비 98.3% 증가했고, 스웨덴전기차 판매는 7794대로 전년 동기대비 79% 증가했다. 국민연금은 LG화학과 삼성SDI의 지분을 1분기 기간동안 매입했지만 SK이노베이션 지분은 매입과 매도를 반복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지난해 말 국민연금은 SK이노베이션 주식을 973만9585주 가량 보유했는데, 올 2월 16만6680즈 매각해 지분율이 0.04%포인트 하락했다.

이후 2월 말 다시 21만주 가량 매입했고 3월 마지막 주에는 9만3503주를 다시 팔았다.

SK이노베이션은 국제 유가 급락으로 1분기에 대규모 재고평가손실이 발생하면서 실적에 악영향을 받았다. 배터리부문의 경우 영업비밀 침해와 관련한 소송이 마무리 되지 않아 해당 결과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SK이노베이션은 경쟁사인 LG화학과의 소송에서 지난 2월 조기패소했다. 

향후 양사의 합의에 따라 국내외에서 진행중인 다른 소송들도 영향 받을 것을 전망된다.

강동진 현대차증권 애널리스트는 SK이노베이션에 대해 “1분기 대규모 적자가 불가피하다”면서 “중장기 2차전지사업·방향성은 경쟁사와 소송이 마무리돼야 어느정도 가늠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