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민국 조종사 노동조합 연맹과 전국연합노동조합연맹 회원들이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정부지원을 촉구하는 항공업계 노동조합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출처=이코노믹리뷰 이가영 기자

[이코노믹리뷰=이가영 기자] 코로나19로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한 항공업계가 정부에 즉각적이고 신속한 금융 지원을 촉구하고 나섰다. 항공사의 위기가 지상조업사와 협력업체까지 번지며 항공업 전반이 흔들리고 있어서다. 업계에서는 정부의 추가 지원 없이는 도미노 도산이 현실화 될 것이라 우려를 표하고 있다.

대한민국 조종사 노동조합 연맹은 14일 오전 11시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 앞에서 전국연합노동조합연맹과 공동으로 ‘위기의 항공산업, 신속한 정부지원을 촉구하는 항공업계 노동조합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국책은행을 통한 금융지원, 시중은행에 대한 대출보증, 세금 감면, 임금보조금 지급 등 현재 위기상황에서 항공사들이 버텨낼 수 있도록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해 먼저 입을 뗀 최현 대한항공 조종사 노동조합 위원장은 “국가적 어려움을 알면서도 이 자리에 선 것은, 그만큼 급박하기 때문”이라며 “대한항공을 비롯한 국내항공사들은 매우 힘들고 어려운 상황으로 국민과 국가의 도움 없이는 이 난국을 헤쳐나갈 수 없는 상황”이라고 읍소했다. 

그는 “항공업계가 도미노식 도산을 눈앞에 두고 있는데도, 자구책을 내놓지 않으면 지원을 해줄 수 없다는 것은 복지부동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정부가 자구책을 언급하며 대책을 차일피일 미루는 것은 응급환자를 두고 치료비를 먼저 청구하는 격”이라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국민 불편 최소화를 명목으로 필수공익사업장으로 지정했음에도 폐업을 방관하는 것은 모순”이라고도 지적했다.

한태웅 에어부산 노조위원장도 “현재 인천공항은 이용객이 95% 감소해, 공항이 아닌 항공기 주기장이 된 상황”이라며 “코로나19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언제쯤 진정될 것인가에 대한 예측도 어렵다”고 우려했다. 

한 위원장은 “항공산업의 특성상 여러 분야의 수많은 업무가 연관되어 있고, 한 항공사의 도산은 직고용상의 문제만이 아니라 수많은 조업사들에게도 영향을 줄 것”이라며 “하청업체 줄도산까지 예상되는 상황에서, 정부가 더 늦기 전에 대대적 지원을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무엇보다 미국과 독일 등 해외의 전방위적 지원과 달리 국가기간산업인 항공산업에 대한 정부의 신속한 금융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위원장은 “해외 금융지원 사례를 살펴보면 미국 74조, 프랑스 60.5조, 독일 무한대, 싱가포르 16.5조 등 대출 지원과 더불어 직접보조금, 세금 면제까지 전방위적인 지원대책을 발표했다”며 “우리나라도 더 늦기 전에 항공산업에 대한 대대적인 금융지원을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대한민국 조종사 노동조합 연맹과 전국연합노동조합연맹 회원들이 기자회견 직후 공개서한을 전달하고자 대기하고 있다. 출처=이코노믹리뷰 이가영 기자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조업사까지 정부지원을 확대해 붕괴 직전의 항공산업 전반을 지켜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조상훈 한국공항 노조위원장은 “공항은 산소호흡기로 연명하는 수준을 지나 5월 골든 위크 시즌에 항공권 취소 사태 일어나면 항공사가 도산하는 도미노 현상이 일어날 것”이라며 “가장 어려운 지상조업협력체도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선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별고용지원업종 대상에서 빠져 최저임금을 받고 있는 노동자들 2000명이 최근 회사로부터 권고사직 통보를 받있다”면서 “그나마 1차 지상조업사는 유무급휴직을 이어 가고 있지만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 상황이 장기화되면 대다수 2차 지산조업사 협력사들은 폐업할 수 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 위원장은 “노동자의 생존권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신속하게 전국 공항지역의 ‘고용위기지역’으로 지정하고 공항 노동자에 대한 해고 요건을 강화하는 ‘해고제한법’을 도입해달라”고도 요구했다.

이스타항공에 대한 지원 대책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공정대 이스타항공 조종사 노동조합 부위원장은 “이스타항공의 실질적인 오너는 총선에 출마하고, 오너 가족은 지분 매각으로 현금을 챙기며, 정부는 대출을 막고 구조조정을 부추기고, 아무 잘못 없는 직원들만 회사에서 쫓겨나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며 오너 일가의 책임 있는 모습을 요구했다.

이어 공 부위원장은 “정부가 조건 없이 모든 항공사에 지원해야 한다”면서 “정부가 나서 자구노력을 하라는 것은 구조조정을 하라는 압박인데, 이 때문에 이스타항공 오너 일가의 경영부실에 아무 잘못 없는 직원들만 쫓겨나고 있는 상황이다”며 이스타항공 직원들의 고용 안정이 보장되는 지원책을 요구했다.

실제로 현재 항공업계는 말 그대로 최악의 상황이다. 대한항공은 대부분의 직원이 휴가에 돌입했고 LCC는 사실상 궤멸 직전이기 때문이다.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상태에서 '앞으로 어떤 상황이 벌어질 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팽배한 가운데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이번 기자회견의 행간이다.

한편, 이들은 기자회견을 마친 뒤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공개서한을 청와대에 전달했다. 이날 오후 3시에 열린 경제사회노동위원회 항공분야 회의에도 참여해 대응책 마련에 힘을 보태는 한편 추후 관련된 논의의 동력을 창출한다는 각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