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동훈 기자] 한국지엠이 작년 적자폭을 절반 이상 줄이는 등 영업실적을 개선하는 성과를 거뒀다. 지난 2018년 4월 지엠 본사와 산업은행 등 1~2대 주주와 합의한 경영정상화 방안을 이행함으로써 영업비용을 절감하는데 성공했다는 평가다.

다만 올해 이후 수익성을 꾸준히 개선할 수 있을지 여부에 대해선 의문부호가 여전하다. 적자 폭은 줄었지만 영업 과정상 효율이 매년 기복을 보이는 등 불안정한 사업 역량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 시장의 침체 현상이 지속되는 가운데 연초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까지 덮친 점도 한국지엠에 악재다.

한국지엠은 현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동시에 기존 경영 정상화 방안을 지속 이행하는 데 주력할 것이란 방침을 밝혔다.

▲ 한국지엠 부평 본사. 사진= 이코노믹리뷰 최동훈 기자

한국지엠은 별도기준 작년 매출액 8조4538억원, 영업손실 3305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전년(9조1672억원) 7.8% 감소했지만 영업손실이 전년(6227억원) 대비 절반에 가까운 46.9% 수준으로 줄었다.

매출액과 손실폭이 함께 줄어든 현상은, 업체가 제품을 판매하는 등 현금을 창출하는 활동보다 비용 절감을 통해 수익성을 개선했음을 방증한다.

한국지엠은 2018년 5월 말 군산공장을 폐쇄한 뒤 배치됐던 인력을 다른 공장에 배치하거나 희망퇴직 조치했다. 올란도, 크루즈 등 앞서 군산공장에서 생산되던 모델이 단종되거나 인기가 줄어듦에 따라 공장 가동율도 현저히 감소했기 때문이다.

한국지엠의 토지, 건물 등을 비롯한 유형자산의 규모는 2014년 4조2841억원에서 5년 지난 작년 2조8132억원으로 34.3% 가량 줄어들었다. 한국지엠의 자산 규모가 줄어든 점은 자산을 보유함으로써 발생하는 영업이익 감소 요인인 감가상각비나 각종 세금 등을 축소시키는 ‘순기능’을 유발한 셈이다.

같은 기간 매출액 대비 매출원가의 비율을 의미하는 매출원가율은 증가했다. 매출원가율은 해당 기간 매출액을 내기 위해 들인 영업비용의 비중이 얼마나 큰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매출원가율이 클수록 같은 매출을 기록하기 위해 더 많은 비용을 들였음을 의미한다. 한국지엠의 매출원가율은 작년 94.2%로 2014년 91.9%에 비해 2.3%P 늘었다. 한국지엠이 영업수익(매출액) 창출 능력을 향상시키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한국지엠의 경영 비효율을 나타내는 주요 수치로 매출액 대비 급여 비율이 꼽힌다. 한국지엠이 임직원에게 지급하는 급여가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작년 1.9%로 2014년 1.8%보다 0.1%P 높다. 2014년 대비 지난해 매출액은 34.6% 감소했지만 급여 비중은 오히려 소폭 늘어났다.

김현정 순천대 경영학전공 교수는 논문 ‘자동차 기업의 정태적 효율성과 동태적 생산성 평가’를 통해 한국지엠이 자산, 종업원 수를 각각 35.4%, 46.9%씩 감소시켜야 최근 수년 간 발생한 경영 비효율을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김 교수는 2014~2018년 기간 한국지엠을 비롯한 국산차 5사의 자산·종업원 수 등 투입변수와 매출액·당기순이익 등 산출변수를 비교해 업체별 경영 효율을 분석했다.

업계에서는 한국지엠이 결국 원론적인 수익성 개선 방안인 신차 라인업 강화, 인건비 감축 등 전략에 전력투구 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지엠이 상품 전략 측면에서는 더욱 한국 시장 정서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어야하고, 비용절감 전략에 대해선 인건비를 줄이는데 주력해야한다는 관측이다.

이호근 대덕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까다로운 한국 소비자의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는 가격 경쟁력이 한국지엠 상품 분야의 최우선 과제”라며 “또 한국지엠이 매출액 수치에서 현대자동차·기아자동차 등 유수 기업과 현저한 차이를 보이는 가운데 동일임금·동일노동 기조를 고수하는 점도 개선돼야할 부분”이라고 분석했다.

▲ 한국지엠 소형 SUV 트레일블레이저. 출처= 한국지엠

한국지엠은 올해 각종 신차를 내놓음으로써 매출을 끌어올리고, 비핵심 자산을 매각해 사업 효율을 높일 방침이다.

한국지엠은 일단 올해 신차 전략을 산뜻하게 개시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지엠이 지난 1월 출시한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트레일 블레이저는 지난달까지 3개월 간 3795대 판매되며 인기 경차 모델 스파크(7255대)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한국지엠이 정확한 수치를 밝히지 않고 있지만 트레일블레이저는 해외 시장에서도 인기를 끌며 한국지엠 수출 실적을 견인하고 있다. 한국지엠은 트레일블레이저 이후 신차 라인업에 대해서는 전략적 판단에 따라 현재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내부적으론 확정된 상태다.

한국지엠은 현재 운영하고 있는 제주 부품사업소와 창원 부품 물류센터를 세종 부품물류센터로 통·폐합할 방침이다. 노조와 물류센터 운영에 관련된 협력사 등으로부터 물류센터 처분에 대한 반발을 사고 있어 해결하기 쉽지 않은 사안이지만 이해 관계자와 꾸준히 소통해나갈 계획이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한국지엠은 2018년 마련한 경영 정상화 방안을 꾸준히 이행하고 있다”며 “시점을 특정할 순 없지만 손익분기점 너머 흑자 전환을 최대한 빨리 달성하기 위한 방안으로 경영 효율을 높이는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