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황진중 기자] 서울대병원 연구팀이 기억기능을 담당하는 해마에 전기자극을 주면 기억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확인했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연구팀이 구인두암 환자를 대상으로 면역항암제 효과를 예측할 수 있는 분류법을 개발했다. 고려대안암병원 연구팀이 지역경제수준과 심혈괁리환 위험의 상관관계를 규명했다.

뇌 자극으로 ‘기억장애’ 치료 길 열리나

12일 연구업계 등에 따르면 서울대 정천기 교수·전소연 연구원은 뇌심부의 직접적인 전기자극을 통해 해마와 기억기능 간의 인과관계를 증명했다고 밝혔다.

이날까지 해마의 직접적인 전기자극이 뇌 기억기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논란이 많았다.

연구팀은 서울대병원에서 뇌에 전극을 삽입한 10명의 난치성 뇌전증 환자를 대상으로 해마에 전기자극을 주고, 두 가지 단일·연합기억과제를 수행하는 동안 두개강 내 뇌파를 측정했다.

연구는 단일 단어를 기억하는 단일기억과제와 짝지어진 단어 쌍을 기억하는 연합기억과제로 나뉘어 학습, 휴식, 회상 단계로 진행됐다.

학습구간은 두 개의 세션으로 구성됐다. 각 세션을 구성하는 두 개의 블록 중 임의로 선택된 하나에 자극의 제공과 중단이 지속적으로 이뤄졌다. 한 블록당 30개의 단어/단어 쌍이 있어, 참여자는 전체 120개를 학습했다.

해마 자극의 기억기능 효과를 평가하기 위해 두 개의 서로 다른 기억과제를 회상하는 동안 화면에 나타난 단어를 보고 키보드 버튼을 눌러 기억 여부를 응답하게 했다.

단일기억과제 회상구간에서는 “봤음” 혹은 “본적 없음”으로 단어 기억력 테스트를 진행했다. 비자극시 정답률은 86.1%, 자극 시 정답률은 81.1%로 저하됐다. 연합기억과제 회상구간에서는 “정확히 봤음”, “봤거나 재배열됨”, 혹은 “본적 없음”으로 단어 쌍 테스트를 진행했다. 비자극시 정답률은 59.3%, 자극 시 정답률은 67.3%로 높아졌다.

▲ 기억과 해마의 관계. 출처=서울대병원

연구 결과, 해마의 전기자극은 기억과제에 따라 기억기능의 행동 결과를 다르게 변화시켰다. 해마의 세타활동이 연합기억과제에서 더 높게 관여했으며, 그 결과 연합기억기능은 향상됐다. 반대로 해마의 세타활동 관여가 낮은 단일기억기능에서는 저하되는 양상을 보였다.

기존 인지기능이 낮은 환자일수록 자극의 효과가 커 기억기능이 더 많이 향상됐다. 인지 기능이 약해 도움이 필요한 사람일수록 뇌 자극의 혜택을 가장 많이 누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서로 다른 기억과제 중 뇌 활동 양상도 달랐다. 단일기억과제보다 연합기억과제의 학습구간과 회상구간에서 해마의 뇌파는 강한 세타파워를 이끌어 냈다. 특히 회상구간에서 정답률이 높은 경우 해마의 세타파워가 강한 것을 확인했다. 즉, 강한 세타파워는 기억력 향상과 관련이 있음을 밝힌 것이다.

연구팀은 향후 뇌 자극이 기억장애 치료법 고안에 주요한 근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서울대 뇌인지과학과 전소연 연구원은 “해마 자극으로 서로 다른 기억기능이 서로 다른 영향을 받을 수 있는 것을 밝혔다”면서 “자극 후 향상된 연합기억기능과 기억과제의 회상구간에서 해마의 세타파워 증가가 관련이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확인했다”라고 설명했다.

서울대병원 신경외과 정천기 교수는 “이번 연구로 해마 자극이 더 많은 해마의 세타활동에 관여하기 때문에 연합기억기능을 향상시켰음을 알 수 있다”면서 “해마의 세타활동 증가가 기억력 향상의 신경학적 기전일 수 있음을 증명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성과는 뇌과학 분야 국제 학술지 ‘브레인 스티뮬레이션(Brain Stimulation)’ 최근호에 게재됐다.

면역항암제 효과 예측 가능 분류법 개발

구인두암 치료를 위한 면역항암제의 반응을 예측할 수 있는 면역학적 분류법이 개발됐다. 이에 따라 구인두암 환자에서 면역항암제 효과를 예측해 면역학적 특성에 따라 치료전략을 달리 적용함으로써 구인두암 환자에게 치료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연세암병원 두경부암센터 종양내과 김혜련·조병철·김민환·홍민희 교수팀과 두경부외과 고윤우·박영민·김다희 교수팀 및 에비슨의생명연구소 김재환, 표경호 박사팀은 구인두암의 면역학적 분류법을 제시하고, 면역성이 높은 구인두암 타입의 경우 면역 치료제가 높은 효과를 보임을 밝혀냈다.

두경부암은 사람의 구강에서부터 후두까지 이어지는 점막에서 발생한다. 진단 시 보통 높은 병기에서 발견되기 때문에 수술 및 항암 치료가 어려워 예후가 불량한 난치암으로 꼽힌다. 대표적인 두경부암으로는 구강암, 후두암, 인두암, 침샘암 등이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데이터에 따르면 구인두암 환자는 2015년 767명에서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며 2019년 1015명까지 증가했다. 그 중, 특히 인유두종 바이러스(HPV)감염과 연관된 구인두암의 경우 최근 서구와 우리나라에서 급격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어, 새로운 치료법 개발이 절실한 상황이다.

▲ 고면역성 타입(immune-rich)의 환자의 다중면역염색 소견. 출처=세브란스병원

두경부암의 일부 환자에서는 최근 키트루다, 옵디보와 같은 면역항암제의 사용이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그 항암효과를 예측하고 증가시킬 수 있는 방법은 알려져 있지 않다. 

연구팀은 구인두암으로 수술을 받거나 면역항암제 치료를 받은 환자 37명의 조직을 수집해 차세대염기서열 분석법(NGS), 다중 면역화학염색법 등 종합적인 분자 분석 연구를 수행했다. 

연구결과, 구인두암은 면역과 관련한 유전자 발현, T세포 침투 정도 등 면역학적 특성에 따라 ▲고면역성 타입(immune-rich) ▲간엽성 타입(mesenchymal) ▲T세포가 모두 부족한 타입으로 분류됐고, 각각의 타입에 맞는 치료법이 필요함이 제시됐다. 

고면역성 타입(immune-rich) 환자들의 경우 수술 후 예후가 좋으며, 면역항암제 치료에서도 높은 반응을 보였다. T세포가 종양 주위에서만 맴돌고 침투하지 못하는 간엽성 타입(mesenchymal) 환자의 경우 체내 면역시스템을 교란시켜 암의 성장과 전이를 촉진하게 만드는 TGF-beta 경로의 활성이 높게 측정됐다.

연구진은 이를 통해 추후 면역항암제와 TGF-beta 억제제의 병합 치료가 시도될 필요가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 마지막으로 T세포가 모두 부족한 타입의 환자에서는 면역항암제 반응이 낮아 다른 치료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 제시됐다.

김혜련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구인두암 환자의 타입에 따라 면역항암제의 효과를 예측할 수 있는 모델을 제시했다”면서 “앞으로 환자 치료나 임상시험에 사용할 수 있는 분자 진단법을 개발하는데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성과는 국제 학술지 ‘영국 암 저널(British Journal of Cancer,SCI IF 5.9)’ 최신호에 게재됐다.

지역경제수준과 심혈관질환 위험 상관관계 규명

심혈관질환이 개인의 경제수준과 관련이 있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져 있었는데 국내 지역간의 차이를 비교한 연구는 없었다. 그런데 최근 지역의 경제수준 또한 심혈관질환 발생과 연관이 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이식혈관외과 권준교 교수,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이식혈관외과 권준교 교수, 서울아산병원 혈관외과 한영진 교수, 고려대학교 의학통계학교실 최지미 연구원의 연구결과, 지역간 경제수준에 따라 심혈관질환 발생률의 차이가 있으며 경제수준이 낮은지역에 거주할 수록 위험도는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 권준교 교수. 출처=고대안암병원

연구팀은 전국 각 지역을 2009년 지역내총생산(GRDP)에 따라 인구수를 기준으로 3단계로 분류했다. 상위그룹에 속하는 지역은 울산광역시, 충청남도, 전라남도, 경상북도, 서울특별시, 충청북도, 경기도며, 중간지역은 인천광역시, 강원도, 전라북도다. 상대적으로 낮은경제수준의 지역은 제주특별자치도, 부산광역시, 대전광역시, 광주광역시, 대구광역시 등으로 구분했다.

연구팀은 2002년부터 2009년까지 국가검진을 받은 100만명을 대상으로 조사했으며, 심혈관질환을 새로 진단받은 35만 6126명을 분석한 결과 거주지역의 경제수준에 따라 질환의 발생 위험도가 다르다는것을 밝혔다. 지역내총생산이 높은지역과 보통지역에서의 차이는 없었으나, 지역내총생산이 높은 지역에 비해 낮은지역에서의 심혈관질환 위험이 16% 높은 것을 확인하여 지역경제수준과 심혈관질환 발생위험의 상관관계를 규명한 것이다.

권준교 교수는 “이번 연구는 개인의 예방 노력 뿐만 아니라 지역내에서 정책적으로 심혈관질환에 대한 예방활동이 체계화 돼야 함을 시사한다”면서 “심혈관 질환은 생명을 위협하며 치명적인 예후를 불러오는 경우가 많으므로 각별한 예방활동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권 교수는 “국가적인 차원의 일괄적 예방활동 계획 뿐 아니라 지역 특화된 정책을 통해 더욱 체계적인 예방이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 성과는 국제학술지 ‘BMC Cardiovascular Disorders’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