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 센스> 박정호 지음, 청림출판 펴냄.

기업은 상품을 판매하면서 첨단 마케팅 전략을 총동원한다. 소비자의 잠재 심리까지 계산에 넣는다. 소비자는 그 앞에 고스란히 노출되어 있다. 나름 합리적 소비를 한 것 같았지만 따져보면 과도한 소비, 불필요한 소비였다고 후회하는 일이 생기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정교한 기업의 부추김에 넘어간 것이다.

이 책의 목표는 똑똑한 소비습관이다. 지피지기는 백전불태. 현명한 소비를 위해선 기업들이 구사하는 다양한 판매 전략부터 알아야 한다.

▲수북히 담아 파는 아이스크림=실험 참가자들에게 5온스 컵에 담긴 아이스크림 7온스를 줬다. 이어 10온스 컵에 아이스크림 8온스를 담아줬다. 그러고는 각각의 가격을 매기도록 했다. 그러자, 참가자들은 작은 컵에 수북이 담긴 아이스크림 7온스에는 2달러 25센트를, 큰 컵에 담은 8온스에는 고작 1달러 66센트를 지불하겠다고 말했다. 사람들은 절대평가를 할 경우 ‘보이는 것’에만 의존한다.

▲메뉴판의 100만원 짜리 와인= 고급 레스토랑에 가면 100만원이 넘는 와인이 메뉴판 첫 페이지에 표시되어 있다. 그런데, 레스토랑 주인은 고가의 와인이 팔리지 않아도 상관하지 않는다. 100만 원짜리 와인을 메뉴판에 올려놓으면 나머지 50만원, 20만원 짜리 와인은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보여 고객들이 주문하기 때문이다.

▲침투 가격 전략=어도비는 아크로벳 리더 프로그램을 무료로 널리 배포했다. 이후 PDF파일을 편집 수정하고 싶어하는 이용자들을 위해 아크로벳 에디터 프로그램을 유료로 판매하기 시작했다. 이처럼 초기에 서비스 무료이용 기회를 제공하고, 일정 규모 이상의 이용자가 확보되면 부가서비스를 유료 판매하는 방식을 침투가격 전략이라고 부른다.

▲트럼프의 전략=트럼프가 초대형 건축 프로젝트를 진행했을 때 해당 지역의 건물주들은 반대하고 나섰다. 자신들의 건물이 자칫 왜소해 보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자 트럼프는 건축설계자들에게 두 가지 조감도를 그리도록 했다. 기존 건물들에 어울릴만한 우아한 50층짜리 건물 조감도였고, 다른 하나는 트럼프 프로젝트 대신에 뉴욕시 지역 개발국에서 지을 수도 있는 건물 조감도였다. 뉴욕시 건물 조감도는 벽면 전체가 벽돌과 철망으로 둘러싸여 있어 해당 거리 전체의 미관을 훼손할 수 있는 모습이었다. 두 조감도를 비교해본 지역 건물주들은 트럼프의 제안을 수용했다.

▲손실혐오=주기로 했다가 주지 않은 것, 그리고 이미 준 것을 되돌려 달라고 하는 것. 이 가운데 뒤의 경우가 더욱 반감을 불러 일으킨다. 줬다가 뺐으면 첨부터 안 준 것만 못하다. 뇌과학, 행동경제학, 인지심리학 등 실험을 통해 밝혀졌다. 정부가 연말정산제도의 감면혜택을 축소하려고 할 때마다 국민들의 거센 반발을 사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이 같은 심리적 현상은 ‘부존자원효과’로도 설명된다. 정상적인 거래나 합법적인 경로로 소유하게 된 것에 집착하고 더 큰 가치를 부여하는 경향을 말한다.

▲무료이용 후 구매조건=프로모션 전략의 일환으로, 일정기간 물건을 무료로 사용하다가 마음에 안 들면 돌려보내라고 할 경우 반송하는 확률은 높지 않다. 직접 만져보고 사용한 물건은 애착이 형성되기 때문이다.

▲광고문구 3번 반복=청각을 이용해 특정 메시지를 각인시키고자 할 때 그 횟수가 세 번을 넘지 않아야 효과적이다. 그래서 ‘대리운전은 OOO’ 같은 광고 문구를 세 번만 반복한다. 동일 문구를 4회 이상 반복하면 소음으로 받아들여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