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히어러블 시장이 열리고 있다. 실제로 라몬 라마스 IDC 웨어러블 연구 책임자는 "제조사들이 이어폰 단자를 제거하면서 무선 이어폰 시장이 급성장하며 히어러블 시장도 커지고 있다"면서 “평균 가격이 20% 이상 크게 떨어진 것도 시장 확대의 또 다른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히어러블, 그리고 보청기

흥미로운 대목은 히어러블 시대의 선봉에 선 플레이어들이다. 지금은 애플(에어팟), 삼성(갤럭시 버즈), 샤오미(에어닷), 보스(사운드 스포츠)와 같은 이어폰 중심의 시장이 펼쳐지고 있으나 장기적 관점으로 보면 전혀 다른 국면이 펼쳐진다. 특히 인공지능 스피커의 확산과 함께 귀로 무언가를 듣는 행위가 히어러블의 핵심이 될 가능성이 높아지며, 그 중심에 선 보청기의 역할론에도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현재 보청기 시장은 빠르게 팽창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케네스 리서치(Kenneth Research)에 따르면 글로벌 보청기 시장은 2017년 70억달러 규모에서 2018년부터 2025년 연평균 7.0% 성장해 2025년 121억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보이며 한국보건산업 진흥원 역시 2020년 글로벌 보청기 시장규모가 124억2000만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보청기의 변화에 애플과 구글도 주목하고 있다. 애플은 지난 2013년 iOS 단말용 액세서리에 대한 인증 프로그램인 ‘MFi(Made For iPhone)’ 를 보청기에도 적용하기 시작했으며 구글은 지난해 발표된 안드로이드 10에서 연결된 보청기로 직접 소리를 스트리밍하는 ‘ASHA(Audio Streaming for Hearing Aids)’ 기능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나아가 머신러닝을 통한 주변소리 분석, 모바일앱을 통한 사용자 맞춤형 소리 지정 및 구성, 아마존 알렉사를 통한 가전제품 컨트롤, 27개 언어 실시간 통역 등을 지원하며 인공지능과 보청기의 만남을 끌어내는 리비오AI까지 모습을 드러냈다.

국내 보청기 시장 역량은?

장기적 관점에서 히어러블 시대를 열 수 있는 국내 보청기의 위치는 어디쯤일까?

아직은 갈 길이 멀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국내에서는 미국의 스타키, 스위스 포낙, 독일 지멘스 등 3개사가 약 70%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하며 이들 제품은 100만~500만원의 고가 제품군임에도 꾸준히 팔리고 있다. 그런 이유로 가격경쟁력을 갖춘 국산 보청기의 역할론이 나오기는 했으나 기술력이 떨어지거나 성능이 못 미쳐 온 것 역시 사실이다.

국내 보청기 업체들에게 기회가 전혀 없었던 것도 아니다. 1990년대부터 보청기가 아날로그에서 디지털 시대로 넘어가면서 국내 기업에 기회가 찾아오나 했으나, 보청기 펌웨어 기술 선진화가 지연되면서 사용자 만족도가 현저하게 낮아져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았던 사례도 있다. 핵심 부품을 포함해 사용되는 보청기 대부분이 수입되고 있으며 한국인에 맞는 제대로 된 보청기 및 청력보조기기가 없는 것도 메이드 인 코리아 보청기의 역량을 떨어트리는 원흉이었다.

▲ 출처=리딤

회렌-10 내세운 리딤, 야심만만 출사표

보청기 시장이 디지털로 변하고 히어러블 시대가 본격적으로 개막하는 현재, 스타트업 리딤의 회렌-10이 공개되어 눈길을 끈다. 순수 국산 기술로 만들어졌으며 청력측정 및 피팅기능을 내장한 사용자 맞춤형 청력보조기기를 표방한다. 현재 오마이컴퍼니 크라우드펀딩에 런칭된 상태다.

보청기나 청력보조기기를 선택할 때는 정확한 청력검사와 개인별 특성에 따른 제품을 선택 후 개별 청력 상태에 맞춘 피팅, 사후 관리 등이 제대로 되는 지 여부 등을 복잡하고 다양한 과정을 확인해야 한다. 그러나 회렌-10은 블루투스 스마트 청력보조기기로서 스마트폰을 이용한 자동 피팅이 가능하며, 사용자 환경에 따른 음량 제어도 가능하다.

보청기 스타일 디자인이 아닌, 블루투스 이어폰용 디자인 적용으로 꾸며졌으며 실시간 보조 배터리 교체를 통한 24시간 연속사용이 가능하다. 좌/우 착용이 가능한 회전 이어폰 구조며 기능은 최고가 보청기에 필적한다는 설명이다. 다양한 앱 연동은 물론 블루투스 핸즈프리 통화기능도 담았고 휴대용 보조충전 케이스도 제공한다.

리딤의 강호성 대표는 치매를 겪는 어머니를 돌보며 회렌-10의 아이디어를 생각했다는 설명이다. 그는 “어머니가 치매를 겪고있는 가장 큰 이유중의 하나로 난청이 큰 영향을 준다는 해외 연구논문을 접한 뒤, 본격적으로 난청에 대한 원인 및 시장조사를 했다”면서 “마침 7~8년전 이 분야에 먼저 뛰어들어 실패한 경험이 있는 대학동기를 만나 의기투합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강 대표는 이어 “막상 시장에 뛰어들고 보니 무엇보다도 가장 큰 현실적 벽으로 다가온 문제는, 첫째는 보청기의 가격이 너무 비쌌다는 점”이라며 “국산화 및 연구가 제대로 안 되는 실정을 타개하고자 직접 연구개발에 뛰어들었고, 정부에서 지원하는 장애기기보조금의 예산이 매년 급격히 늘어나고 있어 기회를 잡기 위해 나섰다”고 말했다.

그 연장선에서 회렌-10의 지향성은 선명한 편이다. 범재룡 연구소장은 “블루투스 스마트 보청기(청력보조기기)는 저렴하면서도 좋은 품질의 보청기(청력보조기기)를 더 많은 사람들에게 보급하고자 고안했다”며 “소음성 난청을 겪고있는 젊은층 뿐만 아니라, 고연령층의 난청의 고통을 보다 쉽게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한편 리딤은 지난 3월 예비사회적기업 육성기업으로 지정되며 사회적 책임감을 몸소 실천하는 기업으로 거듭나는 한편, 하반기에 앞으로 보청기 기능이 장착된 무선 블루투스이어폰(커널형)을 계속해서 출시할 예정이다. 내년에는 IoMT 기술기반의 스마트밴드와 같은 웨어러블 기기와 연계, 생체리듬 데이터를 받아 병원의 주치의에게 원격진료를 받는 등의 서비스뿐만 아니라 음성인식, 번역, 합성, 소음제거 기술과 융합하여 바디폰 개념의 새로운 스마트 헬스케어 보청기를 개발해 나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