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코로나19 사망자 만 명

4월 6일 동부시간 오후 2시 45분, 존스홉킨스대학은 미국의 코로나19 감염 사망자를 10,389명으로 집계했다. 지난 2월 29일 미국에서 첫 코로나19 사망자가 나온 지 37일 만이고, 사망자가 1천 명을 넘긴 3월 25일로부터 12일 만에 10배로 증가했다.

그 사이, 미국의 사망자는 세계에서 3번째로 많아졌다. 1위는 이탈리아로 16,523명, 2위는 스페인으로 13,169명, 그리고 바로 미국이다. 코로나19 전 세계에서 사망자가 73,703명인 것을 감안하면, 미국의 사망자 숫자는 전체의 7분의 1에 해당한다.

사망자가 늘었다는 것은 감염자도 그만큼 늘었다는 뜻. 미국 내 코로나19 감염자는 352,546명. 사망자 수는 3위이지만, 감염자 수만 따지면 세계 1위이다. 세계 2번째인 스페인의 135,032명과 3번째인 이탈리아의 132,547명을 거의 합친 숫자만큼 많다.

전 세계 코로나19 확진자는 1,324,907명. 그중 4분의 1이 미국인. 안타까운 일이지만, 확진자는 많은데 사망자가 상대적으로 적은 것을 오히려 다행으로 여겨야 할 상황이다. 미국이 이렇게 많은 확진자와 사망자가 나올 줄은 생각하지 못 한 일이었다.

미국 내 코로나19의 최대 확산지인 뉴욕주의 앤드루 쿠오모 주지사는 브리핑에서 “신규 입원 환자와 중환자실(ICU) 입실자가 모두 감소하고 있다”며 “이는 좋은 신호들”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정점에 가까워진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비난받는 트럼프 리더십

지난 2007년부터 2009년까지 이어진 금융위기 당시, 미국 경제는 900만 개의 일자리를 잃었다. 중산층 붕괴, 아메리칸 드림 파괴라는 말이 나왔다. 그런데 최근 확산된 코로나19의 여파로 2주 만에 미국의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1,000만 건에 육박했다.

최근 뉴욕 타임스에 맥스 부트의 칼럼 ‘사상 최악의 대통령’이 실렸다. 부트는 미국의 실업률은 13%로 1929년 대공황 이후 가장 높은 수치로 추정된다며, 더 큰 문제는 많은 사람들이 죽고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부트는 트럼프 대통령을 몰아 세웠다.

부트는 이런 대규모 사망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비참한 실패자가 될 것을 예고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는 미 역사상 가장 예견할 수 있는 재앙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월부터 계속된 코로나19의 위험성에 대해 경보를 무시했다는 것이다.

부트의 말은 사실이었다. 미국 언론, 행정부, 의료계는 한결같이 코로나19에 대한 경고 신호를 보냈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혼란을 야기했고, 공중보건 전문가들과 마찰을 빚으면서 초동대처에 실패했다.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게 됐다는 것.

한국과 미국은 같은 날 코로나19 첫 사례를 발견했지만, 결과는 천양지차. 한국의 사망자는 183명, 미국은 10,389명. 인구 100만 명 당으로 비교하면, 한국은 4명, 미국은 25명. 사망률만 놓고 보면, 미국이 한국보다 6배 이상이라고 부트는 지적했다.

 

미국증시 이상 급등

4월 6일, 미국 뉴욕 증시는 개장 즉시 4% 이상 급등했고, 7% 이상 치솟았다. 다우존스30 산업 평균지수는 전날보다 7.73% 상승한 22,697.99에 끝마쳤다. 미국 정부의 과감한 경기 부양 기대감 때문이다. 11% 오른 지난달 24일 이후 최대 상승폭이었다.

S&P500지수도 7.03% 올랐고, 기술주 중심 나스닥 지수도 7.33% 올랐다. 가장 피해가 심각한 뉴욕주에서 사망자 증가 폭이 살짝 줄면서 코로나19 확산세가 정점을 찍은 것 아니냐는 기대감에 투자심리가 개선됐다는 분석이다. 일단 미국은 회복세이다.

미국은 어떤 빌미를 잡아서라도 증시를 회복시키려고 한다. 공포와 불안으로 하락한 증시를 방치하면, 대공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래서 미국은 어떻게든 증시를 회복하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증시 회복의 빌미는 기대와 낙관뿐, 미국은 절박하다.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시작한 1분기와 경제 활동이 둔화된 2분기까지, 증시에 영향을 끼친 것은 도를 넘는 공포와 막연한 불안이었다. 1, 2분기의 실적 하락은 3분기에 반영될 것이다. 따라서 지금 급한 것은 경제 연착륙을 위한 동력을 확보하는 것이다.

미국 뉴욕 증시의 이상 급등에 트럼프 대통령의 영향력이 작용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부활절(4월 12일) 이전에 미국 경제를 서서히 정상 상태로 되돌리겠다고 밝혔던 발언은 상기할 필요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경제 정상화 의지를 반복해서 드러냈다.

 

2020년 중국 경제 위기 가능성

그런데 코로나19와 관련해서 최근 눈여겨볼 상황들이 생겨났다. 코로나19 사망자를 2001년 벌어진 9.11 테러 사태와 비교한 미국 언론의 보도내용이다. 미국 오피니언 리더와 언론은 코로나19 사태를 9.11고 비교하기 시작했다. 도대체 왜 그런 것일까?

지난 4월 5일, 워싱턴 포스트는 코로나19로 인한 피해가 가장 큰 뉴욕주 확진자가 122,000여 명, 사망자가 4,100여 명이며, 이미 9.11테러 당시 사망자인 2,996명의 숫자를 훌쩍 넘어선다고 보도했다. 미국인이라면 잊지 못할 9.11테러를 언급한 것이다.

역시 4월 5일, 제롬 애덤스 미 공중보건 서비스단(PHSCC) 단장은 폭스뉴스 인터뷰 중 “앞으로 1주일이 대부분의 미국인이 삶에서 가장 힘들고 슬픈 주가 될 것이다. 우리는 진주만 피습 사건과 9.11 테러와 같은 순간이 될 것이다”라고 침통하게 말했다.

이런 상황들을 고려하면, 컬럼니스트 부트나, 애덤스 단장이 인터뷰에서 코로나19를 9.11 테러 비교한 것은 예삿일이 아니다. 9.11테러는 미국 본토가 침공당한 충격적 사건이다. 미국은 코로나19 사태를 미국 본토 침공으로 간주하기 시작한 것이다.

4월 6일 미국 증시 폭등은 미국이 다시 안정감을 찾았다는 신호를 보여준 것이다. 본토의 침공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흔들리지 않았음을 만천하에 공표한 것이다. 자가격리 2주가 지나면, 미국인들은 다시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다는 믿음을 준 것이다.

9.11 테러의 주범은 오사마 빈 라덴. 그럼 10,000명 목숨을 앗아간 코로나19 사태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 미국은 국민 전체를 분노하게 만든 적을 찾은 것 같다.

미국인들은 코로나19 사태를 미중 패권전쟁 연장으로 해석한다. 위기 상황에 미국인들이 대통령을 중심으로 하나가 되는 것은 주지의 사실.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 본토를 침공당한 처참한 심정으로 국민들을 위로하고 있다. 향후 중국 경제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