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이미지투데이

[이코노믹리뷰=권유승 기자] 어린이 교통안전 강화 법률인 일명 '민식이법'을 활용한 손해보험사들의 '운전자보험 갈아타기' 영업이 활황하면서 그에 따른 보험소비자들의 보장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민식이법 시행에 맞춰 손해보험사들이 운전자보험의 벌금 한도를 상향하고 있지만 실제로 기존 벌금 최대한도까지 보험금을 지급한 사례는 드물기 때문에 기가입 상품을 해지해 새로운 상품으로 다시 가입할 필요성은 적다는 지적이다.

7일 이코노믹리뷰가 주요 손해보험사 3곳의 지난해 운전자보험 벌금 담보에 해당하는 보험금 지급 건수를 집계해 본 결과, 벌금 최대한도인 2000만원을 지급한 건수는 5건으로 전체 벌금 보험금 지급 건수 약 1만 건 대비 0.05%에 불과했다.

보험사별로 보면 A손해보험사의 지난해 운전자보험 벌금 최대한도 지급 건수는 0건으로 확인됐다. 이 기간 이 회사의 전체 벌금 보험금 지급 건수는 2000여건에 달했다. 같은 기간 B손해보험사의 보험금 지급 건수는 1건으로 전체 벌금 보험금 지급 건수 3000여건 대비 0.03%를 차지했다. C손해보험사의 경우 전체 벌금 보험금 지급 건수 4000여건 중 벌금 최대한도 지급 건수는 4건이었다.

이는 법적으로 벌금 한도를 정해 놨어도 최대한도까지의 벌금 처벌이 내려질 가능성은 극히 낮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한 손해보험사 관계자는 "교통사고 벌금이 2000만원이면 상식적으로도 상당히 큰 사고이기 때문에 보험금 지급 비율이 낮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스쿨존 벌금한도 높인 상품으로 다시 가입해야 할까

문제는 영업현장에서 기존 운전자보험을 해지하고 새로운 운전자보험으로 갈아타도록 가입자에게 권유하는 일명 갈아타기식 판매가 활황하고 있다는 점이다.

보험사들은 민식이법 시행에 따라 강해진 스쿨존 교통사고 처벌을 대비해야한다는 명목으로 고객몰이에 나서고 있다. 민식이법 시행에 맞춰 이달 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 메리츠화재 등 여러 손보사들은 운전자보험 스쿨존 벌금 한도를 20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줄줄이 상향했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기존 운전자보험을 해지하고 새로운 운전자보험으로 갈아타도록 하는 영업이 최근 지나칠 정도로 많이 발생해 보험사 전산이 제대로 안 돌아갈 정도"라며 "운전자보험 가입이 돼 있지 않은 고객들이라면 몰라도 이미 가입 돼 있는 보험을 해지하고 신규 가입하라고 권유하는 영업 행태는 고객에게 득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스쿨존 교통사고 시 최대 3000만원까지 보상해주는 벌금 담보는 기존 벌금담보 대비 약 50원이하의 금액만 추가하면 보장이 된다"며 "운전자보험을 추가로 준비할 의향이 없거나 기존 장기보험에 운전자 특약을 가입한 고객들은 자동차종합보험에 '벌금 포함 운전자 특약'만 추가하면 1만원 전후로 보험료가 산출 된다"고 덧붙였다.

손해보험사들이 보장을 늘리며 운전자보험 영업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은 민식이법으로 인해 과실이 적더라도 큰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운전자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점을 반영한 전략이다.

실제로 민식이법 개정을 요구하는 국민들의 목소리는 커지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민식이법 개정을 요구하는 게시글이 등록 됐으며, 현재 33만 명 이상이 청원에 동의하고 있다. 민식이법에 따른 스쿨존 교통사고 형량이 불합리하고 과도하다는 이유에서다.

스쿨존 내 어린이 교통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만들어진 민식이법은 운전자의 부주의로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어린이가 사망할 경우 가해자에게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이 내려진다는 점이 골자다. 피해자가 상해를 입으면 가해자에게 1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원~3000만 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의무보험인 자동차보험과 달리 운전자보험은 손해보험사들의 손해율(받은 보험료 대비 지급한 보험금 비율) 관리가 용이해 장기인보험 상품 중 효자상품으로 거론된다. 손해보험사들이 민식이법을 활용한 공포마케팅까지 일삼으면서 운전자보험 보장성 경쟁에 열을 올리고 있는 이유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보험 가입의 목적은 발생 가능한 위험을 보장하기 위함"이라며 "비록 교통사고 벌금 한도를 최대치로 받을 확률은 적을지라도 운전자보험은 그에 맞는 보장을 아우를 수 있어야 제대로 된 상품이 아닐까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