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황대영 기자] 삼성전자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으로 불거진 최악의 경영환경 속에서도 어닝서프라이즈를 실현했다. 1분기 영업이익이 컨센서스(시장 기대치 평균)를 5% 이상 상회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7일 잠정실적 공시를 통해 올해 1분기 연결기준 매출 55조원, 영업이익 6조400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매출 4.98%, 영업이익 2.73% 증가한 수치로, 반도체 제품의 수요 증가와 ASP(평균판매단가) 상승이 주효한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에서는 삼성전자의 1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지속적으로 전망치를 하향 조정해왔다. 금융정보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들이 제시한 삼성전자 1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6조948억원 수준이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2% 줄어든 수치다.

특히 일부 증권사들은 삼성전자 영업이익이 5조5000억원에서 5조7000억원 수준으로 큰 폭의 하락을 조정하기도 했다. 코로나19로 인한 불확실성 가중으로 삼성전자 목표 주가도 일제히 하락 조정됐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밝힌 잠정실적은 영업이익 부분에서 시장 컨센서스를 약 5%를 상회했다. 매출액은 시장 컨센서스를 유지한 것을 미루어보아 영업이익률 개선이 주효했다. 사실상 DS부문의 메모리 반도체 ASP 상승이 견인한 것으로 해석된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1분기 영업이익에서 반도체 부문이 3조6000억원, 디스플레이 부문이 -2000억원, IM 부문이 2조5000억원, CE 부문이 4000억원을 기록했을 것으로 분석됐다. NH투자증권은 코로나19 여파가 IM 부문과 디스플레이 부문에 집중된 것으로 해석했다.

삼성전자 1분기 실적을 견인한 메모리 반도체는 코로나19 영향을 상대적으로 적게 받았다. 시장조사기관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 1월 DDR4 8Gb(기가비트) D램의 고정 가격은 2.84달러를 기록한 이후 지속적으로 상승했다.

글로벌 메모리 시장은 지난해 공급 과잉으로 가격 폭락이 이어져 주요 업체들이 신규 생산능력(capa) 투자 자제로 공급량을 줄여왔다. 또 연초 코로나19로 재택근무, 온라인 교육, OTT 등 수요 증가로 데이터센터 투자가 늘고 있다는 점이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 텐센트, 바이트댄스 등 중국 업체들의 서버 수요가 늘어나고 있으며, 2월 서버용 D램 가격도 전월 대비 6% 상승했다.

NH투자증권 도현우 연구원은 "코로나19 영향이 본격화되는 2분기에 오히려 메모리 반도체 가격 상승률이 확대될 것"이라며 "2분기 D램과 낸드플래시는 ASP가 각각 10%, 9%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양호한 메모리 반도체 수급으로 삼성전자 주가 흐름이 타 사 대비 견조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2분기부터 코로나19로 인한 소비 절벽이 가시화되면서 스마트폰 및 가전제품 판매량이 강한 하방 압력을 받을 전망이다. 게다가 각 국가들이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봉쇄 정책을 쏟아내고 있어 공급망 훼손까지 우려되고 있다. 이 때문에 올해 삼성전자 스마트폰 출하량이 전년 대비 12% 감소한 2억5000만대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도현우 연구원은 "코로나19로 인한 영향이 당초 올해 3200만대 이상 판매될 것으로 예상된 갤럭시S20 판매량이 2000만대 수준에 머무를 것으로 전망된다"라며 "출시 초 폭발적인 반응을 보인 갤럭시 Z플립 등 폴더블폰 수요도 주춤한 상황이며, 디스플레이는 애플 등 주요 고객사 오프라인 매장 휴업으로 OLED 패널 출하 부진을 겪고 있다"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