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이 묶인 비행기들이 자동차 주차장까지 차지하고 있다. 비행기 지상 보관의 장기화가 예상됨에 따라 항공사들은 보관 비용을 줄이기 위해 더 멀고 외딴 보관 장소를 찾고 있다.    출처= AV Geek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전세계에 걸쳐 항공기 운항이 대부분 중단됨에 따라 세계의 항공사들이 새로운 일에 시간을 쏟고 있다.

항공사들이 새로운 사업 기회를 모색하는 한편, 화물 운항 기회를 확대하고, 정부의 구제금융안을 확보하고, 노조와 재협상하고, 유휴 비행기를 주차할 보다 저렴한 장소를 찾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아메리칸 항공 그룹(American Airlines Group Inc.)의 바수 라자 전략담당 수석 부사장은 "앞으로 30~60일 동안 아무도 여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더 심각한 것은 그 이후인 향후 90일에서 150일 기간에도 여행을 갈 계획을 세우는 사람이 전혀 없다는 것입니다.”

현재 아메리칸 항공은 올 여름 예정했던 국제노선을 모두 취소했고 제휴 항공사와 연결되어 있는 런던, 마드리드, 도쿄 항공편만을 운행하고 있다. 이 노선에서는 승객들이 자매 항공사와 연결해 다른 항공편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메리칸 항공은 올 여름에 필라델피아에서 모로코 카사블랑카 노선, 시카고에서 폴란드 크라코프 노선, 시애틀에서 인도 방갈로 노선을 신설할 계획이었으나 모두 일단 2021년으로 연기했다. 아직 근로자들을 해고하지는 않았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감봉이나 무급 휴가를 권고한 상황이다.

독일 루프트한자 항공(Lufthansa AG)의 카스텐 스포르 CEO는 거의 비어 있는 프랑크푸르트 본사에 매일 출근한다.

"선장은 배가 가라앉는 순간까지 갑판 위에 있어야 하니까요.”

그는 방금 독일 정부 주무부처 장관의 전화를 받았다. 그 장관은 루프트한자가 중국에서 마스크를 공수해 올 수 있는 지 물었다. 물론 그는 흔쾌히 동의했다. 그는 또 거래 은행들과 새로운 신용 한도를 설정하고, 독일 정부뿐 아니라 벨기에, 오스트리아, 스위스의 정부들과도 재정 지원에 관한 대화를 시작했다. 그는 또 노조와 노동시간 단축 협상을 시작했다.

"지금은 카세트레코더의 일시정지(pause) 버튼이 아닙니다. 나는 테이프가 완전히 멈춰서(stop) 이것을 뒤집은(reverse) 다음 더 느린 속도로 다시 시작(restart)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정상 상태로 회귀하는 리셋(reset) 버튼은 없습니다."

루프트한자 그룹은 오스트리아항공, 브뤼셀항공, 스위스국제항공 등도 보유하고 있다. 스포르 CEO가 해당 국가의 장관들에게 정부 지원을 호소하는 이유다. 루프트한자 그룹은 현재 평소 운항 항공편의 94%를 줄였다. 그에 따라 보유 항공기 763대 중 700대가 지상에 묶여 있다. 평상시에는 지상에 대기하고 있는 항공기는 10여대 뿐이었다.

최근 스포르 CEO에게 새로 생긴 일은, 땅에 정박되어 있는 항공기의 연료 탱크 안에 녹조가 생기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넣어 주어야 할 화학 물질의 공급처를 찾는 것이다. 루프트한자는 그 동안 이 화학 물질을 중국으로부터 수입해왔는데, 이 화학 물질이 소독제의 원료로도 사용되면서 중국이 수출을 제한했다.

규모가 작고 취약한 항공사들은 더욱 절박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유럽의 한 군소 항공사는 군소 항공사들이 이번 기회에 채권단들의 보다 쉬운 먹이감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유휴 항공기들을 평소 운항하던 공항에 보관하지 않고 더 작고, 더 외딴 공항으로 옮기고 있다. 항공기 지상 보관이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항공사들은 비용을 들여서라도, 주차요금이 더 싼 멀리 떨어진 공항까지 비행기를 옮기고 있는 것이다.

컨설팅 회사 알릭스 파트너스(Alix Partners)의 레지나 리 전무는 "항공사로부터 압류 방지 등 자산 보호에 대한 문의가 많이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헝가리 부다페스트에 본사를 두고 있는 위즈 에어 홀딩스(Wizz Air Holdings PLC)의 요제프 바라디 CEO도 대부분의 운항편이 중단되면서 임직원들의 급여를 삭감하고 있다.

그는 이에 그치지 않고, 세계 각국 정부에 자국민 본국 송환 등 특수 임무 전세기 제공을 제안하고, 여객기까지 화물 항공기로 전환하는 등 새로운 사업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위즈는 헝가리 시민과 슬로바키아 시민을 송환하기 위한 주문을 받고 미국에 전세기를 띄웠으며, 마스크와 의료 장비를 공수하기 위해 중국으로 특별기를 보내기도 했다.

"지난 보름 사이 우리는 로스앤젤레스와 중국 베이징을 오가는 대륙간 화물 전문 특별기 항공사가 되었습니다. 전에는 생각해 본 적도 없는 사업입니다.”

위즈 에어는 약 12억 유로(1조 6000억원)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어 운항이 중단되어도 20개월은 버틸 수 있다. 바라디 CEO는 현재 두 개의 팀을 운영하고 있다. 한 팀은 항공기 주차를 관리하는 지상 업체들과 항공기 제조사인 에어버스 등 협력업체와 계약을 재협상해 회사 현금을 절약하는 한편, 위기가 지난 후의 기회를 찾는 임무를 맡고 있다. 또 다른 한 팀은 현재 상황이 끝나고 사람들이 여행을 재개할 때 어디가 가장 공백이 큰지, 또 고객들이 항공 서비스를 가장 필요로 하는 곳이 어딘지를 시뮬레이션을 통해 분석하는 일을 하고 있다.

바라디 CEO는 "이러한 노력은 절망적인 시기에도 우리가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음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단지 이 상황에 적응할 것인가? 아니면 환경이나 지정학적 변화에 따라 우리도 변화할 것인가? 분명한 건 어떤 경우든 그대로 멈춰있을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