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탄주대신 목넘김이 부드러운 술을 선호하는 분위기로 인해 고도주인 위스키 시장이 맥을 못추고 있다. 전체적인 위스키 시장이 침체되는 가운데 국내 위스키 시장을 주름잡는 빅3인 윈저와 임페리얼, 스카치 블루 중 유독 스카치블루의 판매량과 선호도가 떨어져 경쟁력 저하의 요인을 들여다봤다. 경쟁사에 비해 이미지마케팅과 영업력이 취약하다는 것이 업계관계자의 공통된 지적이었다.

강남의 특급호텔 위스키바. 스카치블루 위스키를 주문했더니 “스카치블루는 리스트에 없다”는 대답에 잠시 고개를 갸웃했다. 특급호텔이라 고급위스키만 구비하나 싶어 국산 위스키 가운데 비슷한 급인 '임페리얼'과 '윈저'도 없냐’고 확인차 물었다. 웬걸, 임페리얼과 윈저는 준비돼있다는 뜻밖의 답변이 돌아왔다. ‘왜 스카치 블루만 없냐’는 질문에 직원은 “손님들이 찾지 않다보니 그런 것 같다”고 대답했다.

스카치블루 위스키는 폭탄주로 즐겨 찾는 성향이 강하다는 얘기가 떠올라 이번에는 선릉역 근처에 위치한 유명한 고급 비즈니스 바(bar)를 찾았다. 약 1322 m² (400평) 규모로 하루 150~200여명의 비즈니스맨들이 찾는 곳이다. 이곳의 위스키 담당 매니저는 "국산 위스키의 판매량 자체가 낮지만 그 중에서도 스카치블루의 판매가 가장 낮다"고 밝혔다.

이곳에서 주로 판매되는 위스키는 디아지오의 조니워커. 국산 위스키로는 윈저의 판매율이 80%, 임페리얼 15%, 스카치블루가 5% 정도라는 것이 이 매니저의 귀띔이다. 윈저가 압도적으로 많은 이유에 대해 그는 '윈저를 취급하는 디아지오코리아측에서 고객을 상대로 하는 이벤트를 적극적으로 지원할 뿐 아니라 손님 역시 익숙한 브랜드를 자주 찾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위스키의 브랜드별 판매량 조사를 보면 전체적으로 저도주의 순한 술을 선호하는 분위기로 위스키 판매량이 떨어진 가운데 디아지오의 ‘윈저’는 98만7059 상자를 판매했지만 전년과 비교하면 2.0% 줄었다.페르노리카코리아의 임페리얼은 86만2813상자를 판매해 4.1% 감소했으며 롯데칠성음료의 스카치블루는 39만 5735상자로 1년새 무려 8.8% 감소했다.

고객과 바텐더의 마음 사로잡을 임팩트가 없다
윈저, 임페리얼, 스카치블루는 위스키 시장을 주름 잡는 빅3 제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유독 스카치블루의 선호도와 판매량이 떨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앞서 이야기한 선릉의 비즈니스 바(bar) 관계자는 “스카치블루는 우선 타 회사에 비해 고객대상 이벤트가 현저하게 떨어진다” 고 말문을 열었다. 지원이 약하니 당연히 지원에 적극적인 브랜드를 우선 챙길수 밖에 없고 그러다 보니 손님들 역시 평소 익숙한 브랜드를 찾는데 길들여진다는 해석이다.

10년 이상 호텔에서 바텐더로 근무한 최모씨는 “ 맛에서도 분명히 차이가 난다” 며 “ 위스키 시장에서 1, 2위를 다투는 윈저나 임페리얼의 경우 목넘김이 좋고 향이 좋아 고객들이 선호하고 있다” 고 설명했다. 호텔에 스카치블루를 취급하지 않는 이유를 묻자 “특급호텔이라 손님들이 고급 위스키를 찾는 이유도 있지만 스카치블루 12년산이나 17년산은 윈저나 임페리얼에 비해 고급스런 이미지가 덜하다” 고 말했다.

그는 조심스레 “이것은 브랜드가 가진 이미지의 문제로 마케팅의 차이가 있을 뿐이지 윈저나 임페리얼에 비해 스카치블루의 품질이나 급이 낮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신천의 위스키바에 근무하는 김모씨는 “ 스카치블루가 고급스런 이미지 마케팅 면에 있어 다른 브랜드보다 약한 것 같다"고 대답했다.

그는 "하다못해 윈저나 임페리얼은 세계 주류평가 대회인 IWSC(International Wine & Spirit Competition)등에서 입상하는 등 품질면에서도 고급 이미지를 갖고 있는 반면 스카치블루는 그런 객관적인 품질에 대한 입증 증거자료조차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뒤늦은 반짝 이벤트 호들갑 경쟁사 추격 역부족
게다가 지난해 10월부터 국세청이 위스키 불법 유통과 가짜 양주를 없애겠다는 취지로 차별 도입한 무선정보인식기술(RFID) 의무 부착을 현재 국내산 위스키에 먼저 적용했기 때문에 일부 유흥업소들이 국내브랜드 위스키 매입을 꺼리는 것도 스카치블루로서는 악재로 작용하고 있는 형국이다.

지난해부터 위스키 수요가 떨어지며 업체마다 마케팅 공세 수위를 높이자 스카치블루를 취급하는 롯데칠성음료 역시 소비자를 대상으로 다양한 마케팅을 시도했다. 먼저 12년산급 ‘스카치블루 인터내셔널’은 1998년 출시 이래 처음으로 목넘김이 부드럽고 풍부한 향을 가진 맛으로 리뉴얼했다. 제품 디자인도 특유의 둥근 병 모양은 그대로 사용하면서 중후한 느낌의 종이라벨을 사용하고 마개를 감싸는 쉬링크 필름과 포장케이스를 금색으로 바꾸어 고급스러운 느낌을 주었다.

또 이 같은 변신을 알리기 위해 여배우 엄정화 씨를 모델로 캐스팅하고 이 술을 ‘부드러운 남자’에 비유한 지면광고도 했다. 주요 버스노선 84대에 홍보 광고를 싣고 차량 전체를 홍보그림으로 도배하는 ‘스카치블루’ 랩핑 광고도 벌였다. 판매 업소에 50만장의 테이블 매트와 조명의 라이트박스를 제작해 지원했다.

그러나 경쟁사들도 만만치 않다. 디아지오는 프리미엄 이미지와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해 '셰어 더 비전(Share The Vision)’이라는 마케팅 캠페인을 선보이며 영화배우 이병헌 주연의 4D 뮤직 필름을 극장에서 상영하고 부활, 소울맨 등 등 국내 최정상의 가수들이 참여한 뮤직앨범과 대형 콘서트도 개최하는 등 3040 세대의 공감대를 이끌어내고 있다.

페르노리카코리아는 2011년 세계 3대 주류품평회인 ‘IWSC’에서 가장 높은 등급의 상을 받은 임페리얼 19퀀텀을 비롯해 17, 12년산 임페리얼 리뉴얼제품을 기반으로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따라서 이들 업체와 맞상대하는 스카치블루가 열세에 허덕이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게다가 상품 브랜드뿐 아니라 업체의 인지도 및 업장영업력, 홍보마케팅 규모, 바텐더들의 호응 등에서도 롯데칠성은 디아지오나 페르노리카코리아보다 약세인 것이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위스키 판매는 80%가 바(bar)나 룸살롱 등 유흥업소, 나머지 20% 정도는 소매점 및 대형마트의 비율이라는 업계관계자의 말을 감안할 때 스카치블루를 취급하는 롯데칠성음료는 보다 적극적인 업장 프로모션 지원과 단발성 이벤트가 아닌 이미지의 고급화 마케팅에 더욱 신경을 써야할 상황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최원영 기자 uni35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