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19 리스크 확산 장기화 우려, 투자 심리 동결

• 자산가치 안전 보존, 투자 방향성 부재 혼돈

• 코로나19 이후 구조적 변화 대비 필요

[이코노믹리뷰=진종식 기자] 국내 펀드 순자산액이 월간 감소액 기준으로 역대 최대 규모인 45조 6640억원이 감소했다. 이는 금융위기 당시의 2008년 9월의 31조 626억원을 14조 원이나 초과하는 최대 규모로 금투협이 관련 통계를 관리하기 시작한 2004년 1월 이후 월간 최대 감소 폭이다.

금융투자협회의 ‘국내 펀드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 3월31일 기준 공모펀드 순자산 총액은 646조 1900억원으로 지난 2월말 691조 8540억원 대비 45조 6640억원이 줄어들며 역대 최대 규모의 감소 현상이 발생했다.

총설정액 면에서도 3월31일 현재 658조 9970억원을 기록하며 지난 2월말 389조 2910억원 대비 30조 2940억원이 감소하여 펀드 투자액 총규모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일 펀드 증감에서도 31일 순자산 잔액은 전일(3월 30일) 대비 7조 3740억원이 감소했고, 설정액도 전일 대비 8조 5620억원이 감소하는 큰 감소 현상을 보였다.

투자자산 유형별 증감 내역을 보면 주식형펀드 순자산은 3월 말에 69조 5150억원으로 2월 말 78조 4960억원 대비 8조 9810억원이 감소했다. 설정액은 3조 2720억원이 감소했다.

혼합형펀드 순자산은 3월 말에 22조 8630억원으로 지난 2월 대비 1조 5720억원이 감소했고, 설정액은 5210억원이 감소했다.

채권형펀드 순자산은 3월 말에 114조 3570억원으로 2월 말 123조 960억원 대비 8조 7390억원이 감소했다. 설정액은 7조 3970억원이 감소했다.

MMF(머니마켓펀드) 순자산은 3월 말에 120조 8430억원으로 2월 말 144조 5360억원 대비 23조 6930억원이 감소하며 폭락 현상을 보였다. 설정액은 23조 5030억원이 감소했다.

각 유형별 투자자산의 감소 내용을 살펴보면 주식형펀드의 순자산은 8.9조원이 감소했는데 설정액은 3.2조원이 감소하여 차익 실현을 위한 환급이 많았던 것으로 보여진다.

혼합형펀드도 순자산 감소액은 1.5조원으로 설정액 감소 0.5조원 대비 큰 격차가 없어 역시 차익 실현에 의한 감소로 풀이된다.

채권형펀드의 순자산 감소액은 8.7조원을 기록하여 설정액 감소분 7.3조원과 비교하면 일부 차익 실현에 의한 환매도 있지만 펀드 거래 해약이 많았던 것으로 볼 수 있다.

MMF의 순자산과 설정액 감소액은 각각 23.6조원, 23.5조원으로 단기 파킹형 계좌에서 자산이 환급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전체 펀드 자산의 순자산액과 설정액이 대폭 감소한 이유는 코로나19의 전 세계 국가로의 확산에 따라 글로벌 경제가 장기 침체 우려가 확대되어 투자자들의 심리가 우려에서 공포로 바뀌면서 위험자산이나 안전자산 구분없이 자산을 투자하기 보다는 현금화하여 지키고 싶은 마음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의 전 세계 확산으로 금융,투자시장의 불확실성이 더 높아져 투자 심리가 위축에서 더 깊은 염려 수준으로 바뀌고 있다” 면서 “투자자들이 자산을 더 안전한 방법을 찾아 현금화하여 보유하고 있으면서 추가적인 위험은 회피하고 경기 회복기에 맞춰 투자를 준비하는 행태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임동민 교보증권 리서치센터 연구원은 “펀드 순자산이 역대 최대 규모로 감소한 것은 코로나19 이슈로 글로벌 시장의 주가가 단기간에 28% 정도까지 하락했기 때문에 자산가치를 지키기 위해 투자자들이 일시에 많이 환매하여 나타난 일시적 현상으로 보인다”면서 “다만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나타난 금융시장의 혼란 상태는 2008,9년 금융위기 때와는 다른 후속 대응정책을 펼쳐야 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서 “이유는 금융위기 이후 10여 년간 미국 경제만 홀로 건강하게 성장하고 실업률이 낮아졌지 그 외 중국과 이머징마켓은 계속 위기 속에서 허약한 경제 체력과 체질을 보유한 채 지내왔다”고 분석하고 “한국 경제도 경제적인 자신감이 낮았고 부채는 상승하여 질적으로 부실한 상태에 있었는데 코로나19 이슈에 의해 위험 방어에 취약한 점들이 드러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그는 “보통 통화정책에 의해 금리를 낮추고 재정정책으로 유동성을 충분히 공급하면서 시장에 동력을 불어넣는 방식이 과거의 경기 부양책이었다면 앞으로는 ‘헬리콥터 머니’처럼 수요를 진작시킬 수 있는 타깃을 정해서 필요한 자금을 기업과 개인에게 은행대출에 의한 간접 지원방식에서 직접 빠르게 자금을 수혈하여 경기 회복의 동력을 살리는 방법을 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 연구원은 이어 ”이런 정책은 국채 발행이 필요 없으므로 정부의 부채 증가 없이 정부지출을 늘리는 효과가 있으나, 무제한 통화를 공급할 경우 시장교란과 하이퍼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우려가 있으므로 적확한 대상 선정과 과감한 실행력으로 3분기 이후를 목표로 ‘V’자형이나 ‘U’자형 경기 회복을 도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최 황 한국편드평가 전략기획팀 연구원은 “일시적으로 펀드 자산이 크게 감소한 것은 큰 변동성이기는 하나 코로나19 사태 이전에 고점까지 상승했던 주가가 지난 3개월간 폭락해서 그동안 수익이 난 투자자들이 차익 실현을 위해 환매했고, 손실을 본 투자자 중에서는 추가 하락 위험을 회피하고자 환매한 경우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해외주식형 펀드의 자금흐름을 살펴보면 상대적으로 미국에 투자한 펀드에서 자금흐름이 많았고, 코로나19 공포로 미국증시가 단기간 크게 하락하자 저점 매수의 기회로 생각한 투자자들이 미국주식형 펀드로 자금이 많이 유입된 것으로 보인다.” 면서 “다만, 현재 미국에서도 코로나 확진자가 크게 증가하는 추세이기 때문에 미국 증시가 언제 회복될지 예측하기 어려운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최 연구원은 이어서 “글로벌 국가들이 과거 IMF와 금융위기를 경험하고 극복했지만, 코로나19라는 바이러스 이슈로 인한 경기침체는 과거의 경험과 모델에 따른 동일한 처방으로 회복하기 어려운 새로운 리스크를 만났다.” 며 “ 따라서 새로운 위험 대처 방안을 융합한 금융‧재정‧생활정책으로 대응해야 한다” 면서 “국내 시장의 경우 코스피 지수가 단기간에 1,400pt선까지 급락한 것은 다소 과도한 측면이 있지만, 바이러스 이슈로 인해 글로벌 경제가 비이성적으로 반응하고 있는 시점에서 앞으로 저점을 예측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실물경제 위기를 최소화하기 위해 강력한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이 시행되고 있지만, 최종적으로 증시가 회복하기 위해서는 코로나19의 감소와 더불어 실물경제가 회복되는 조짐(싸인)이 나타나야 한다” 며 “언제 전염병 리스크가 진정될지 예단하기 어려운 불확실성 때문에 투자자들이 방향성을 설정하는 것 자체도 어려운 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