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이미지투데이

[이코노믹리뷰=이가영 기자] 황금기를 맞았던 항공산업은 공급과잉, 수요둔화, 경쟁심화 등으로 생존 게임에 직면했다. 가뜩이나 치열한 경쟁국면에서 보이콧 재팬과 코로나19가 직격탄이된 셈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올 것이 왔다'는 해석도 있다. 경쟁심화로 인한 시장재편은 당연한 수순이라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국내 항공산업의 현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또 코로나19로 인한 항공업계의 위기는 언제까지일까. 전문가 3인의 입을 통해 국내 항공업의 위기와 전망을 추려본다. 

도움주신 분: 

송기한 항공교통연구원 항공교통연구본부 본부장(송)
허희영 한국항공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허)
황용식 세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황)

(가나다 순)

- 국내 항공산업의 위기는 어디서부터 시작됐다 보는가?

송: 증권가에서는 부채율이라던가 재무지표가 불안불안하다는 의견이 지속적으로 나왔다. 보이콧 재팬 이후에는 공급적 측면, 이전에는 비용과 수익 측면이 문제라 볼 수 있다. 항공사들이 경쟁하게 되면서 소비자들에게는 편익이 늘어났지만, 수요를 확보하기 위한 노력으로 항공사들의 수익률은 줄어들었다. 수요는 빠르게 증가했지만 항공사들은 어려워지는 상태가 된 것이다.

허: 항공업계에 2005년 LCC가 시장에 등장하고 10년 넘도록 시장에 큰 위기가 없었다. 그런데 6곳까지 늘어나는 동안 시장 경쟁이 치열해졌다. 한국의 경우 내수 시장이 차지하는 비율이 약하다. 결국에는 국제선에서 수익을 내는 구조인데, 그 과정에서 항공자유화가 된 일본, 중국 산동성·강서성 등 국제선에서의 경쟁도 치열해졌다. 이 같은 상황에서 보이콧 재팬, 코로나19로 결정타 두 방을 맞은 상황이다. 

황: 공급과잉 문제가 가장 컸다고 본다. 전 세계적인 추세 놓고 보면 한국 실정에는 FSC 1개, LCC 3개 정도가 적당하다. 경쟁이 심해지면서 외부 환경에 취약해질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됐다. 이 같은 상황에도 보이콧 재팬과 코로나19로 연이은 타격을 입게 된 것이다. 면역력이 약해진 상태에서 외부환경 리스크에 노출되자 위기로 번졌다.  

- 코로나19발(發) 위기, 언제까지 갈까? 

송: 현재 항공 수요가 95~96% 줄었다. 과거 사스 사례를 보면 수요가 회복되는 데 3~6개월이 소요됐다. 그러나 코로나19의 경우 아직 확산세인 만큼 사스 경우 보다는 회복이 더 걸릴 것 같다. 긍정적으로 봐도 내년 4월, 최악의 경우 내년 말까지는 어려울 수도 있다고 본다.

허: 해외 관련 기관들에 따르면 상반기는 이 같은 상황이 계속 이어지리라 본다. 3분기에도 회복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유럽·미국 노선은 회복이 더 늦어질 것으로 본다. 연말이 돼야 80~90%까지 회복되지 않을까 한다. 사스나 메르스 때 항공 수요는 브이자형으로 바닥을 찍고 가파르게 반등하는 추세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보다는 시간이 좀더 소요돼 U자형 반등을 이루리라 본다. 

황: 통제가 어려운 바이러스를 제하더라도 외교, 무역 등은 정부가 나서야 하는 부분이다. 상황 지켜봐야겠지만 코로나이후 정부의 행보에 따라 상황이 더욱 악화되거나 개선될 수 있다.

- 항공업계는 정부 지원이 부족하다는 반응이다. 시급한 지원방안은?

송: 항공업은 전후방 연쇄산업이 어마어마하다. 종사자들도 관광업을 포함하면 지난해 기준 21만명에 달하는 국가 기간산업이다.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미국의 경우 911테러 당시 항공업만을 위한 ‘정부 보증대출기금 관리 및 승인기관(ATSB)’을 설립해 항공사들의 지원을 도왔다. 이를 통해 항공사 안정화와 관련 미국 국적항공사에게 50억달러의 지원금을 지원하고 100억달러의 보증 대출을 지원했다. 

허: 해외 정부와 비교하면 국내 지원은 너무나 미미한 수준. 일례로 일본은 이번에 항공업을 살리려고 상한제가 없는 특별 융자제도를 만들었다. JAL이 망해본 전례가 있었기 때문이다. 독일과 영국, 프랑스도 무제한으로 지급 보증을 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싱가포르항공 1개사에서만 16조원을 쏟아붓는다. 한국은 항공업이 기간산업이라는 인식 부족하다.  

황: 가장 시급한 것은 현금 유동성 확보다. LCC의 경우 당장 버틸 수 있는 자금력 부족하다. 현금이 있어야 버틸 수 있다. 산업은행은 대출시 담보를 요구하지만 항공사는 항공기를 리스로 운용하기 때문에 담보 잡힐게 없다. 지금 같은 상황이라면 여름까지 버티지 못할 것이다.

- 항공사들의 자구노력 필요하다면? 

송: 지금 항공사들은 무급휴직, 권고사직 등의 액션을 취하고 있다. 극단으로 온 상황에서 자구책 낼 수 있는 건 다 냈다. 다른 대안이나 방법 고민할 수 있겠지만 수요가 95% 이상 감소한 상황에서 당장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할 상황이다.

허: 항공업계가 자구노력 하고 있다. 고정비용이 가장 많이 드는 게 기름값과 인건비인데, 인건비도 줄일 만큼 줄였다. 더하라고 하면 해고 밖에 없는데 그렇게 할 수는 없다. LCC의 경우 리스한 임차기를 조기 상환하는 방법도 있겠지만 이는 상황이 정상화되면 문제가 된다. 섣불리 결정할 수 없는 부분이다. 다만 도의적으로라면 책임져야 할 회사 대표들이 희생하는 모습 보여줬으면 한다. 한진해운이 파산할 당시 조양호 회장이 400억원 사재로 출연해 귀감이 된 바 있다. 

황: LCC의 경우 수익구조를 개선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간 국내 LCC들 FSC와 거의 다를 바 없는 비즈니스 모델을 운용해 왔다. 진정한 LCC로 거듭나기 위해선 비용적 측면에서 최소화할 수 있는 수익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FSC의 경우 오너경영에서 많은 문제 있었다.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경영부실 책임으로 물러나고도 65억원에 달하는 보수를 챙긴것만 봐도 그렇다. 오롯이 항공운송 사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경영 토대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