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출처=삼성전자

[이코노믹리뷰=황대영 기자] 삼성디스플레이가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전환에 속도를 내며 탈(脫) LCD(액정표시장치) 전략에 돌입한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는 오전 충남 아산사업장에서 대형사업부 임직원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갖고 LCD 사업에서 철수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삼성디스플레이는 올해 4분기부터 아산, 중국 쑤저우에 있는 7•8세대 LCD 생산라인 가동을 전면 중단한다. LCD 사업에서 철수함에 따라 QD(퀀텀닷) 디스플레이로 전환을 가속화할 방침이다.

LCD 업황 악화가 결정타다. LCD 패널 가격은 중국 업체들의 저가 공세에 잇따라 하락해왔다. 코로나19로 불거진 공급 악화로 65인치 기준 LCD 패널 가격은 지난해 4분기부터 올해 1분기까지 잠시 가격 상승세가 일어났지만, 장기적으로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더욱 우세하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장기적 관점에서 전략적 철수를 결정했다.

그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의지와도 일맥상통한다.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해 6월 1일 “단기적인 기회와 성과에 일희일비하면 안된다. 삼성이 놓치지 말아야 할 핵심은 장기적이고 근원적인 기술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이 부분에서 LCD를 단기적인 기회 및 성과에, QD를 장기적이고 근원적인 기술 경쟁력에 대입하면 이번 삼성디스플레이의 LCD 철수도 해석이 가능하다.

▲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캠퍼스. 출처=삼성디스플레이

앞서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해 10월 오는 2025년까지 QD디스플레이 생산시설 구축 및 연구개발 등에 총 13조1000억원 규모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삼성디스플레이의 LCD 캐파(생산여력)는 7세대 월 16만5000장, 8세대 36만3000장 규모다. 내년 초까지 LCD 생산을 중단할 삼성디스플레이는 LCD 개발·제조 분야의 임직원들을 중소형 사업부, QD분야 등으로 전환 배치한다.

글로벌 LCD 업황은 중국 업체 이외에 불황을 겪고 있다. 중국 업체도 점차 정부의 보조금이 혜택이 줄어들면서 공급 과잉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내에서는 삼성디스플레이와 함께 LG디스플레이도 지난해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1조3594억원 영업손실을 기록한 LG디스플레이는 LCD 비중을 점차 줄이면서 OLED(유기발광다이오드)로 전환을 꾀하고 있다.

느린 전환에 따른 결과는 일본 디스플레이 업계가 방증한다. 지난 2012년 일본을 대표하는 디스플레이 업체로 출범한 재팬디스플레이(JDI)는 2014년 상장 후 5년 연속 적자 늪에 빠졌으며, 수익성까지 좋지 않아 일부 생산공장을 매각에 밟고 있다. JDI는 한국과 중국 LCD 공세에 대응하기 위해 LCD에만 매달린 결과다.

반면 LCD 사업 철수를 선언한 삼성디스플레이는 QD디스플레이와 QNED(퀀텀닷 나노 LED) 개발에 집중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꾸준한 차세대 디스플레이 양산을 위해 장비를 발주하고 있다. 현재 블루 OLED를 광원으로 하는 1단계 QD디스플레이 생산을 준비 중인 삼성디스플레이는 본격적인 양산 전까지 중소형 OLED 중심으로 사업을 유지할 계획이다.

지난 19일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사업장을 방문했을 때도 변화는 감지됐다. 이재용 부회장은 현장에서 “예상치 못한 변수로 힘들겠지만 잠시도 멈추면 안된다. 신중하되 과감하게 기존의 틀을 넘어서자. 위기 이후를 내다보는 지혜가 필요하다. 흔들림 없이 도전을 이어가자”고 말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