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매그나칩 반도체가 국내 사모투자펀드운용사인 알케미스트캐피탈파트너스코리아와 크레디언파트너스가 설립한 특수목적회사(SPC)에 자사의 파운드리 사업과 청주공장(Fab 4)을 4억3500만달러에 매각하는 계약을 31일 체결했다고 밝혔다. 알케미스트캐피탈파트너스코리아와 크레디언파트너스가 설립한 매그너스 사모투자합자회사(PEF)에는 새마을금고중앙회와 SK하이닉스가 각각 50%+1주, 49.8%를 출자했다.

SK하이닉스가 지난 2004년 하이닉스반도체 시절 매각했던 매그나칩과 두 번째 인연을 맺는 장면이 눈길을 끈다. 이는 SK하이닉스의 조심스러운 파운드리 전략의 단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SK하이닉스 큰 꿈?

SK하이닉스가 매그나칩을 인수한 것은 아니다. 매그나칩은 자사 파운드리 사업과 청주공장(팹4)을 매각했으며 여기에 SK하이닉스가 주요 투자자로 참가하는 수준이다. 그러나 이번 ‘딜’은 SK하이닉스의 향후 파운드리 전략을 엿볼 수 있는 중요한 바로미터가 될 전망이다.

SK하이닉스의 지난해 사업보고서를 보면 주력인 D램 매출은 20조3000억원, 낸드플래시 매출은 5조1000억원 수준이다.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강력한 존재감을 보이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지나친 메모리 반도체 쏠림 현상에 따라 기초체력이 외풍에 쉽게 흔들리는 지점이다. 이는 메모리 반도체 수퍼 사이클 시기에는 강점이지만, 수퍼 사이클이 종료되는 순간 최악의 실적 악화로 이어진다. 실제로 SK하이닉스의 지난해 D램 매출은 전년 대비 35% 넘게 하락했고 낸드플래시는 31%의 하락세를 보였다.

사업 다각화 전략이 필요한 가운데 비메모리 경쟁력에 시선이 집중된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 전체를 봐도 메모리 반도체의 삼성전자가 주춤하는 가운데 비메모리 반도체의 강자 인텔이 승승장구하는 등, 상대적으로 비메모리 반도체의 강세는 안정적이라는 평가다. 그런 이유로 SK하이닉스는 이미지 센서와 파운드리를 택하고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성과도 나쁘지 않다. SK하이닉스 전체 매출에서 비메모리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한 자릿수에 불과하지만 성장세는 고무적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SK하이닉스의 지난해 실적보고서를 보면 비메모리 매출은 전년 대비 1.5배 증가했다.

블랙펄이라는 자체 이미지 센서 브랜드가 호평을 받는 한편 SK하이닉스시스템IC도 거침없이 질주하고 있다. SK하이닉스시스템IC는 2017년 분사됐으며 중국 장쑤성 우시에서 합작법인을 설립해 2분기부터 양산에 돌입하는 등,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그 연장선에서 SK하이닉스는 매그나칩과의 연대를 바탕으로 입체적인 전략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 우선 SK하이닉스의 비메모리 매출이 탄력을 받는 가운데, 매그나칩과 함께 8인치 파운드리 시장의 외연 확장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 출처=갈무리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의 강자인 TSMC와 삼성전자가 주로 12인치 파운드리 시장에서 경쟁하는 가운데 8인치 시장은 거대 플레이어들이 각축전을 벌이지 않는 중이다. 그런 이유로 SK하이닉스는 매그나칩과의 연대를 통해 양질의 인력을 확보, 8인치 파운드리 시장에서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할 것으로 보인다.

아직은 조심스럽다

SK하이닉스가 비메모리 시장 전체에 관심을 두고 움직이고 있으나, 매그나칩 파운드리 공정을 전격 인수하는 것이 아니라 주요 투자자의 지위에서 활동하는 행간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는 SK하이닉스가 전격적인 비메모리, 파운드리 사업에 집중할 가능성이 낮다는 것을 시사한다.

실제로 SK하이닉스 입장에서 메모리 반도체 업황 악화가 시작됐다는 이유로 전격적인 파운드리 등 비메모리 사업에 집중할 수 있는 동기는 거의 없는 편이다.

우선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코로나19 여파에도 불구하고 서버용 반도체를 중심으로 호조세를 보이고 있어, SK하이닉스 입장에서는 주력인 메모리 반도체에 더 집중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최근 비메모리 매출이 늘어나고 있으나 여전히 사내 매출 비중이 낮은 상태에서 전사적인 승부수를 던지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런 이유로 현 상황에서 시장 호조세를 보이는 틈새시장인 8인치 파운드리에 집중하며 조심스러운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 매그나칩 김영준 대표이사. 출처=매그나칩

매그나칩의 승부수는?

매그나칩이 SK하이닉스 등이 포함된 사모펀드에 파운드리 사업 등을 매각한 가운데, 파운드리 사업부 및 청주공장에서 근무하는 약 1500명 임직원의 고용은 인수기업으로 승계된다는 설명이다.

매그나칩 김영준 대표이사는 “파운드리 사업과 청주공장에 대한 전략적 평가를 면밀히 실시한 결과, 매그나칩 이사회와 경영진은 회사 매출의 40%를 차지하는 파운드리 사업을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는 기관에 매각하고, 나머지 60% 비중을 차지하며 약 5억달러 매출을 이루는 디스플레이 솔루션 사업과 전력 솔루션 사업에 집중하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라고 판단했다”고 배경을 설명하고 “이번 발표는 직원, 고객, 주주를 포함해 양사의 최고의 선택이다. 두 회사 모두 역량을 강화하고, 미래 성장에 주력할 수 있게 되어 지속 성장의 발판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매그나칩의 전략도 세밀하게 다듬어질 가능성이 높다.

매그나칩은 현재 패널 업체를 보유하지 않은 논캡티브(Non-Captive) 세계 1위의 OLED 디스플레이 구동칩 공급 업체며, 세계 최대의 스마트폰 패널 제조사에 OLED 구동칩을 공급하고 있다. 다양한 OLED 구동칩 제품군은 업계 최저 전력의 28나노 제품을 포함하고 있으며, 5G 스마트폰 모델에 공급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하나의 큰 기둥은 전력 솔루션 분야다. 매그나칩은 스마트폰 배터리의 전력 효율성을 높이는 배터리 FET(Field Effect Transistor)을 비롯해, 소비자 가전, 통신, 산업용 제품 등에 쓰이는 Super-Junction MOSFET, IGBT, Power IC 등의 프리미엄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파운드리 사업 매각 후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한다는 각오다.

김영준 대표는 “디스플레이 솔루션 사업 가운데 OLED 사업과 전력 솔루션 사업의 매출은 최근 4년간 각각 260%, 111%의 높은 성장을 이뤘냈다”라며 “새로운 매그나칩은 향후 디스플레이 및 전력 솔루션 사업 육성, 구미 공장 생산능력 확대를 통해 높은 경쟁력을 갖춘 일류 제품 기업으로 한 단계 더 도약 발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 삼성전자 클린룸. 출처=삼성

큰 손 삼성전자는 어떻게 움직이고 있나

SK하이닉스가 매그나칩의 손을 잡고 조심스러운 파운드리 시장 공략에 나서는 상황에서,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시장 전략에도 시선이 집중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반도체 비전 2030을 통해 파운드리 중심의 로드맵을 강화하고 있다. 2030년까지 133조원의 투자를 단행해 연구개발에 73조원, 생산 인프라에 60조원을 투입한다는 방침이다. 2030년까지 연평균 11조원의 연구개발 및 시설투자가 집행되고, 생산량이 증가함에 따라 42만명의 간접 고용유발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직접 고용 인력은 1만5000명에 이른다. 나아가 국내 팹리스와의 생태계 조성에도 나선다.

지난해 신년 일정으로 5G 현장을 찾았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올해 초 반도체연구소를 찾은 바 있다. 이 부회장은 현장에서 “과거의 실적이 미래의 성공을 보장해주지 않는다”면서 “역사는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가는 것이다. 잘못된 관행과 사고는 과감히 폐기하고 새로운 미래를 개척해 나가자”고 강조했다. 지난 1월과 2월에는 화성사업장을 찾아 V1 라인을 방문하기도 했다. 이 부회장이 방문한 V1 라인은 삼성전자이 첫 EUV 전용 라인으로 최근 본격적으로 7나노 이하 반도체 생산에 돌입했으며, 앞으로 차세대 파운드리 제품을 주력으로 생산할 계획이다.

다만 삼성전자의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1위 TSMC와의 격차가 벌어지는 분위기다. 최근 갤럭시S20에 엑시노스가 아닌 스냅드래곤 865를 전량 채우는 한편 퀄컴의 X60 파운드리 물량 일부를 수주하는 등 고무적인 성과를 내고 있으나 ‘결정적 한 방’은 없다는 분위기다. 최근 업계 일각에서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 분사 가능성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