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패션, 뷰티, IT업체들의 대형단독형 매장인 플래그십 스토어가 명동에 대거 입점하면서 명동이 급부상하고 있다. 높은 임대료에 못미치는 낮은 수요로 '허울좋은 패션1번지'로 불렸던 명동이 관광객 1000만 시대를 맞아 변신에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특히 자사의 브랜드를 효과적으로 알릴 수 있는 플래그십 스토어 형태의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명동 중앙로에 진출하면서 한때의 유행처럼 비쳐졌던 한류(韓流) 바람을 열풍으로 바꿔놓고 있다. 한류열풍으로 명동상권이 아연 활기를 띠고 있는 가운데 기업들이 재발견한 명동상권의 가치를 통해 환한 빛으로 떠오르는 명동(明洞)을 재조명해 본다.

글로벌 SPA브랜드인 ‘유니클로’가 아시아 최대 규모의 매장을 명동에 입점하는 등 최근 명동이 ‘한류’의 새로운 진원지로 각광받고 있다. 그동안 명동은 비싼 임대료에 비해 수요가 높지 않아 많은 자영업자들이 비싼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하고 떠나고 다시 채우기를 반복해왔다. 특히 2010년 침체기를 겪으며 보증금과 권리금 모두 급락했던 명동이 한류의 흐름을 타고 외국인 관광객이 증가하자 자영업자들이 떠난 자리에 기업들이 들어섰다.

그들은 플래그십이라는 단독매장의 형태로 자사의 브랜드를 알리며 외국인 관광객들의 매출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명동관광특구협의회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1년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979만여명. 그 중 68% 인 665여명이 명동을 방문했으며, 외국인 관광객 선호도 조사 역시 1위는 '부동의 명동'이 차지했다. 외국인 관광객으로 수요층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자 국내 기업은 물론 글로벌 기업들 역시 명동을 주목하기 시작했다.

이미 자라나 망고 등 글로벌 SPA브랜드가 자리한 명동에 한 획을 긋듯 일본 SPA브랜드인 유니클로는 뉴욕 맨해튼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플래그십 스토어를 명동에 3966㎡(1200평) 규모로 입점해 명동상권의 가치를 입증했다.

“땅값이 가장 비싸다는 것은 그만큼 유동 인구가 많고 입지가 좋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에 그만한 가치가 있을 것” 이라는 유니클로 야나이 타다시 회장의 결단이 아시아 최대 규모의 매장을 명동에 낸 이유였다. 그의 생각은 그대로 적중해 실제로 오픈 3일 만에(11월11~13일) 총 12만명의 방문객과 36억원이라는 매출을 올리는 신기록을 달성해 일본 본사조차 놀라게 했다.

외국 브랜드 뿐 아니라 국내 브랜드인 제일모직의 ‘에잇세컨즈’나 이랜드의 ‘미쏘’ 역시 외국관광객의 기호를 파악하고 국내뿐 아니라 외국인들에게 자사의 브랜드를 알리기 위해 개성을 표현할 수 있는 단독매장형태인 플래그십스토어로 명동에 들어섰다. 패션뿐 아니라 화장품 업계의 진출은 더욱 눈에 띈다. 외국인들에게 ‘코스메로드’(‘코스메틱스(화장품)’와 ‘로드(길)’의 합성어)라 불릴 정도로 중저가 화장품들의 명동 입점은 한집 건너 하나씩일 정도로 흔하다.

공시지가가 가장 높은 지역도 현재 중저가 화장품브랜드인 네이처 리퍼블릭이 입점해 있는 상태다. 높은 공시지가 만큼이나 월 임대료가 억대인 명동에 화장품 기업들이 잇달아 입점하는 이유는 임대료를 충분히 소화할 수 있는 높은 매출과 브랜드 홍보 효과 때문일 것으로 분석된다. 화장품 업계에 따르면 중앙로의 경우 1, 2층 165㎡(50평) 매장 기준으로 보통 월 임대료만 5000만원 수준이며 1번가는 3500만원 선이다. 그러나 토니모리 명동 1호점은 52.8㎡의 점포가 5억~6억원 가량의 월매출을 올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패션, 의류 등 소비재 분야의 잇단 플래그십 개장 열풍 속에서 정보통신(IT) 업계 또한 명동을 주목하고 있다. 신제품·신서비스의 팝업 스토어 형태의 이벤트는 물론, 차세대 이통 서비스에 맞는 새로운 유통 패러다임의 테스트도 이뤄지고 있다. 애플은 프리스비 매장을 통해, SK 텔레콤은 체험형 매장인 ‘T월드스마트’ 를 통해 첨단 스마트 기기를 직접 이용해볼 수 있는 체험매장을 운영중이다.

명동효과는 패션, 뷰티, IT뿐 아니라 건물용도까지 변화시켰다. 공실이 많던 오피스나 매출이 급락한 쇼핑몰 등이 매해 약 100만명씩 급증하는 외국인 관광객 수요를 타깃으로 비즈니스 호텔로 전향하고 있다. 명동의 대표 쇼핑센터이자 랜드마크인 ‘명동 밀리오레’가 비즈니스호텔로 업종을 변경해 현재 리모델링 중이며 복합쇼핑몰 ‘엠플라자’(옛 유투존)도 지상 7~22층을 315실 규모의 호텔로 바꿀 채비를 하고 있다.

이 밖에도 명동의 내로라하는 건물 약 10여 개 이상이 호텔로의 변신을 서두르고 있다. 유동인구가 많은 저층은 상업용으로 두고 발길이 잘 닿지 않는 고층을 호텔로 전환해 추가 수익을 창출하고자 하는 것이 이들의 공통된 전략이다.

최원영 기자 uni35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