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장서윤 기자]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은 26일(현지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미 경제가 경기 침체에 들어섰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미 경제는 기본적으로 양호하다며 코로나19의 경제적 영향에 대응하기 위해 계속해서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강조했다.

파월 의장은 이날 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아마도 경기 침체에 있을 수도 있다(We may well be in a recession)"면서도 "하지만 지금은 일반적인 경기침체와는 다르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우리 경제는 기본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다. 오히려 정반대다“라고 말했다.

미국 중앙은행 격인 연준의 현직 의장이 특정 방송과 인터뷰를 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사태에 대한 엄중한 인식을 반영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파월 의장은 그러면서 "일단 코로나19 확산세가 진정되면 경제에 대한 자신감이 회복될 것이고, 우리는 가능한 반등이 강력하게 이뤄지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19 확산세가 빨리 진정될 수록 경기회복도 더 빨라질 것"이라며 "2분기에는 경제 활동이 상당히 감소하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경제활동을 재개하면 하반기 다시 반등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망했다.

이어 "연준도 코로나19발 신용경색이 발생하지 않도록 강력한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며 "자금 공급과 관련한 추가 조치를 위한 탄약(경기부양을 위한 통화정책 수단)을 여전히 보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연준은 앞서 15일 금리를 제로 수준(0.00~0.25%)으로 내린 데 이어 23일엔 무제한 양적완화(QE)를 선언했다. 이날 발언은 향후 연준이 나서 시중에 수조달러를 풀 것이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파월 의장은 미국 경제가 한 달째 이어지는 폐쇄를 견딜 수 있겠냐는 지적에 "독특한 상황"이라며 "사람들은 이것이 일반적인 하강이 아니라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공교롭게도 이날 인터뷰는 미국 셋째 주(15~21일) 실업수당 청구 건수 발표 직전에 방송됐다. 총 건수는 328만3000건으로, 지난주보다 12배 폭증했다. 이에 코로나19 확산이 실업률에 본격 반영되면서 경기침체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금까지 주간 기준 최대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1982년 10월 당시 69만5000건이었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이날 파월 의장의 등장을 두고 ‘실업대란’발 혼란을 잠재우려는 의도가 담겼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파월 의장은 또 내달 12일 부활절 전 사회적 거리두기 등의 가이드라인 완화를 검토 중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최근 발언에 대해선 "우리는 팬데믹(대유행) 전문가가 아니다"라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다만 그는 "'바이러스가 시간표를 설정할 것'이라는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의 말이 맞아 보인다"며 "바이러스 확산을 억제한 후에 경제활동을 재개하는 것이 일의 첫 번째 순서"라고 애둘러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