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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동진 칼럼 : CEO만 보세요] “거름 지고 장에 가면 왜 안 되나?”

“거름지고 장에 간다는 말 뜻을 아냐?”

어느 날 나이 지긋한 지인 한 분이 내게 물었다. 너무 어이가 없어서 피식 웃고 말았는데, 그 뒷얘기가 덧붙었다.

“너도 잘 모르는구나!”

“예, 아니 그런 말을 왜 몰라요.”

하도 어이가 없어서 그냥 그 정도 대화로 마무리하려 했는데 계속해서 꼬치꼬치 캐물었다.

“그게 무슨 뜻이야?”

“떠 보시려는 겁니까? 저 초등학교 졸업한 사람입니다. 그것도 모르겠어요?”

내가 어찌 나오나 이래저래 간을 보기 위해 낚시질을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에 즉답을 회피하고 반응을 살폈다. 그런데 이어진 대화에도 그의 태도는 자못 진지함을 유지하고 있었다.

“남이 장에 간다니까 자기도 얼씨구나 하고 거름 짊어지고 장에 따라 간다는 거잖아요.”

“그래, 그런데 그러면 안 되나?”

“거름은 어디다 뿌립니까?”

“밭에.”

“예, 그런데 이유 없이 장에는 왜 따라갑니까?밭에 가서 거름 뿌려야죠.”

“옛날 사람들은 죄다 농사를 지었잖아?그러면 전부다 거름이 필요하잖아. 그럼 장에 가서 거름을 팔 수도 있잖아? 장에 가서 거름 팔아오면 안될 이유라도 있을까?”

당연한 것이 이상한 것이 되기도 하는 세상

하여간 그날 대화는 식사와 함께 반주를 하는 와중에도 그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서 옛날 농사짓는 방식, 똥장군, 시골 변소 구조, 퇴비, 오줌 그리고 똥 같이 온갖 냄새 나고 더러운 것들에 대한 장광설을 늘어놓을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도 끝끝내 그 분의 생각을 뒤집지는 못했다. 대화의 결론은 ‘왜, 거름을 장에 내다 팔면 안 될까?’, 그리고 ‘혹시 거름이 냄새가 나서 장에서 못 파는 거야?’ 라는 되물음이었다.

그 대화를 나눈 지 몇 개월이 지났는데도 잊히지가 않는다. 그리고 내 머리가 이상해진 것인지 이제는 생각지 못하던 부분이었는데, 오히려 그런 질문이 신선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날 그 지인이 내게 그 뜻을 몰라서 물었든지 아니면 알면서도 다른 각도에서 한번 더 생각해 보라는 뜻으로 그렇게 했든지 간에, 나는 나대로 자가발전을 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너무나 당연하다고 여긴 것들에 대해 살짝 허를 찔린 듯한 느낌이다. ‘장에 가는 친구를 따라 가서, 거름을 장에 내다 팔아서 살림에 보탤 수도 있지 않을까?’

선진국이라는 말은 초중고를 다니면서 아마도 가장 많이 들었던 말 중의 하나일 성 싶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우리는 언제쯤 선진국 수준에 도달할 수 있을까 하는 마음이었다. 후진국에서 태어나 개도국에서 학교를 다녔고 중진국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늘 선진국에 치여 살다 보니 선진국은 저 먼 나라 얘기일 뿐, 그 말 앞에선 저절로 자존감이 무너지곤 했다.

그러던 와중에 코로나19로 온 세상이 발칵 뒤집혔다. 적극적으로 의심환자를 찾아내고 동선을 추적하고 확진자를 가려내서 격리하는 일상이 지속됐다. 너무나 당연한 일들을 두고 언론을 필두고 정치권과 그 옆에선 왈가왈부 말들이 많았다. 너무나 당연해서 단 한번도 이상하게 생각할 수 있으리라 생각지도 못한 것들에 대한 집요하리만치 공격적인 자세는 수그러들지 않았다.

하지만 똑 같은 공포에 대해 전세계가 노출된 지금, 힘겹게 오늘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수많은 외신들의 호평이 쏟아지고 있다. 정작 우리는 너무나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들에 대해 해외에서는 신기해 하고 놀라워하고 있다. 먼저 우리나라가 급격하게 확진자가 늘고 있을 2월의 하순에서 미국의 ‘Time’지는, 미국의 타임지가 대체 어떤 매체란 말인가, ‘한국의 확진자 증가는 개방성 투명성이 반영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영국의 ‘이코노미스트’는 ‘공공의료 분야에서의 정직함은 희망보다 더 큰 가치’라며 우리의 방식을 높이 샀고, 미국 방송인 abc News 역시 ‘세계 보건 전문가들이, 진단 속도와 범위에서 한국의 진단능력은 인상적’이라며 입을 모았다. 독일 ‘슈피겔’은 ‘한국의 접근 방식은 전 세계 의료진에게 새로운 바이러스에 대한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수 있다’고 했고, 오스트리아 ‘디 프레세’는 ‘투명하고 체계적이며 민주적인 대처방식을 보여주고 있다’고 하기도 했다.

미국의 ‘블룸버그’는 ‘한국이 전방위적으로 펼치는 검사가 이 새로운 질병에 대한 해법을 찾는 길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미국 CBS는 또 ‘한국이 전쟁에서 승기를 잡는 교과서를 보여주고 있다’고 했으며, 그 유명한 미국의 뉴욕타임즈는‘경제를 포기하지 않고 바이러스를 막은 곳은 한국뿐’이라고 치켜세우기도 했다. 이름만 들어도 설레게 하는 해외 유명 매체와 세계적인 석학과 리더들이 우리를 바라보고 있다.

정부를 포함한 방역 및 의료 관계자들에게 무한한 감사를 느끼지만, 우리는 이것이 당연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나라를 틀어막고 지역을 봉쇄하고 이동을 제한한다고 해서 창궐하는 바이러스가 그냥 잡혀주는 것은 아니다. 바이러스를 잡아내고 걸러내고 막아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그래서 우리나라는 바이러스를 잡는 데에 주력했다. 대규모로 진단하기 위한 시스템 만들기에 민관 관련기관들이 협력하고 적극적인 검사를 진행하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닌가?당연한 것들을 당연히 할 뿐인데도 우리가 지금까지 우러러보던 선진국에서는 아주 아주 특별한 일이었다.

날이면 날마다 전해져 오는 해외 소식은 붕괴, 패닉 그리고 사재기였다. 왜 그리들 휴지에 목을 메는지 의아스럽기만 하다. 물론 휴지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지만, 재앙이 닥쳐서 집에만 있어야 한다고 해서 최우선 순위가 휴지가 되어야 하는 것인가에는 의문이다. 그리고 우리는 이런 정도의 재난으로 사재기에 왜 시장이 마비가 되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의아스럽지만 선진국들은 그러지 못한가 보다.

사람, 회사, 일, 일상, 사실 이 모든 것들에 당연한 것은 없었다

OECD에 가입한 지도 이미 세월이 흘렀고, 아시안게임 올림픽 월드컵도 성황리에 치렀지만 우리는 늘 아직도 선진국 문턱도 밟지 못했다고 입을 모았다. 수출을 늘리고 생산을 증대해서 해외에서 한국산이 휩쓸고 있을 때도 우리는 아직 시민의식이 부족해서 감히 선진국이라는 말을 사용하지도 못했다. 있지도 않은 중진국이라는 말로 스스로를 가둬놓기만 했다. 가야 할 길이 너무나 멀어 보였다. 그런데 어느 틈엔가 우리의 시민의식이 소위 선진국 사람들의 수준 위에 있었고, 우리의 삶의 방식 또한 선진국이 보유한 것 보다 앞서 있었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다시 한번 생각해 볼 때가 아닌가 싶다. 그 동안 우리는 너무나도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들이었는데, 아니었다. 우리 스스로만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싶다. 자화자찬도 아니요 스스로에 대한 칭찬도 아니다. 단지 최근 일어나고 있는 일련의 상황에 비춰볼 때 우리는 우리를 모르고 있었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어느 조직이나 거기서 거기지만, 내가 몸담고 있을 때 바라본 우리 조직은 한심하기 그지없다. 하지만 이직을 해보면 ‘라떼는 말이야’는 말이 저절로 나오고 ‘왕년엔 그랬지’라는 습관에 빠지게 된다. 경영진과 관리직 사람들은 늘 조직원들이 눈에 차지 않아서 손가락질 하고 입을 차 대기 일쑤지만 그 사람이 빠진 빈 자리에서는 그 사람의 진가를 느낄 수 밖에 없다.

다가올 경기변동이라는 것은 예측도 할 수 없어서 늘 당하고 살기만 했다. 잘 나가나 싶었던 회사도 내가 이직 하기만 하면 이슈의 소용돌이에 휩싸였고 헤어날 수도 없을 만큼 침잠하곤 했다. 늘 비상경영 구조조정 조직변동에 불안해 했고, 밖에 나가서는 큰 소리는커녕 어깨 한번 제대로 펴보질 못했다. 재무상황이 악화된 회사에 소속된 직원들은 밖에서도 얼굴을 구기면서 살아야 했고, 안에서는 억눌려 살 수 밖에 없었다.

아침에 8시반까지 출근해서 업무를 시작하고 점심 때 구내식당에서 마주보고 얘기하며 식사를 하고, 삼삼오오 모여서 커피 한잔에 수다도 떨고 퇴근길엔 마음 맞는 동료들이 모여서 삼겹살에 소주 한잔 걸치며 푸념을 늘어 놓던, 너무나 당연한 것들이 지금은 아주 특별한 것들이 되어 버렸다.

코로나 사태가 진정되는 우리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시금 회사 일에 코 박고 살게 될 것이다.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두다 소중하고, 서로 모여 허심탄회 회의를 하고, 거래처 사람들을 만나고, 마음 편히 공장을 돌리는 것이 사실은 당연한 것들이 아니었다. 회사에 사람들이 저절로 들어와서 업무를 차고 나가는 것도 당연한 것이 아니었다. 우리가 힘들게 하나씩 노력하여 일구어 낸 것들이었다. 당연한 것들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모두가 그렇진 않겠지만 ‘친구 따라 거름 지고 장에 가서 돈을 벌어올 수도 있겠다’는 당연한 것들에 대한 생각도 바꿔볼 때가 아닐까 싶다.

구동진 칼럼니스트·홍보인  |  expert@econovill.com  |  승인 2020.03.31  08:4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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