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장영일 기자] 제로금리, 저성장 시대에서 생존의 기로에 서 있는 은행권에서 우리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가 앞으로의 운명을 가를 한 주를 맞이한다.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과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의 연임이 이번주 주총에서 판가름 나기 때문이다. 국민연금 등이 반대 의견을 냈지만, 두 회장의 성과와 경영의 지속성을 감안하면 연임 전망은 높다는 분석이다. 

24일 은행업계에 따르면 우리금융은 25일 주총을 열고 손태승 회장의 연임안을 의결할 계획이다. 26일엔 신한지주가 주총을 열어 조용병 회장의 연임안을 처리한다.

손 회장과 조 회장의 연임 가능성은 높게 점쳐진다. 우선 연임을 가로막을 수 있었던 장애물은 제거됐다.

금융감독원이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의 책임을 물어 '문책 경고'를 내린 결정을 취소하기 위해 손 회장이 낸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은 법원이 손들어 줬다.

손 회장은 금융당국으로부터 중징계를 받아 앞으로 3년간 금융회사에 취업하지 못하는 상황에 놓였었다. 손 회장의 차기 회장 취임 도전 과제로는 주총 승인만 남았다.

신한은행장 재임시절 고위임원 및 지인의 자녀를 부정채용했다는 혐의로 기소된 조 회장도 지난 1월 22일 1심 재판에서 징역 6월에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조 회장이 법정 구속을 피하면서 이사회도 연임에는 문제가 없다는 의견을 냈다.

남은 과제는 주총인데 우리금융과 신한지주 이사회가 손 회장과 조 회장의 연임에 찬성한 상황이다. 대주주인 국민연금과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의 선임 반대 의견이 나왔지만 찻잔 속 태풍에 그칠 전망이다.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와 국내 의결권 자문사인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는 기업가치 훼손 내지 주주권익 침해 이력이 있다면서 손 회장과 조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에 반대를 권고했다.

국민연금도 같은 이유로 손 회장과 조 회장의 연임안건에 반대 의결권을 행사하기로 결정했다.

국민연금은 우리금융 지분을 7.71% 보유하고 있는데, 과점주주로 이뤄진 이사회가 찬성하면서 사실상 큰 의미는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17.25%의 지분을 가진 예금보험공사도 손 회장 연임에 찬성한 상황에서 6대 과점주주의 지분(24.58%)과 우리사주(6.42%)를 더해 50%에 가까운 우호 지분을 확보한 상태다.

신한금융도 국민연금이 9.38%를 보유중이지만, 핵심주주인 재일동포 주주(15%)와 전략적 투자자인 BNP파리바(3.55%), 미즈호홀딩스(1.5%), 우리사주(5.07%) 등 우호 지분만 25%를 넘는 상황이다.

특히 외국계 지분의 경우 지난해 최대 실적을 거둔 양 지주 수장을 교체할 이유는 더욱 없을 것이란 전망이다.

신한금융은 지난해 사상 최대의 당기순이익(3조4035억원)을 달성했으며, 우리금융도 1조9041억원의 당기순이익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손태승 회장과 조용병 회장의 후계자에 대한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수장을 바꾸는 것은 모험일 것"이라면서 "은행권에 전례 없는 위기감이 감돌고 있는 상황인데 감독당국와 국민연금 등이 좀 더 엄중한 현실을 들여다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