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이코노믹리뷰 이미화 기자]


명동은 분명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패션과 화장품이 명동 거리를 누비고 있지만 그 사이에 스며든 IT위력 또한 만만치 않아 보인다. 단순히 IT기기 매장이 명동에 입점했다는 얘기는 아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 첨단기기들이 컨버전스로 버무려지면서 명동에 IT플래그십을 상륙시키면서 명동이 또한번 업그레이드될지 주목된다.

의류 등 소비재 분야의 잇단 플래그십 개장 열풍속에서 정보통신(IT) 업계 또한 명동을 주목하고 있다. 신제품·신서비스의 팝업 스토어 형태 잦은 이벤트는 물론, 차세대 이통 서비스에 맞는 새로운 유통 패러다임의 테스트도 이뤄지고 있다. 첨단 스마트 기기를 직접 이용해볼 수 있는 체험매장 개설도 그 일환이며, 1인 창조기업 지원을 위한 사무공간도 개설, 운영되고 있다.

해외 관광객 등 겨냥 체험이벤트 봇물
유동인구가 많은 탓에 업체별로 ICT(정보통신기술) 신제품·신기술을 앞세우는 다양한 행사도 많이 마련된다. 이통3사 경쟁이 붙은 LTE 망 구축에 있어서도 명동은 최대 격전지 중 하나다. ICT 체험매장은 이통사나 단말 제조사 모두 관심을 갖고 운영하고 있다. 내수를 위주로 하는 속성 상 이 지역 매장을 매출 확대보다는 마케팅 용도로 주로 활용한다는 것이 차이점이다. 특히 외국인의 방문이 급증하면서 이통사 매장의 경우, 전략점으로서 더 큰 가치를 부여하고 있다.

광화문 KT에 ‘올레스퀘어’가 있다면, 대형 체험매장으로 지난 2010년 5월부터 지난달 초까지 운영됐던 ‘T월드 멀티미디어 매장’은 SK텔레콤의 플래그십 스토어로서 역할을 했다. 현 프리스비 옆에 운영되던 이 매장은 현재 ‘발전적인 해체’를 통해 명동 밀리오레 부근(SKT 직영점)과 을지로 방면 명동 입구쪽(을지로점) 2군데의 ‘T월드스마트’ 운영으로 거듭났다. 규모보다는 ‘개수’로 승부하겠다는 SK텔레콤 유통정책 변화에 따른 것이다.

이와 관련 SK텔레콤 관계자는 “T월드 멀티미디어 매장 운영을 통해 차세대 이통에 맞는 유통 구조를 테스트 했고, 그 운영 경험을 토대로 ‘T월드스마트’ 매장 2곳으로 변경,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T월드스마트’는 ‘T월드카페’와 함께 SK텔레콤이 새롭게 시도하는 단말 유통의 일환으로, 복합형 체험매장으로 기능하게 된다. ‘T월드스마트’ 경우 명동은 이곳 주요 스팟(지점) 2곳으로만 운영되며, 내년 전국 수백개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 관계자는 “명동은 이를 위한 시발점인 셈”이라고 강조했다.

명동 중앙로에 위치한 ‘프리스비’ 매장.


SKT 매장의 분화로 명동 내 대형 ICT 체험 매장은 '프리스비'가 유일하다. 각종 ICT 기기를 직접 체험하고, 구입할 수 있다는 점에서 명동을 찾는 일본·중국인들 사이에서도 꽤 인기가 높다. KT는 지난해 10월부터 1인 창조기업 및 소호(SOHO)기업의 창업 지원을 위한 전문 사무공간 ‘올레 서비스드 오피스 명동센터’를 밀리오레 인근에서 운영하고 있다. 성남과 목동에 이어 세번째 운영되는 것으로 화상회의시스템과 IT인프라가 갖춰져 있을 뿐 아니라 사무용가구·기기, 일부 서무지원도 이용이 가능하다.

명동센터는 특히 지역여건을 감안, IT 관련 창업기업 및 소규모 외국기업가들의 입주가 쉽도록 1~5인용 정도 소규모 사무공간 50여실로 운영되고 있다. 1인실 경우, 월 45만원으로 3개월 의무 이용 후 자동갱신이 가능하다. 센터를 담당하는 신수민 매니저는 “1인실 수요가 늘어 당초 4개에서 13개로 확대했다”며 “무역업이나 광고대행업에 종사하는 분들이 많고, 한국지사 내 외국인도 일부 이용한다”고 말했다. 재계약률도 높은 편이다.

팝업 스토어도 업체의 주요 신제품 발표 이벤트로 이용된다. 특히 스마트폰 등 IT 기기 관련 행사가 많이 열린다. 짧게 운영되지만, 톡톡한 마케팅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 받고 있다. LG유플러스의 U+LTE 팝업 스토어, 모토로라 아트릭스 팝업 체험센터, KT 올레TV스카이라이프의 최다 볼거리를 상징화 한 ‘볼거리 빵빵’ 스낵 제공 행사, 오디오 명가 젠하이저의 명동 프리스비 매장 내 팝업스토어 운영 등이 그것이다.

KT가 1인창조기업과 소호기업의 창업지원을 위해 명동에 오픈한 ‘올레 서비스드 오피스’. ⓒ이코노믹리뷰 박지현 기자


명동 주요 백화점을 이용한 IT제품 마케팅도 볼거리. 최근 삼성전자가 신제품 프리미엄 노트북 뉴 ‘시리즈9’를 명동 롯데백화점 애비뉴엘 내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발렉스트라(Valextra)’ 매장에 전용 가방과 함께 전시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에 앞서 KT도 롯데백화점과 손잡고 롯데백화점 명동점 등에서 방문 고객을 대상으로 이영애 패드로 잘 알려진 스마트홈 패드 출시기념 이벤트를 시행한 바 있다.

지난해 11월 10일부터 지난 2월 10일까지는 방송통신위원회 주도로 ‘명동 NFC 존(Zone)’ 시범서비스도 이뤄졌다. 명동 일대에서 NFC 단말기 이용자들이 모바일 결제 및 쿠폰 다운로드, 스마트 주문 등 시범서비스를 실제 이용토록 한다는 취지로 진행됐다. 소기의 목적도 못 이뤘다는 비판이 주를 이뤘지만, 대규모 ‘시범’이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없지는 않았다.

삼성전자 입주설에 주변상권 임대료 ‘들썩’
명동 상권과 관련, 8년째 전국에서 땅값이 가장 비싼 화장품 매장 ‘네이처 리퍼블릭’ 자리에 삼성전자가 들어선다는 ‘설’이 주변 부동산 업체를 중심으로 여전하다는 것도 눈길을 끈다. 지난달 28일 국토해양부가 발표한 전국 표준공시지가 자료에 따르면, 명동 밀리오레 옆 네이처 리퍼블릭 부지 땅값은 ㎡당 6500만원으로 8년째 전국 최고가를 기록했다.

삼성전자가 애플스토어에 견줘 이른바 ‘삼성스토어’로 불리는 대형 체험매장을 만든다는 것이 소문의 핵심이다. 2개월 전쯤 돌았던 풍문의 여진이 그대로 남아있었다. 네이처 리퍼블릭의 임대는 올해 6월 종료된다. 지난 2009년 7월, 네이처 리퍼블릭은 보증금 32억 원에 월 임대료 1억 5000만 원으로 3년 계약을 맺고 입주했다. 앞서 스타벅스와 파스쿠찌가 고가 임대료를 못 견디고 나간 터라, 중저가 화장품 브랜드 업체의 조기 철수가 예상되기도 했다.

삼성 입주설을 확인해주는 목소리를 만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매장 근처 한 부동산 업체 사장은 “이곳(중개업체)을 거치지 않고 삼성이 건물주와 직접 계약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인근 한 상인은 “네이처 리퍼블릭이 임대료를 더 내겠다고 했지만, 삼성과 계약한 건물주가 이를 거절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월 임대료가 3억으로 올랐으며, 이 역시 ‘삼성의 힘’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반면, 대상 부지와 네이처 리퍼블릭 관계를 잘 안다는 한 상인회 관계자는 “네이처 리퍼블릭과 재계약을 끝낸 상태”라고 전해 ‘삼성 계약설’을 뒤집었다. 이에 대해 이해 당사자인 네이처리퍼블릭은 “재계약 논의 중으로 민감한 이슈”라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내놓았다. 삼성전자는 2개월 전 ‘설’이 재론되는 데 대해 “입점 계획이 없다”는 확답을 반복했다.

네이처 리퍼블릭 자리의 매출이 명동 땅값을 좌우한다는 점에서 이곳의 임대료 변화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당초 1억5000만~1억8000만원 수준에서 현재 2억~3억원까지 2배 가까이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미니인터뷰 | 박준영 프리스비 부점장
“명동서 애플문화 꽃피우고 싶다”

ⓒ이코노믹리뷰 박지현 기자

‘프리스비’ 명동점은 평일 5000명 이상, 주말에는 1만명 이상의 고객이 방문한다. 명동이라는 지역 상권 특성상 외국인 비율이 방문 고객의 10~20% 정도 된다. 박준영 부점장은 “과거 일본인들이 대부분이었다면 현재에는 중국인 비율이 높아졌다”며 “이는 최근 중국인 관광객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었고, 일본의 경우 현지와 한국의 애플 제품 가격이 과거와 달리 거의 차이가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전국에 있는 ‘프리스비’ 매장 중에서 명동점의 규모가 가장 크다는 게 박 부점장의 설명이다. 이에 명동점은 상권의 중심이자 유동인구가 많아 고객들의 욕구를 반영한 다양한 행사를 많이 하는 편이다. 애플 자체가 단순한 IT기기가 아닌 문화를 즐기는 사람이 많고 명동점은 규모가 크기 때문에 많은 고객들을 수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박 부점장은 “현재 대부분의 프리스비 매장에서 진행하고 있는 이벤트의 시초가 명동점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고객들을 위한 많은 이벤트를 진행해왔다”며 “그만큼 프리스비 매장 중 명동점을 방문하는 고객 수가 많고 이에 대한 준비가 필요했다”고 밝혔다.

박 부점장도 명동 상권이 많이 변화하고 있음을 몸소 느낀다고 했다. 그는 “명동은 외국인 비율도 다른 지역에 비해 많고 유동인구도 많은 곳이기 때문에 과거와 비교해 ICT 체험관 뿐만 아니라 패션이나 뷰티 업계에서도 큰 규모의 플래그십 스토어가 많이 생겨나고 있다”고 말했다. 2009년 1월 31일에 오픈한 ‘프리스비’ 명동점의 월세와 매출과 관련해 박 부점장은 “정확한 내용에 대해서는 공개할 수 없다”며 “비싼 월세를 내고 있고, 그에 비례하는 매출효과가 있으니 3년 이상 이 자리에서 판매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 아닐까”라고 답했다.

최재영 기자 sometim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