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국내 배달앱 플랫폼 최강자인 배달의민족을 서비스하는 우아한형제들이 지난해 연 매출 5654억원을 기록했다고 20일 밝혔다. 길거리에서 식당 전단지를 모아 직원들이 수기로 입력해가며 플랫폼을 키우고 고객의 주문을 앱으로 받아 실제 음식점에 전화하며 버티던, 생존 그 자체로 역사를 쓸 것이라 호언하며 국내 음식 배달 앱 시장을 개척한 지 10년만이다.

▲ 출처=우아한형제들

폭풍성장은 현재진행형

배달의민족이 지난해 기록한 연 매출 5654억원은 전년에 비해 80% 성장한 수치다. 2015년 495억 원(K-GAAP 개별기준)과 단순 비교하면 4년 만에 11배 이상 커지며 몸집을 불렸다.

다만 지난해 364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한 대목은 아쉽다. 2016년 25억원 영업이익(K-GAAP 개별기준)을 내며 창업 후 6년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한 우아한형제들은 이후 3년 연속 흑자 기조를 유지해왔으나 4년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광고·마케팅 비용이 증가하고, 라이더 프로모션 비용 등 지출이 고루 늘면서 영업이익이 전년에 비해 889억원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여기서 우아한형제들은 승부수를 던지는 분위기다.

일반적으로 매출이 커지고 영업이익이 줄어들면 내실을 다지며 호흡을 고르는 것이 상식이다. 그러나 우아한형제들에는 이러한 일반론이 온전히 적용되지 않는다. 몸집을 키우며 그에 수반되는 지출이 늘어나고 있으나 국내외 배달앱, 나아가 푸드테크 전반의 시장이 무한경쟁체제로 접어들고 있기에 오히려 정면승부를 택했기 때문이다.

일단 승부수를 던지는 입장에서, 발 밑의 입지는 탄탄한 것으로 확인된다. 당장 앱에 입점한 외식업 소상공인들이 지난해 배민을 통해 올린 매출은 총 8조 6천억 원으로 집계됐다. 배달의민족을 통한 소상공인 매출은 2015년 1조원을 넘어선 뒤 2017년 3조원, 2018년 5조2000억원에 이어 지난해엔 8조원을 넘어섰다. 1~2인 가구, 맞벌이 부부가 늘고 언택트 소비 트렌드가 확산하면서 외식업이 배달중심으로 재편되고 있어 주문 증가세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이를 바탕으로 글로벌 전략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작년 6월 베트남 호치민에 런칭한 ‘BAEMIN’은 특유의 컬처 마케팅을 현지 정서에 결합해 주목받고 있으며, 김봉진 전 대표의 우아DH 의장을 기점으로 다양한 시너지도 예상된다.

식문화에 맞닿은 서비스를 다각도로 펼쳐가는 대목도 고무적이다. B마트는 질주하고 있으며 로봇 서비스 사업도 단계적으로 결실을 보고 있다. 서빙 로봇 렌탈 사업은 비대면 선호 추세에 맞춰 가속도가 붙고 있다. 올해 안에 전국 200개 업소에 300대 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실외 자율주행 배달로봇은 아파트 단지, 대학 캠퍼스 등 시범 운영에서 성과를 내고 있고 UCLA 산하 연구소 ‘로멜라’ 와 요리 로봇 개발도 진행 중이다.

배민상회도 순항하고 있으며 친환경 제품 라인업을 출시하며 지속 가능 경영에 동참하고 있다. 소상공인에게 무료 교육을 제공하는 장사 학교 배민아카데미'는 매년 규모가 확대되고 있다.

한가하게 내실을 다지며 '영업흑자를 위한 마사지'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입체적인 로드맵으로 더 과감한 전략을 구사한다는 뜻이다.

김범준 대표는 “올해로 10주년을 맞은 우아한형제들 앞에는 제2의 성장을 위한 도전 과제들이 펼쳐져 있다"며 “음식점주들은 합리적인 비용으로 더 많은 매출을, 이용자들은 ‘좋은 음식을 먹고 싶은 곳에서’ 드실 수 있도록 배달의민족 플랫폼을 운영하고, 각종 푸드테크의 첨단화에도 역량을 모을 것”이라고 말했다.

▲ 출처=우아한형제들

고민도 깊어진다

배달의민족이 지난해 거둔 5654억원 매출과 364억원의 적자는 많은 점을 시사한다. 비즈니스적 측면에서 배달의민족이 계속 성장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적자를 기록했다는 것은 결국 출혈경쟁도 심해졌다는 것을 뜻한다. 실제로 김범준 대표는 “2019년은 국내 음식배달 시장의 성장에 기여하고 그 과정에서 글로벌 시장에서 통할 만한 기술 경쟁력과 경영 노하우를 축적한 한 해였다. 2020년은 건전한 성장 구조가 지속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배달의민족이 이 대목에서 택한 것은 결국 입체적인 전략에 바탕을 둔 큰 그린 그리기다.

베트남을 중심으로 하는 다양한 사업적 전개를 바탕으로 푸드테크와 로봇, 인공지능, 이커머스 전반을 넘나드는 사업의 스펙트럼을 넓히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가운데 플랫폼의 영역을 크게 넓히려는 시도가 보인다.

단순히 국내 배달앱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국내외를 오가는 행보를 중심에 두고 ‘먹거리의 이동’에 대한 모든 것을 정조준한 셈이다. 배달의민족을 단순히 배달앱 플랫폼으로 한정하면 곤란한 이유며, 배달의민족을 전체 이커머스 시장의 플레이어 중 하나로 판단해야 하는 이유다.

다만 아름다운 장밋빛 전망과 이에 부합되는 강력한 행보가 이어지고 있으나, 역시 영업적자에 따른 내실에서는 아쉬움이 있을 수 밖에 없다. 배달의민족이 단기간에 승부를 걸어 입체적인 자사 플랫폼 영역을 확장시키고, 이를 성공시켜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