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SMC가 북미 2020 TSMC 기술 심포지엄을 8월로 미룬다고 발표했다. 출처=TSMC 홈페이지 갈무리

[이코노믹리뷰=황대영 기자]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위탁생산)인 대만 TSMC가 오는 4월 북미에서 개최할 예정이었던 '2020 TSMC 월드와이드 테크놀로지 심포지엄(Worldwide Technology Symposium, 이하 TSMC 기술 심포지엄)'을 8월로 연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삼성전자도 해외 파운드리 관련 행사를 최소하는 가운데 라이벌인 TSMC도 비슷한 행보를 보이는 분위기다.

TSMC는 글로벌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함에 따라, 세계보건기구(WHO)가 팬데믹(대유행)을 공식 선언해 행사를 연기한 것으로 분석된다. 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해 현지 행사를 강행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TSMC는 오는 4월 개최할 예정이었던 TSMC 기술 심포지엄을 8월 24일로 연기했다. 장소는 미국 캘리포니아주(州) 산타클라라 컨벤션센터다. 이와 함께 TSMC는 다음날인 8월 25일 '오픈 이노베이션 플랫폼 포럼'도 같은 장소에서 개최한다.

또한 다른 지역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TSMC 기술 심포지엄도 모두 9월로 연기됐다. TSMC는 8월 24일 미국을 시작으로, 9월 3일 대만 신주, 9월 15일 중국 상하이, 9월 29일 네덜란드 암스테레담에서 TSMC 기술 심포지엄을 연다.

TSMC는 홈페이지를 통해 "코로나19의 상황이 빠른 속도로 악화되고 있다"라며 "TSMC 기술 심포지엄에 참가하는 고객, 파트너 및 TSMC 직원의 안전을 보호하기 위해 일정을 조정했다"라고 밝혔다.

▲ 삼성전자 EUV 공정 전용 V1 라인. 출처=삼성전자

TSMC 기술 심포지엄이 연기되면서 삼성전자도 마케팅 공백에 대한 우려를 덜어냈다. 앞서 삼성전자는 오는 5월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개최할 예정이었던 '삼성 파운드리 포럼(SSF)'을 연기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어 TSMC가 연기된 날짜를 밝히면서 삼성전자도 새로운 마케팅 전략을 수립할 수 있게 됐다.

지난해 4분기 기준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에서 TSMC와 삼성전자는 점유율 2/3 이상을 차지하는 경쟁 관계다. 다만 먼저 진입한 TSMC가 점유율 52.7%로 1위 체제를 구축하고 있으며, 삼성전자가 17.8%로 추격 중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월 파운드리를 포함한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 세계 1위를 차지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2월 화성 사업장에 60억 달러(약 6조5000억원)를 투자해 구축한 EUV(극자외선) 공정 전용 생산라인 'V1 라인'을 본격 가동했다. V1 라인은 7나노(nm) 이하 반도체 생산에 돌입했으며, 차세대 파운드리 제품을 주력으로 생산할 계획이다. 

또한 삼성전자는 V1 라인에 5나노 라인을 마련해 TSMC를 추격 중이다. 삼성전자는 상반기 내 5나노 라인을 완공하고, 프로토타입 생산, 수율 개선 등 안정화 작업을 거친 후 양산 체제로 전환할 계획이다. 하지만 삼성 파운드리 포럼이 무기한 연기되면서 비즈니스 측면에서 우려가 제기됐다.

반면 TSMC는 4월부터 5나노 반도체 양산에 돌입한다. 지난해 말 TSMC는 5나노 공정에서 평균 수율이 80%를 넘어섰다고 발표했으며, 3나노 공정도 준비 중이다. TSMC는 4월 북미 기술 심포지엄에서 3나노 제품에 대한 세부적인 계획을 공개할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일정이 연기되면서 다른 방법을 강구할 방침이다.

그러나 TSMC는 코로나19로 파운드리 부문에서도 이상 징후가 나오고 있다. 최근 TSMC는 직원 중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으로 30여명을 자가 격리 조치했다고 밝혔다. 또 추가적인 조치로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기업)를 포함한 모든 유럽발 입국자에 대해 14일간 격리 후 공장 내 출입을 허용하면서 물량 수주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가 글로벌 팬데믹 현상을 보이면서 반도체 비즈니스 영역에서도 제한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라며 "코로나19가 빠른 시일 내 종결되지 않을 것으로 보임에 따라 대안으로 소규모 네트워킹 또는 온라인으로 비즈니스 자리를 마련할 가능성도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