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 반도체 라인. 출처=삼성전자

[이코노믹리뷰=황대영 기자] 지난해 하반기부터 회복세를 걷고 있는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산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복병을 만났다. 당초 수요, 가격 증가 등 장밋빛 전망이 우세했던 메모리 반도체는 얼어붙은 소비 심리로 인해 하반기 불투명한 앞날이 예고되고 있다.

1Q20·2Q20 수요 증가로 메모리 반도체 회복세

18일 시장조사업체 디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메모리 반도체 가격은 D램이 전분기 대비 20%, 기업용 낸드플래시 10~15%로 상향 조정했다. 미국 정부의 제다이(JEDI) 프로젝트와 코로나19 확산이 수요 창출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또 공급업체들의 낮은 재고 수준은 2분기 메모리 반도체 가격 상승을 유지하도록 유도 중이다.

디램익스체인지는 미국 정부로부터 제다이 프로젝트 계약이 서버 시장의 수요를 계속 발생하고 있으며, 코로나19 확산은 원격회의, 재택근무와 관련된 새로운 서버 수요를 촉발한다고 내다봤다. 또 지난 2월 중국 클라우드 서비스 사업자의 수요가 크게 증가했으며, 틱톡을 서비스하는 바이트댄스는 북미 지역 데이터센터 구축에 예상보다 많은 서버를 발주했다.

지난해 공급 과잉으로 실적 악화를 겪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주요 메모리 반도체 공급업체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꾸준한 재고 감축에 초점을 맞춰왔다. 서버 D램은 올해 2월 중국 통신 업체들까지 구매를 시작하면서 공급이 더욱 타이트해졌고, 이에 따라 서버 D램 가격이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다만 유럽에서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는 코로나19가 변수로 남아있다.

▲ 데이터센터. 출처=픽사베이

낸드플래시는 2분기 기업용 SSD 수요 급증으로 최대 15%까지 상승할 전망이다.

기업용 SSD 수요는 지난해 4분기부터 반등하기 시작했고, 북미 데이터센터 업체는 올해 1분기 서버 및 서버 메모리에 대한 주문을 계속 늘리고 있다. 또한 코로나19는 클라우드 서버에 대한 수요 증가와 재택근무 확산 등을 가져와 기업용 SSD 수요 증가에 힘을 더했다. 게다가 낸드플래시 생산 업체들이 출하량 증가에 보수적인 입장을 취해 2분기 공급 부족 현상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디램익스체인지는 "기업용 SSD에 대한 수요가 계속 증가함에 따라 PC OEM과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은 낸드플래시 주문을 줄이지 않아 1분기 공급 부족 현상을 심화시켰다"라며 "최근 낸드플래시 시장은 공급망 내 부품 재고를 축적하기 위해 애쓰는 만큼, 낸드플래시 생산 업체가 가격 협상에서 우위에 있다"라고 분석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소비 감소...하반기 혹한기 예고

그러나 변수는 코로나19다. 걷잡을 수 없이 퍼져가는 코로나19는 세계 경제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미국과 유럽 전역에서 폐쇄 조치가 잇따라 취해지고 있으며, 소비 심리를 얼어붙게 만들고 있다. 이로 인해 PC OEM과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이 하반기 생산 계획을 하향 조정하면 메모리 반도체 수요 역시 감소할 전망이다.

디램익스체인지는 코로나19의 대유행(팬데믹)이 경제 및 사회 활동을 심각히 저해하게 돼 소비 심리를 떨어뜨릴 것으로 분석했다. 이에 따라 전자제품 출하량 감소가 발생하고, 최종적으로 메모리 반도체 수요 감소로 이어진다. 메모리 반도체 업황은 올해 1분기와 2분기, 공급 업체의 재고 수준이 낮아 성장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3분기까지 코로나19가 지속 시 메모리 반도체 업황에도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 SK하이닉스 브랜드 SSD. 출처=SK하이닉스

현재 D램 및 낸드플래시 시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3대 전자 제품은 노트북 컴퓨터, 서버 및 스마트폰이다. 이 가운데 스마트폰은 코로나19로 인해 시장 규모가 최대 규모로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스마트폰 출하량은 2월부터 감소를 기록 중이다. 또 노트북 컴퓨터 출하량 감소도 현재 진행형이다.

원격 업무 및 교육에 대한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서버에 대한 수요는 증가했다. 서버 수요는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 업체의 인프라 구축에 대한 니즈가 반영돼 비교적 코로나19 영향을 적게 받았다. 그러나 디램익스체인지는 코로나19가 장기간 지속 시 기업들이 투자지출(CAPEX)에 보수적인 입장을 취해 향후 서버 수요를 약화시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같은 코로나19로 발생한 수요 감소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 성장을 억제할 전망이다. 특히 낸드플래시는 빠르면 하반기부터 급격한 가격 하락까지 전망되고 있다. 다만 D램은 수요가 감소하더라도 기존 공급량 조절에 따른 수요분이 존재하기 때문에 올해 하반기에도 제한적인 성장을 보일 것으로 예상됐다.

디램익스체인지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소비가 둔화되기 시작하고, 그 결과 가전제품에 대한 시장의 평균 지출을 감소시킬 것"이라며 "가전제품 공급망 내 물류비와 인적자원 비용을 높이는 동시에 수익을 낮춰, 업계 전반적인 재편을 촉발할 가능성이 있다"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