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토스의 증권업 진출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국내 증권업계가 여전히 '고인물'에 머물러 있는 가운데 인터넷전문은행의 등장으로 새로운 변신을 거듭하는 은행업계의 전철을 밟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나아가 카카오페이 증권 및 두나무 증권플러스 등 핀테크 업계의 광폭행보에도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출처=토스

토스, 증권시장 입성하다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가 18일 금융위원회로부터 증권업 진출을 위한 투자중개업 예비인가를 획득했다. 증권업 진출을 위해 만들어진 토스준비법인은 향후 수 개월 간 인력 및 물적 설비 확충과 안정적 운영을 위한 관리체계 구축 등을 통해 본인가를 획득하고, 올 하반기 중 본격 영업을 시작한다는 방침이다.

부채 성격을 띠고 있는 RCPS를 전환우선주(CPS)로 전환한 상태에서 토스증권의 탄생을 가로막을 장벽은 없다.

토스준비법인은 비바리퍼블리카의 100% 자회사로, 초기 자본금은 지난 해 말 250억원에서 올 2월 증자를 통해 현재 320억 원이다. 신청 인가 단위는 금융투자업 중 투자중개업이며 증권(주식, 채권, 펀드)의 중개가 가능하다. 오프라인 지점이 없는 모바일 전문 증권사로 출범해 국내주식 중개 서비스를 먼저 선보인 후, 향후 해외주식 중개, 집합투자증권(펀드) 판매로 확장할 계획이다.

그 중심에 박재민 토스준비법인 대표가 있다. 박 대표는 삼일PwC 컨설팅의 컨설턴트를 거쳐 보스턴컨설팅그룹(BCG), 쿠팡의 마켓플레이스 사업부장을 역임했다. 2017년 비바리퍼블리카 사업총괄 이사로 부임해 토스준비법인을 이끌고 있다.

토스증권은 1600만명의 가입자를 바탕으로 강력한 자사 핀테크 역량을 보여준다는 각오다. 실제로 송금부터 결제는 물론 다양한 전략을 가동을 준비하고 있다 밀레니얼 세대에게 높은 지지를 받는 상태에서, 국내 증권업의 새로운 바람을 일으킨다는 각오다. 지난해 12월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를 획득한데 이어 신용카드 시장도 두드리는 한편 증권업 예비인가 획득에도 성공함으로써 주요 금융 서비스 전반의 혁신에 더욱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토스준비법인의 박재민 대표는 “국내 주식투자 인구는 오랜 기간 성인 인구의 13%인  500만 명 수준에 정체 되어 있고, 특히 20~30대 투자자 비중은 25%에 불과해 미국 등 선진 금융 시장과 격차가 큰 상황” 이라며 “그동안 투자 제휴 서비스를 운영하며 발견한 기존 업계의 문제들을 개선해 투자를 처음 시작하는 고객도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새로운 증권 서비스를 선보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 출처=카카오페이

핀테크 전사들 속속 출범
토스의 증권업은 철저하게 모바일 퍼스트에 집중될 전망이다. 계좌 개설부터 거래까지 모든 과정을 모바일을 통한 비대면으로 진행하며 주식 거래 자체에 모바일 DNA를 새겨넣는 것이 핵심이다.

최근 증권업계에 먼저 출사표를 던진 카카오페이 증권과의 일전에 시선이 집중된다. 카카오페이도 카카오톡이라는 모바일 플랫폼을 핵심무기로 삼고있기에 토스처럼 상대적으로 이용자들이 젊은편이다. 그런 이유로 업계에서는 두 플레이어의 격전이 단기적으로 이뤄진 후 기존 증권사들과의 난타전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토스와 카카오페이 증권이 '맞수'인 셈이다.

카카오페이 증권은 지난 2월 6일 정식으로 출범했으며 카카오는 금융위원회로부터 바로투자증권 지분 60%에 대해 대주주 적격 승인을 받은 후 즉각 계열사 편입을 완료한 상태다. 리테일 사업과 기업금융 사업부문 각자대표 체제로 운영되며 카카오페이와 함께 플랫폼 기반의 새로운 투자 문화 확산을 목표하고 있다.

장기적으론 카카오페이의 빅데이터·인공지능(AI) 기술 기반으로 새로운 방식의 투자 솔루션, 자문형 자산배분 서비스 등 사용자 중심의 투자 서비스를 확대하며 신선한 바람을 일으킨다는 각오다.

다만 별도 트레이딩 시스템이나 모바일 트레이딩 시스템 구축에 따른 주식 거래를 지원하지는 않는점은 약점이다. 그런 이유로 MTS(모바일 트레이딩 시스템) 플랫폼을 통한 소액 주식 투자나 소액 펀드 투자가 가능한 토스와 비교해 당장의 전력은 뒤진다는 말도 나온다.

그럼에도 초반 기세가 상당하다. 정식 서비스 시작 6일 만에 신설 증권 계좌 수가 20만을 넘겼으며 최근에는 해외상장지수펀드(ETF)를 편입한 ▲삼성믿음직한사계절EMP ▲미래에셋합리적인AI글로버로멘텀 ▲키움똑똑한4차산업혁명ETF분할매수 등 펀드 상품 판매를 개시해 눈길을 끈다. 계좌를 개설할 경우, 1000원부터 365일 24시간 투자가 가능해 투자 장벽도 낮췄다는 평이다.

여기에 카카오톡 본연의 플랫폼 기능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카카오는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을 바탕으로 생활밀착형 플랫폼으로 진화하는 중이며, 대상은 택시호출과 배달음식 및 간편결제와 인공지능 등 광범위하다. 카카오톡을 통해 일상의 모든 것과 만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카카오의 미션이며 카카오페이 증권은 '중요한 일부분'이다.

굳이 증권투자를 생각하지 않고 카카오택시만 이용하던 카카오톡 이용자가 자연스럽게 카카오페이 증권으로 넘어올 수 있고, 스마트 스피커인 카카오미니를 구매한 사람이 매끄럽게 카카오페이 증권을 만날 수 있는 구조다. 카카오톡이라는 강력한 모바일 플랫폼이 일종의 가두리 양식장으로 작동하고 있기 때문에 카카오페이 증권은 이와 관련된 강력한 우군이 존재하며, 이는 추후 새로운 영역으로 뻗어가려는 카카오의 비전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여기에 카카오페이 본연의 경쟁력이 더해지면 상당한 시너지가 등장할 전망이다.

▲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 출처=카카오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는 “국내 금융 산업과 사용자들의 금융 생활에 새로운 변화와 혁신을 일으킬 수 있도록 카카오페이증권과 함께 더욱 과감하게 도전할 것”이라며 “누구든지 정보나 자산 규모의 차별 없이 편리하고 안전하게 자산을 관리할 수 있도록 카카오페이 플랫폼을 통해 새로운 투자 문화를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최근 류 대표는 한국핀테크산업협회의 신임 협회장에 되는 등 보폭을 넓히는 중이다. 제2대 협회장 선거 당시와 달리 제3대 협회장 선거에서는 모든 회원사들에게 투표권을 보장하자고 요청하는 등 선거 방식의 변화를 요청하며 강한 의지를 보였다는 후문이다. 이는 곧, 류 대표의 시장 장악 의지가 크다는 것도 의미한다.

한편 토스와 카카오페이 증권이 초반 각축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범 카카오 관계사인 두나무의 증권플러스도 있다. 2014년 2월 출범한 국내 최초의 소셜 트레이딩 서비스며, 카카오톡과 연동되어 투자 방법을 공유하는 등 주식 투자에 소셜 기능을 더해 다양한 증권사 계좌를 연동해서 거래 가능한 범용성으로 호평을 받고 있다. 1월 말 기준 누적 거래액은 79조9000억원, 누적 다운로드는 335만 이상이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지난해 11월 삼성증권과 딥서치와 협력해 출격시킨 증권플러스 비상장 서비스다. 증권플러스 서비스 자체가 일종의 소셜 트레이딩에 머문다면 비상장 서비스는 실제 거래에 한 층 가깝게 다가간다. 다만 토스와 카카오페이 증권처럼 상장기업의 주식을 거래하는 것이 아니라 비상장 기업의 주식을 거래한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 두나무 증권플러스 비상장. 출처=두나무

진짜 싸움, 그리고 변화
인터넷전문은행 9부능선을 넘은 토스의 증권업 진출이 가시화되며 단기간 업계의 관심은 범 카카오 연합과의 전투에 집중되고 있으나, 역시 장기적 관점에서 진짜 싸움은 기존 증권업계와의 전투다.

국내 증권업계는 긴 시간 의미있는 투자 플랫폼으로 활동했으나 최근 라임 사태에서 볼 수 있듯이 부작용도 다수 노출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새로운 ICT 기술을 바탕으로 이미 존재하는 산업의 혁신을 꾀하는 것에 재능을 가진 카카오가 뛰어들었고, 토스도 본연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출사표를 던졌다 볼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국내 증권업계는 인터넷전문은행의 출현과 함께 체질이 변한 은행업계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도 있다. 나아가 증권업 전반의 양적, 질적인 변화를 끌어낼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핀테크 업체들의 시장 체질 개선 여부에 업계의 시선이 집중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