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8시 30분. 평소같으면 빵빵거리는 경적으로 정신이 없을 아파트앞 유료 장기 주차장이 조용하다.

아파트는 지하철역에서 도보로 5분 거리인데 지하철에서 멀리 사는 사람들은 보통 차를 몰고 지하철역 인근에 와서 인근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지하철을 타고 출근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코로나 바이러스로 대통령이 비상사태를 선언하고, 많은 기업들이 재택근무로 추세를 바꾸고, 학교들이 문을 닫고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하면서 아침 통근시간의 모습이 확연히 바뀌었다.

사람들이 출근하는 오전 8시부터 9시사이의 지하철역 주변은 한산하고 평소 100여 대가 넘는 장기주차 차량들로 번잡하던 유료 주차장은 3~4대의 차량을 제외하고는 텅텅 비어 있었다.

도보로 지하철역을 향하는 사람들의 행렬이 빽빽하던 인도에는 드문 드문 마스크를 끼고 걸음을 재촉하는 사람들만 보일뿐 예전의 출근 행렬이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다.

이미 지난주부터 직장에서는 재택근무를 하라고 통보가 와서 컴퓨터 2대를 놓고 화상으로 회의를 진행하고 업무를 보고 있는데 대부분의 사무직들은 이와 같이 재택근무 체재로 바뀌었다.

오후 4시 무렵이면 주변이 시끌시끌해지면서 퇴근 행렬이 몰려나와야 하는데 아침에 출근한 인파가 없으니 오후에도 적막하기 이를데가 없다.

하루종일 집안에서 근무를 하다가 답답해서 아파트 현관을 나와 건물앞에 있는 식당을 슬며시 들여다보니 블라인드를 모두 내리고 마치 영업을 접은 것처럼 보였다.

자세히 보니 주방과 홀에 직원 2~3명이 서 있는 것이 보인다.

뉴욕과 뉴저지, 코네티컷 3개주의 주지사가 동시에 해당 지역에서 저녁 8시면 모든 음식점과 술집은 문을 닫아야하고 다음날 영업부터는 점포내에서 취식은 절대 금지되며 반드시 포장주문이나 배달만 허용하도록 발표하면서 음식점들과 술집들은 그야말로 을씨년스러운 모습이다.

그동안 배달주문이 많았던 식당들은 근근히 이어가는 모양이지만 배달주문보다는 퇴근 무렵 저녁과 함께 한잔하는 사람들이 많았던 집앞 식당은 아예 파리만 날리고 있다.

이미 많은 식당들이 배달과 포장주문으로 제한된 영업으로 인해 식당 서빙인력을 대폭 감축했다.

술집들의 경우 배달이나 포장주문이 가능하다고 하지만 실제로 술한잔을 포장해서 가는 사람들이 많지 않은데다 이는 별도의 허가가 필요해서 대부분 문을 닫아 걸었다.

꼭 필요한 비즈니스가 아닌 경우에는 문을 닫으라는 권고 때문에 은행도 창구업무는 모두 문을 닫았고 은행 앞의 ATM기계만 불을 켜고 있지만 이마저도 아무도 찾지 않아 썰렁하다.

지역에 따라 10명이상, 혹은 50명 이상 등의 모임은 절대 하지말라는 권고사항에 따라서 지난 1945년 2차대전 이후 중단된 적이 없는 경마레이스인 켄터키 더비가 올해는 연기됐다.

지난주 대학들에 이어 초중고 학생들도 모두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하면서 현재 미국내에서 3800만명의 학생들이 집에서 머무르고 있다.

아파트 단지내의 헬스클럽을 포함한 모든 헬스클럽도 문을 닫고 영화관, 브로드웨이 극장도 모두 문을 닫으면서 사실상 식당이 문을 닫는 8시 이후부터는 적막한 유령 도시로 변했다.

인적이 드물어지면서 미국 일부지역에서는 안전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면서 총기 판매가 증가하기도 했다.

특히나 코로나 바이러스 관련해서 인종차별이나 관련 범죄가 늘어나면서 이에 대비하기 위해 평소 총기를 고려하지 않았던 사람들도 구매를 하고 있다.

뉴욕의 경우 코로나 바이러스의 첫 환자가 유대인으로 알려지고 그를 통해서 인근 100여명 이상이 확진자로 나오면서 평소 있던 유대인 인종차별이 복합되면서 관련 증오 범죄도 나타났다.

또 맨해튼을 걷던 동양여성도 코로나 바이러스라고 불리면서 얼굴을 가격당해 턱이 빠지는 부상을 입기도 했다.

더욱 큰 문제는 호텔, 항공사, 식당, 극장 등의 비즈니스들이 잇달아 문을 닫거나 큰 영업 타격을 입으면서 평소 1000달러의 비상금도 없는 미국 가정들이 휘청이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미국 가정중 약 40%만 1000달러의 비상금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에서는 당장 일자리를 잃고 돈이 없어지는 가정들이 늘어나고 코로나가 빠른 시일내에 진정되지 않아서 문제가 악화되면 약탈 등의 심각한 문제로 번지지는 않을까 우려의 목소리도 일부에서는 나오고 있다.

당장 미국인마다 1000달러씩 지급하겠다는 대책도 나오기는 했지만 한국과 중국에서도 보듯이 1달 이상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1000달러는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라 우려가 더욱 깊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