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바이러스를 억제하기 위한 조치 덕분에 2월 3일부터 3월 1일 사이 중국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최소 25% 감소했다.    출처= Industryweek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지난 2월 초 코로나바이러스가 발발하자 중국 후베이성 당국은 공장을 폐쇄하고 주민들에게 집에 머물도록 명령했다. 이에 따라 공장들은 가동을 멈췄고 후베이성 전역의 거리는 한산해졌다.

많은 사람들이 당국의 강제 봉쇄로 인한 경제적 타격을 우려한 가운데 의도하지 않은 이득이 발생했다. 바로 파란 하늘이 되살아난 것이다.

중국 생태환경부(Ministry of Ecology and Environment)에 따르면 지난 2월 후베이성 지역의 ‘공기 좋은 날’ 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1.5% 증가했다. 후베이성만이 아니었다.

미항공우주국(NASA)과 유럽우주국(European Space Agency)이 공개한 위성사진은, 지난 1월과 2월 사이 중국의 주요 도시에서 자동차, 발전소, 산업 시설에 의해 방출되는 이산화질소 배출량의 급격한 감소를 보여준다. 산업 강국이라는 미명 하에 중국 하늘을 뒤덮었던 눈에 보이는 유독가스 구름이 거의 사라졌다.

NASA의 고더드 우주비행센터(Goddard Space Flight Center) 공기질 연구원 페이 류는 "특정 사건으로 이렇게 넓은 지역에서 유독가스가 극적으로 감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중국 전국에 걸쳐 많은 도시들이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한 극적인 조치들을 취했기 때문에 나타난 당연한 현상입니다.”

비슷한 패턴이 석탄 같은 화석 연료를 연소함으로써 발생하는 이산화탄소(CO2) 배출양에도 나타났다.

대기오염연구기관인 에너지청정공기연구센터(CREA)에 따르면, 코로나바이러스를 억제하기 위한 조치 덕분에 2월 3일부터 3월 1일 사이 중국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최소 25% 감소했다.

세계 최대 오염 발생국으로서 중국은 매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30%를 차지해 왔기 때문에 이번처럼 단기간에 걸친 특별한 감소라 하더라도 그 영향은 매우 크다. CREA는 그 정도면 약 2억톤의 이산화탄소가 감소한 것이며, 이는 영국 전체 연간 배출량의 절반이 넘는 양이다.

CREA의 로리 밀리버타 수석 애널리스트는 "단기간에 효과적으로 진행된 조치이지만, 배출량에 미치는 영향 측면에서 본다면 다른 어떤 조치보다 극적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기 위한 공장 폐쇄 조치가 중국의 오염수준을 일시적으로 개선했지만, 전문가들은 바이러스가 진정되고 중국 정부가 경제를 회복시키기 위한 조치들을 취하기 시작하면 독성 화학물질은 전염병이 발생하기 이전보다 더 높은 수준으로 증가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석탄 소비량의 감소

CREA에 따르면 이번 바이러스 유행으로 석유와 철강 생산량의 감소하고 국내 항공편의 70%가 줄어든 것이 배출 감소에 기여했다. 그러나 CREA는 가장 큰 원인은 중국의 석탄 사용량이 급격히 감소했다는 것을 들었다.  

중국은 세계 최대 석탄 생산국이자 소비국으로, 2018년 기준 에너지의 59%를 석탄에 의존하고 있다. 발전소와 다른 중공업들을 운영하는 것뿐만 아니라, 거대한 이 나라의 시골 지역 수백만 가구에서 석탄은 유일한 난방 수단이기도 하다.

▲ 미항공우주국(NASA)과 유럽우주국(European Space Agency)이 공개한 위성사진. 지난 1월과 2월 사이 중국의 주요 도시 하늘을 뒤덮었던 유독가스 구름이 거의 사라졌다.     출처= NASA

WIND 데이터 서비스 통계의 CREA 분석에 따르면, 2월 3일부터 3월 1일 사이 중국의 주요 석탄화력발전소들의 석탄 소비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6% 감소했다.

밀리버타 애널리스트는 "석탄의 최대 소비자인 석탄화력발전소가 전기 수요가 줄면서 석탄 사용을 크게 줄인 덕분”이라며 "경제 수요도 크게 줄었기 때문에 석탄 발전의 축소는 향후 몇 주 내지 몇 달간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지난 2017년 시진핑 중국 주석은 오염 감소를 중국의 3대 전투 중 하나로 선포했고 이듬해 생태환경부가 창설됐다.

그린피스(Greenpeace)와 에어비주얼(AirVisual) 같은 환경단체들이 지난 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이와 같은 강력한 정책으로 2017년에서 2018년 사이에 중국 도시 전체의 오염 수준을 약 10% 낮추는 등 상당한 성과를 보였다.

기후 운동가들은 이번 코로나바이러스 위기가 약속한 개혁에 박차를 가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린피스 동아시아의 기후 정책 자문관 리 슈오는 "우리는 중국이 이번 기회에 이산화탄소를 많이 발생하는 전통적 연료 의존도에서 탈피해 중국 경제를 완전히 변화시킬 수 있는 계기로 삼을 것을 강력하게 권장한다”고 말했다.

경제 회복 명분으로 오염 다시 높아져선 안 돼

리 자문관은 그러나 코로나바이러스가 진정된 이후, 중국이 이미 미중 무역전쟁으로 타격을 입었던 자국 경제를 다시 회복시키는 데에만 집중할까 봐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그것은 환경에 더욱 희생을 초래할 수 있다.

"중국의 중공업에 저금리 자금 지원을 포함한 대규모 경기부양책이 나오면서 올 하반기에는 오염물질과 탄소배출량이 이전보다 더 증가할 수 있습니다"

모처럼 맞은 탄소 배출량 감소세를 다시 역전시키는 것을 리 자문관은 ‘보복 공해’라고 표현하며, 중국에는 그에 대한 선례가 있다고 지적했다.

2009년 중국 정부는 세계 금융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5860억 달러 라는 엄청난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실시했는데, 이 중 대다수는 대규모 인프라 프로젝트에 투입되었다.

시 주석은 당시 중국이 더 심한 경기 침체를 피하기 위해서는 노동자들과 공장들이 가능한 한 활동을 더욱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그 이듬해 발생한 오염의 폭발적 증가로 특히 2012-2013년 겨울 이른 바 ‘공기 오염 대재앙’이 터졌고 국민들은 이에 격렬하게 항의했다. 결국 중국 정부는 2013년 9월 중국 정부의 1차 국가 대기 오염 행동 계획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밀리버타 애널리스트는 중국이 과거로부터 교훈을 얻기를 바란다. 그는 "2013년 겨울에 국민들은 분노로 끓어 올랐었다”고 상기하고 “이번에 또 다시 하늘이 잿빛으로 변한다면 국민들은 더 크게 반발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대기 오염의 감소는 우리가 직접 느낄 수 있을 만큼 매우 분명하게 나타납니다. 만약 이번 바이러스 사태로 인한 경제 활동 공백을 메운다는 명목으로 중공업이 다시 과열되고 그로 인해 오염이 다시 늘어난다면 국민의 거센 반발에 부딪치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