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계 의류회사의 상하이 지사에서 근무하는 코딜리아는 최근 회사의 하청 공장을 중국에서 방글라데시나 캄보디아로 옮겨야 할지를 놓고 고민중이다. 상대적으로 임금이 저렴한 중국으로 공장을 옮긴지 불과 3년밖에 안됐지만 공장 인력들의 임금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면서 당초 공장을 이전한 의미가 많이 퇴색했기 때문이다.

다른 동남아 국가에 비해 중국 상하이는 여러 편의시설을 갖춰고 있고, 상대적으로 국제화가 되어 있어 편리하지만 회사의 수익을 고려한다면 방글라데시 등으로 공장을 옮기는 것이 보다 합리적이기 때문이다.

중국의 전체적인 임금 수준이 경제 성장률과 함께 급속도로 높아지면서 중국으로 자리를 옮긴 많은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각 지방정부들이 높은 인플레이션 등을 고려해 최저 임금을 하루가 멀다하고 올리는 통에 중국으로 생산기지를 옮겼던 해외기업들의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중국 전체에서 가장 높은 최저 임금을 유지하는 지역 중 하나인 상하이시는 오는 4월부터 최저 임금을 현행 월 1300위안(약 23만1600원)에서 월 1450위안(약 25만8000원)으로 상향 조정키로 했다. 이는 물가상승률을 나타내는 상하이의 소비자 물가지수가 2011년 한 해 동안 5.2%나 상승한 것에 따른 것으로, 최저 임금을 13.3% 높임으로써 저임금 노동자를 보호하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다.

상하이시는 시간당 최저 임금도 현행 11위안(1960원)에서 시간당 12.5위안(2227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상하이시 정부는 최저 임금의 상향 조정이 최저임금을 받는 저학력 고연령 노동자들 특히 청소부, 경비원, 가정부 등의 임금 상승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상하이시의 최저임금 인상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상하이는 최저 임금제가 도입된 지난 1993년 이후 이번 4월까지 무려 19차례나 최저 임금을 조정해왔다. 이에 따라 지난 1993년 불과 210위안(한화 3만7400원)이던 최저임금은 20여년간 거의 8배가량 늘어났다. 시간당 최저임금 기준은 지난 2001년 처음 시작됐는데 당시 시간당 4위안(한화 712원)에 불과하던 것이 4월부터는 12.5위안(한화 2220원)으로 2012년 기준 시간당 4580원인 한국의 절반 수준으로 올라왔다.

상하이시가 중국의 경제-금융 수도로 자리잡고 있지만 최저임금이 가장 높은 것도, 최저임금 상승률이 가장 높은 것도 아니다. 매운 음식으로 유명한 쓰촨성은 지난 1월 최저임금을 무려 23.4% 인상했다. 2월에는 홍콩과 인접한 선전에서 최저 임금을 13.6% 인상, 조정하면서 최저임금이 상하이보다 높은 1500위안(26만7240원)으로 올라섰다. 베이징은 중국의 수도지만 경제 중심지가 아니기에 최저임금은 올 1월 8.6% 상승에 그쳐 1260위안(22만4480원)선에 머물렀다.

지난해 중국 주요 도시들의 평균 최저임금 인상률은 22%로 올해는 전반적인 세계 경기 침체로 이보다 다소 인상률이 전반적으로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기업들의 임금인상 여력도 함께 낮아져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애플 아이폰을 생산하는 세계 최대의 주문자상품생산(OEM)업체인 대만의 팍스콘은 올해 2월부터 공장 근로자들의 임금을 16~25% 올렸다. 이는 지난 2010년 이후 무려 3번째 임금 상승이다. 3년 전만 해도 팍스콘의 비숙련 근로자들의 임금 수준은 월 900위안(한화 16만원)이었으나 이번 임금 상승으로 1800위안(한화 32만원)에서 2200위안(39만2000원) 수준으로 뛰어올랐다.

연거푸 이어진 임금 상승으로 인해 팍스콘 근로자들의 평균 임금은 3070위안(한화 54만7000원)이 됐다. 팍스콘 측은 임금 상승으로 인해 연간 3억~5억 달러의 비용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 2010년의 임금 상승은 팍스콘측에 91%의 비용 증가를 가져온 반면 당해에 매출 증가율은 26%에 그쳤다.

중국의 특별경제구역에 위치하고 있어 중국 취업 현황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지표로 여겨지는 선전지역의 기업들 중 3분의 2가 올 1분기 임금 상승을 계획하고 있다. 이들 선전지역 기업들의 임금 상승은 컴퓨터-소프트웨어 기업들로부터 시작해 제조업, 의료-건강, 사회복지 분야 등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제조업의 특성상 많은 노동력을 요구함에도 불구하고 선전지역의 임금 수준은 많은 공장의 자동화를 유도하는 요인이 됐다. 이로써 낮은 수준의 노동력으로는 직업을 구하기 어려워지는 복잡한 상황을 야기하게 됐다.

최저임금 상승이 기업에 큰 부담으로 작용한 반면 정작 최저임금의 혜택을 받아야할 저임금 노동자들 중 일부는 오히려 최저임금 상승을 불만스러워한다. 임금이 부담스러워진 일부 기업이 풀타임 노동자들을 파트타임으로 돌리거나 근무시간을 줄여서 임금을 적게 지급하는 방안을 택하기 때문이다.

최근 중국 하얼빈의 건축현장에서는 임금을 받지 못한 현장 인부가 회사에 임금 지급을 요구하며 실랑이하다가 분신을 시도하면서 전신 60%의 화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하는 등 중국 근로자들의 처우 개선은 정부의 의지와는 달리 쉽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

대륙의 노스페이스 ‘보이덩 다운코트’

중국인의 겨울을 책임지는 보시덩(Bosideng, 波司登)은 중국에서 약 40%의 시장 점유율을 자랑하는 오리털 코트 전문브랜드다. 지난 1975년 보시덩을 설립한 가오더캉은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재봉사로 사회에 첫발을 내딛었다. 아버지와 할아버지가 모두 재봉사였던 그에게는 아주 당연한 선택이었다. 그의 고향인 장수 지역에서 8개의 재봉틀과 11명의 재봉사로 시작한 그의 사업은 1984년 상하이에 위치한 한 회사에 오리털 코트를 납품하면서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게 된다.

큰 인기를 얻은 오리털 코트 생산을 위해 그는 회사 이름을 눈이 많은 추운 겨울을 가진 보스톤의 중국식 발음인 보시덩으로 바꾸고 겨울 코트로 모든 포커스를 맞췄다. 현재 보시덩은 보시덩(Bosideng), 스노우 플라잉(Snow Flying), 캉보(Kangbo), 벤젠(Bengen), 슈앙유(Shuangyu), 샹유(Shangyu) 등을 포함한 총 10개의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으며, 전체 7579개의 점포를 중국 전역에 보유하고 있다.

전체 브랜드를 통한 보시덩의 중국내 시장점유율은 36.7%에 달하고 있다. 지난 2011년의 매출액은 70억3780만 위안에 달하며 순이익 마진은 18.1%이다.

한민정 상하이 통신원 mchan@naver.com
지난해 9월부터 중국 상하이 동화대학교 래플즈 칼리지 경영학과에서 국제경영, 기업커뮤니케이션 등을 가르치고 있다. 파이낸셜뉴스에서 10여년간 기자로 근무했다. 이화여대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성균관대학교에서 석사, 박사학위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