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제주항공

[이코노믹리뷰=이가영 기자]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 자금을 지원하기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제주항공의 모회사이자 애경그룹 지주사인 AK홀딩스가 당초 아시아나항공 매각에 참여했을 정도로 유동성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에서 자구노력이 선행돼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산은·수은, 제주항공 인수 자금 최대 2000억 지원 예정

18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시중은행들과 함께 신디케이트론(여러 금융기관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대출)방식으로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 자금을 최대 2000억원 규모로 지원한다. 이에 따라 산은과 수은이 1000억원씩 맡아 시중은행들의 신디케이트론 참여 의사를 타진 중이다.

지원 규모는 제주항공의 인수계약금 545억원과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 유상증자에 필요한 자금 약 1500억원을 더해 정해졌다. 제주항공은 지난 2일 장고 끝에 이스타항공 지분 497만1000주(지분율 51.17%)를 약 545억원에 취득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다만, 아직 신디케이트론에 참여의사를 밝힌 은행은 없는 것으로 알려진다. 시중은행들의 참여가 확정되면 산은과 수은의 구체적인 지원금 할당 규모도 정해질 예정이다. 

이번 자금지원은 제주항공의 요청에 따른 것이다. 현재 항공업계는 코로나19로 여객 수요가 급격하게 줄어들면서 감편과 운휴는 물론이고 희망퇴직, 무급휴직 등 자구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제주항공 또한 경영진 임금을 30% 이상 반납하고 전 직원을 대상으로 무급휴가를 실시하는 등 위기 경영 체제에 돌입한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제주항공이 보유한 현금과 현금성 자산만으로 이스타항공 인수가 어려워지면서 인수 자금을 요청하지 않았겠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실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제주항공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31일 기준 제주항공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약 296억원이다. 전년 2227억원과 비교할 경우 86.7% 줄어든 수준이다. 단기금융자산 1946억원을 더한 현금유동성의 경우에도 2242억원에 불과해 1년 전(3357억원)과 비교할 경우 33.2% 줄었다. 

여기에 항공업계에 닥친 코로나19 사태를 감안할 경우 유동성 사정은 더욱 나빠졌을 것으로 추측된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제주항공은 올해 1월 말 기준으로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을 1500억원 가량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면서도 “올 1분기가 끝나는 3월엔 현금이 대부분 소진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제주항공이 외부 자금을 수혈로 실탄 마련에 나섰을 것이란 분석이다. 국책은행의 인수자금 지원이 정상적으로 이뤄질 경우 제주항공은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는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게 된다. 

▲ AK홀딩스의 2019년 9월 분기보고서. 출처=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모회사 AK홀딩스 유동성 충분한데…” 특혜 시비 불거져

그러나 일각에서는 제주항공의 모회사이자 애경그룹 지주사인 AK홀딩스가 아시아나항공 매각에 참여했을 정도로 충분한 유동성을 갖추고 있다는 점을 들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AK홀딩스의 자금 조달이 가능한 상황에서 인수 자금을 지원하는 것이 특혜라는 주장이다. 

제주항공의 실탄 확보는 이스타항공 인수에 있어 가장 중요한 사안임에는 틀림이 없다. 재정건전성을 확보하지 못하면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항공업계에서는 지난해 이스타항공이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졌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상장회사가 아닌 탓에 정확한 실적은 알 수 없으나 업황이 전반적으로 부진해 자본잠식률이 더욱 확대됐을 것이란 관측이다. 지난달 이스타항공이 임직원 급여를 40%만 주는 등 최악의 경영 위기를 맞은 점을 감안하면 어느 정도 가능성이 있는 주장이다. 

2018년 말 기준 이스타항공의 자본금은 485억원, 자본총액은 약 253억원이다. 자본잠식률은 48%에 달한다. 이마저도 230억원 규모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 등으로 재무구조를 개선한 결과다. 직전 해인 2017년 자본잠식률은 70%에 육박했다.

그러나 이는 모회사인 AK홀딩스가 감당하지 못할 수준은 아니다. 지난해 9월말 연결 재무제표 기준 모회사인 AK홀딩스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2522억원에 달한다. 2018년 12월말 5114억원과 비교할 경우 반토막이 났다지만 인수계약금 545억원과 유상증자에 필요한 자금 약 1500억원을 더한 금액보다는 많다. 

여기에 이스타항공 인수가 늦춰지며 인수 무산설이 거론될 때마다 회사는 유동성 문제는 없다는 입장을 줄곧 견지해왔다. 이와 관련 AK홀딩스는 앞서 지난해 아시아나항공 매각전에서도 2조원에 가까운 금액을 베팅한 전례도 있다. 물론 당시 1조원 이상의 운용자산을 보유한 스톤브릿지캐피탈과 컨소시움을 꾸렸기에 가능한 일이었으나 그때에도 AK홀딩스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2000억원이 넘는 수준이었다.  

게다가 국책은행이 구조조정도 아니고 민간항공사의 인수합병에 국민혈세를 지원하는 것이 과연 합당하냐는 물음도 제기되고 있다. 항공업황이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어 부실채권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LCC관계자는 “이스타항공의 재무상황이 워낙 나쁘다보니 제주항공이 추가적인 실탄이 필요한 상황일 것”이라며 “그러나 모회사인 AK홀딩스는 풍부한 현금과 유동자산을 가지고 있는데 어떠한 지원이나 자구노력을 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LCC 금융 지원 자금을 받는다는 점은 정책 취지에서 어긋나는 게 아닌가 한다”고 전했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이스타항공 인수 시 인수금융 협의는 작년 12월말 이스타인수 MOU체결 이전부터 있었던 것”이라며 “제주항공이 담보제공 및 이자를 부담하면서 대출을 받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일시적 유동성 위기 상황 극복을 위한 자금 지원과는 관련없고 특혜를 받는게 아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