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장영일 기자] 원화 가치가 급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안전자산 선호 현상과 단기 달러 조달 시장에서의 달러 부족 현상이 원화 가치를 끌어내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17일 원달러 환율은 전날 대비 17.50원 오른 1243.50원에 마감하면서 2010년 6월 11일(1246.10원) 이후 약 10년여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원달러 환율 급등은 주로 대외적 충격에서 발생했다. 2000년대 초반 정보기술(IT) 거품 붕괴 당시 원달러 환율은 1300원대까지 치솟았으며 2008년 금융위때는 1500원대를 넘어선 바 있다.

지난해 여름에도 미·중 무역갈등 영향으로 1200원대를 넘기기도 했지만, 이번 환율 급등은 코로나19에서 시작된 글로벌 경기침체 공포가 주된 원인으로 분석된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병) 사태로 각국이 락다운(lock down·폐쇄)에 돌입하면서, 글로벌 경제의 경기침체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가 연방기금금리를 단숨에 제로금리로 내린 것도 유동성 문제가 국제금융시장에서 달러화 부족으로 나타나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김일구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경기침체는 공급측면이나 수요측면의 충격이 자금시장에서 신용경색을 낳고, 이것이 기업의 연쇄 부도로 이어지는 과정을 거쳐 발생한다"며 "바이러스 확산으로 소비와 투자의 위축이라는 수요 측면의 충격은 여러 업종에서 이미 생겼고, 수요 충격이 지속되면서 글로벌 공급체인 전체를 위협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각국 및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도 원화 가치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한은은 16일 임시 금통위를 열고 기준금리를 0.50%포인트 인하해 0%대 금리 시대를 열었다.

한은 뿐만 아니라 미국, 유럽 등 글로벌 중앙은행들이 코로나19에 의한 금융 및 실물경제의 충격을 금융위기에 비견하면서 시장의 공포 심리를 자극했다.

이에 따라 초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달러로의 자산 전환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신용경색 우려는 달러 부족 사태를 몰고 왔다. 외국인은 9거래일째 유가증권시장에서 순매도에 나서는 등 최근 한달 사이 12조2537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신얼 SK증권 연구원 "원화 가치 절하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데 우려스러운 점은 환율보다도 달러 조달의 경색 정도"라며 "CRS금리가 2영업일째 전구간 마이너스 영역에 위치하는 등 넘치는 원화에 비교해서 달러화는 너무나도 부족하다"고 말했다.

CRS금리는 통화스왑 시장에서 달러를 주고 원화로 교환하는데, 원화를 받을 때 적용되는 금리다. CRS 금리가 마이너스라는 것은 원화를 빌려주면서도 오히려 이자를 줘야되는 상황이라는 의미로 달러 구하기가 힘들고 원화 가치가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

관건은 코로나19 확산세의 진정 여부다.

김 연구원은 "바이러스와의 싸움은 시간과 백신이 관건인 것 같지만 백신은 아무리 빨리 개발돼도 올해 겨울 독감 유행기에 쓸 수 있을 것"이라며 "현재 상황에서는 금융시장이 안정을 찾으려면 먼저 유럽과 미국에서 검사 속도를 높여서 확진자들을 빨리 찾아내야 하고, 다음으로 확진자수의 증가율이 5% 아래로 낮아질 때까지 기다릴 수 밖에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신 연구원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외화 유출 가능성이 현실화되는 모습은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며 "달러 조달의 어려움은 가중되고 있지만 증시와는 달리 원화채에 대한 순투자 포지션은 유지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