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전체 일자리 1억5300만 개 중 교통 및 여행, 레저와 호텔, 임시 도우미 서비스, 석유 시추 및 채취 등 고위험 일자리가 2700만개, 소매, 제조업, 건설, 교육 분야 등 ‘중위험’ 일자리가 5200만개에 달한다.    출처= CNN 캡처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미주리주 캔자스시티(Kansas City)에서 푸드트럭을 운영하며 식자재를 납품하는 일을 하는 대린 딕슨은 1주일 전만 해도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해 그렇게 신경 쓰지 않았다.

이제 그는 이 바이러스가 푸드트럭과 식자재 납품 사업을 모두 망칠 수 있다는 걱정에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고 있다.

캔사스 시티 회사들이 재택 근무를 채택하면서 딕슨의 푸드트럭 매출은 절반으로 떨어졌고 식자재를 납품하던 식당들의 주문 취소가 쇄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기 때문에 더욱 무섭습니다."

딕슨의 상황은 미국 경제가 코로나바이러스에 직면하고 있다는 전조에 불과하다. 문제는 이것이 처음에 나타났던 것보다 훨씬 더 깊고 널리 퍼질 수 있다는 것이다.

딕슨과 같은 영세 소상인들의 타격은 코로나바이러스 위기가 끝난 후에도 회복하는 데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비단 항공사, 호텔, 오락산업, 스포츠 산업의 일자리만 위험한 것이 아니다. 회사원들이 재택근무에 들어가고 학교가 문을 닫으면서 딕슨 같은 푸드트럭, 회사원들이 출근하지 않아 옷을 갈아입지 않음으로써 동네 세탁소, 심지어 미장원, 개산책 도우미, 아기 돌보미, 식당 종업원 등 서비스 업 일자리들까지 미국 일자리의 절반 이상이 총체적으로 위험한 상황에 처했다고 CNN이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美 일자리 절반 이상 위기

무디스 애널리틱스(Moody's Analytics)의 지난 주 분석에 따르면 미국 경제의 일자리 8000만 개가 오늘날 높거나 중간 정도의 위험에 처해 있다. 이는 미국 전체 일자리 1억 5300만 개의 절반이 넘는 수다.

물론 8000만개의 일자리가 모두 없어진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무디스 애널리틱스의 마크 잔디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적어도1000만 명에 달하는 근로자들이 해고, 휴직, 시간 단축 또는 임금 삭감의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무디스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8000만 개의 위험한 일자리 중 교통 및 여행, 레저와 호텔, 임시 도우미 서비스, 석유 시추 및 채취 등 ‘높은 리스크’에 처해 있는 일자리가 2700만개에 달하며, 이중 20%에 해당하는 500만 명 이상의 근로자들이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머지 5200만 개 일자리는 소매, 제조업, 건설, 교육 분야로 ‘중간 리스크’에 직면해 있는데, 이들 중 약 5백만 명의 근로자들이 직장을 잃거나 능력 이하의 일을 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

잔디 이코노미스트는 "사람들은 모든 것의 소비를 줄일 것”이라며 “증시가 사람들의 비상금까지 다 앗아갈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경제 충격이 더 빨리 올 수도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초기 백악관 경제자문회의 의장을 지낸 케빈 하셋은 "다음주 일자리 통계가 집계되면 적어도 일자리 100만 개는 줄어들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는 2009년 3월, 금융위기 이후 최악으로 8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던 것보다 더 심각한 수치다.

하셋 전 의장은 16일CNN과의 인터뷰에서 "지금까지 본 것 중 가장 큰 일자리 상실을 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비록 해고자 수가 크게 늘지 않는다 하더라도, 건강한 경제는 일자리를 잃는 사람 수와 비슷한 수의 고용이 다른 곳에서 일어나야 하는데, 그렇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 푸드트럭 같은 자영엽자들이게 코로나로 인한 위기가 너무 빠른 속도로 덮치고 있다.     출처= Street Food

지금 일자리 잃으면 새 일자리 찾기 어려워

미국은 현재 사실상 국가 채용이 동결된 상태이기 때문에 이번에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 중 많은 수가 새로운 일자리를 찾는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무디스 애널리틱스가 매주 350개 기업을 대상으로 수행한 조사에 따르면, 지난 12월만 해도 41%의 기업이 채용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지난 주 조사에서는 12%로 줄었다.

취업전문회사 챌린저 그레이 앤 크리스마스(Challenger, Gray and Christmas)에 따르면 사람을 찾는 회사가 급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회사의 앤드류 챌린저 수석 부사장은 "건강관리 회사들은 여전히 사람을 찾고 있지만 대부분의 다른 회사들은 고용을 동결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용주들은 다음 달 사업이 어디로 갈지 확신할 수 없는 불확실성이 커지면, 채용을 중단합니다. 우리는 그런 징후들이 노동 시장에서 매우 빠르게 나타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무디스의 조사에 따르면 지금까지 노동자들을 해고하는 기업의 비율은 증가하지는 않았다. 그 비율은 19%대를 유지하며 최근 몇 달 동안 거의 변화가 없다. 하지만 잔디 이코노미스트는 그것이 급격하게 바뀔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난주 대부분의 회사들은 채용을 중단했지만, 이번 주부터 해고하는 회사들이 늘어나게 될 것입니다.”

위기 상황에서 진짜 위험한 것은 타격을 입은 대부분의 중소기업들이 위기가 끝나도 다시 문을 열 지 못한다는 것이다.

"대기업들은 해고가 늦어질 수 있습니다. 그들은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할 자금과 시간이 있으니까요. 하지만 이 많은 중소기업들은 폭풍을 이겨낼 만한 현금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정부가 중소기업에 현금과 신용을 제공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닙니다.”

위기 오는 속도, 영세 상공인들에게 너무 빨라

많은 중소기업들에게 특히 힘든 것은 상황이 너무 빨리 변한다는 것이다.

딕슨은 “지난 주까지만 해도 식자재 납품 예약을 받았다. 사람들은 500달러의 예약금을 내고 납품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이와 같은 급작스러운 변화로 고통받는 사람은 딕슨 만이 아니다.

티파니 베이커는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St. Louis)와 라스베이거스를 오가며 헤어 스타일리스트로 일한다. 그녀의 일도 일주일 전까지만 해도 아무 이상이 없었다. 그러다 일주일 전부터 예약 취소가 몰리기 시작했다.

"우리는 구제금융을 받을 수 있는 선택권도 없지요. 일하지 않으면 먹고 살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재택근무도 할 수 없습니다. 지금 상황이 무섭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