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강민성 기자] 국내 중간재 기업들이 수출지역 다변화 전략에 이어 2차전지 소재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전기차배터리 등 2차전지 시장이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2차전지용 소재 기술 확보와, 생산 설비 투자에 집중해 미래 성장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국내 중간재 대표 기업들은 배터리 생산의 주요 소재인 셀, 음극재, 양극재에 이어 2차전지용 양극박, 전기차 배터리용 전지박, 전해동박 등 다양한 소재 개발에 힘쓰고 있으며 대규모 투자를 진행 중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2018년 고려아연은 자회사 켐코를 통해 2차전지 소재사업에 진출한데 이어 최근에는 전해동박도 사업목록에 추가했다. 전해동박은 전기분해 방식으로 제조된 동박으로 2차전지용 음극재 전류에 들어가는 소재다. 고려아연은 올해 3월부터 2022년 10월까지 연간 1만3000톤규모의 전해동박을 만들 수 있는 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며 투자자금은 1527억원 가량 투입할 것으로 계획했다.

투자는 100% 자회사인 ㈜ 케이잼 (KZAM)을 설립해 증자 방식으로 진행할 방침이다. 고려아연을 비롯해 최근 화학소재를 생산하는 중간재 업체들은 신성장 동력 마련을 위해 2차전지에 뛰어들고 있다.

소재 기업들이 2차전지에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기존 사업은 이미 성숙기에 진입한 데다, 전방 산업의 불황으로 생존을 걱정해야 할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 특히 중간재는 대(對) 중국 수출 중 80%를 차지하고 있는데, 최근 중국 화학소재 기업들이 증설을 진행하면서 자급률이 높아지고 있는 중이다.

중국의 자급률이 올라갈 경우 수출액이 급격히 줄어들기 때문에 그간 소재기업들은 동남아에 해외법인을 구축해 수출 시장을 다변화하는 등 지역적 다변화 전략을 모색하기도 했지만 전방산업 위축으로 물량공급이 급감하고 있다. 이에 따라 소재 기업은 고성장이 예상되는 2차전지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국내 최대 종합 포장 소재기업으로 알려진 롯데알미늄도 2차전지에 주목했다. 이 기업은 올 초 벤츠, 폭스바겐 등 유럽 완성차 업체와 가까우면서도 인건비가 저렴한 헝가리에 2차전지용 양극박 생산공장 투자를 진행한다고 발표했다. 양극박은 알루미늄 호일(Foil)형태로 전기화학 반응에 의해 생성된 전자를 모아서 방전시 필요한 전자를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기존 사업과도 연관성이 높아 주목되고 있다.

롯데알미늄은 내연기관 자동차가 급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는 만큼 해당 설비 투자를 빠르게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전기차에 사용하는 2차전지용 양극박 생산공장은 1년뒤인 2021년 상반기에 완공된다.

▲ 롯데알미늄 헝가리 투자 설명회 사진=롯데알미늄

헝가리 공장에 투입되는 투자금은 총 1100억원으로 매년 1만8000톤 가량의 양극박이 생산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화학 소재기업인 포스코케미칼과 한솔케미칼도 2차전지 소재에 집중하고 있다.

포스코케미칼은 음극재 설비를 매년 확대해 생산능력을 크게 높이고 있는데다, 양극재 또한 시설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또한 LG화학 등 전기차 배터리 생산 기업과 공급계약을 맺어 장기간 매출 확대를 기대하고 있다. 한솔케미칼은 주력 사업인 과산화수소 사업에 매진하는 동시에 2차전지 바인더를 생산하고 있다. 2차전지 바인더는 분리막용으로 사용되는 소재로 전지 공정에서 필수적인 소재로 쓰인다.

업계 관계자는 “전방산업인 산업재 기업들이 장기간 불황에 시달리고 있다”면서 “중간재 업체는 정부의 신남방정책으로 동남아에서 기회를 모색했지만 어려움이 지속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어 “장기적으로 성장하려면 독보적인 기술이 요구되기 때문에 2차전지 소재개발에 집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