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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의 금요일, 패닉룸에 갇힌 글로벌 경제...한국의 돌파구는?"안전지대는 없다"

[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국제유가 하락 및 코로나19 여파로 글로벌 경제가 패닉룸에 갇혔다. 각 국이 방역을 위한 총력전에 돌입하는 한편 긴급경기부양책을 꺼내며 사태 진화에 나서고 있으나 상황은 점점 악화되고 있다. 국제협력개발기구 OECD가 올해 글로벌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9%에서 2.4%로 낮춘 상태에서, 일각에서는 대공황이 재연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오고 있다.

초유의 위기가 이어지는 가운데 수출 지향적 모델을 가진 국내 경제의 위기감도 고조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청와대에서 경제 관계부처 장관들과 함께 코로나19에 따른 국내 경제·금융 시장 상황을 점검하는 등 발 빠른 조치가 나오고 있으나, 경제하강국면은 이미 시작됐다는 불길한 징조들이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입체적인 민관합동작전이 벌어져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 글로벌 증시가 대폭락했다. 출처=뉴시스

증시 최악의 날 '경제 팬데믹'
검은 월요일은 예고편에 불과했다. 12일(현지시간) 미국과 유럽 증시가 대폭락을 기록하며 경제 팬데믹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미국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전일 대비 2352.60포인트(-9.99%) 급락한 2만1200.62로 마감하며 최악의 날을 기록했으며 나스닥종합지수도 750.25포인트 추락해 경고등이 들어왔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도 260.74포인트 하락해 2480.64로 장을 마감, 최악의 날을 보냈다.

뉴욕 증시가 개장한 순간 서킷 브레이크가 걸렸으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이례적으로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할 수 있다는 방침까지 내놨으나 공포심리는 잡히지 않았다.

유럽 증시도 최악이다. 유로스톡스 50지수는 전일 대비 360.33포인트 수직강하한 2545.23으로 거래를 마쳤고 유럽 주요 국가의 증시도 곤두박질쳤다. 화들짝 놀란 유럽중앙은행(ECB)이 정례 통화정책회의에서 대규모 유동성 공급에 나서겠다고 발표했지만 무용지물이다. 미국이 코로나19 사태가 번지는 유럽을 겨냥해 유럽 여행객 입국 30일간 제한 조치를 취하며 유럽 증시는 말 그대로 '박살'이 났다.

국내증시도 공포 그 자체다. 13일 장을 열었으나 코스피와 코스닥 모두 동시에 서킷 브레이크가 발동됐다. 코스닥 서킷브레이크는 무려 4년 1개월만에 처음이다. 13일 정오 기준 서킷 브레이크는 풀렸으나 국내증시는 전혀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코스피 지수가 1700까지 밀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미국과 유럽 및 국내, 아시아 증시의 대폭락 수준은 이미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을 뛰어넘었다는 평가다.

최악의 경제위기 가능성이 점쳐지는 가운데 각 국은 총력전에 나서고 있다. 미국은 최근 코로나19 긴급 예산안으로 83억달러를 책정하는 한편 트럼프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대국민연설을 통해 여행제한 및 비상권한 발동을 선언하고 3000억달러 수준의 급여세 인하를 통한 경기부양책을 검토하고 있다. 세금 납부 기한을 늦추는 방안까지 고려하며 사투를 벌이고 있다.

특별회의를 통해 기준금리를 기존 0.75%에서 0.25%로 0.5%p 인하하는 초강수를 둔 영국은행 통화정책위원회는 증시 대폭락 후 추가적인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영국 정부 차원에서는 300억파운드에 달하는 대응 패키지를 발표하며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독일도 124억유로 수준의 긴급경기부양 카드를 꺼내며 위기에 대비하고 있으며 코로나19로 비상체제를 선언한 이탈리아는 치솟는 정부부채 비율에도 불구하고 긴급자금을 편성한 상태다.

▲ 트럼프 대통령이 발언하고 있다. 출처=뉴시스

정부도 움직이고 있다. 4조원의 예비비 집행, 16조원 수준의 긴급경기부양책을 발표하는 한편 국회에서는 추가경정예산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국회 정무위 및 교육위 등 7개 상임위원회가 추경 예비심사를 통해 총 6조2604억원을 증액해 기존 추경인 '11조7000억원 + 알파'로 가닥을 잡았으나 이 과정에서 당정의 충돌도 감지된다.

여당은 정부가 편성한 11조7000억원의 추경안을 원점에서 검토해 증액하는 것은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일단 국회에서 '11조7000억원 + 알파'를 추진하는 것이 낫다고 보고 있으나 정부는 추경 증액에 미온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 이탈리아는 전시상황이다. 출처=뉴시스

"도망칠 곳이 없다"
초유의 글로벌 경제위기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각 국이 선제적인 조치를 취하고 있다. 그러나 당장 문제해결의 방법이 없다는 점에서 공포심리는 극대화되는 추세다.

일단 코로나19 감염 사태가 심상치않다. 중국은 애플이 닫았던 현지 매장을 모두 여는 한편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코로나19 발원지인 우한을 방문하는 등 사실상 종식선언에 들어갔으나 그 외 나라의 사정은 심각하다. 당장 국내에서는 대구 신천지 사태가 잡히는가 싶었으나 구로 콜센터 집단감염이라는 돌발악재가 발생해 인구밀집지역인 수도권이 코로나19의 본격적인 사정권에 들어갔다.

미국도 확진자가 다수 나오며 주요 주에서는 비상사태가 발동됐으며,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한인 여성이 뉴욕에서 폭행을 당하는 일도 벌어졌다. 심지어 트럼프 대통령이 확진자와 식사까지 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커지고 있다. 2020 도쿄올림픽을 추진하는 일본도 대회의 무사개최를 장담할 수 없는 처지며 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총리의 부인도 확진 판정을 받았다. 총리는 현재 격리중이다.

▲ 코로나19 감염증세가 나타난 그랜드 프린세스호. 출처=뉴시스

이탈리아는 상황이 심각하다. 감염 사태가 경제 중심지인 북부 지방을 중심으로 번지는 가운데 정부는 사실상 '전국 이동금지령'을 내렸다. 확진자는 1만5000명, 사망자는 1000명을 넘기며 사실상 전시상황이라는 평가다. 이 외에도 스페인도 확진자가 3000명을 넘겼고 독일과 프랑스도 2000명을 돌파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독일 인구의 최대 70%가 코로나19에 감염될 수 있다"고 경고하며 심상치않은 사태가 벌어지고 있음을 시사했다. 사실상, 코로나19를 피해 도망칠 수 있는 곳이 없다는 말이 나온다.

도망칠 곳이 없는 곳은 경제 분야도 마찬가지다. 일반적으로 안전자산으로 불리는 금도 크게 하락하고 있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4월 인도분 금값이 온스당 3% 넘게 떨어졌고 미국채 금리도 오르고 있다. 심지어 디지털 자산으로 불리며 안전자산의 새로운 대안이라는 평가를 받던 비트코인 시세도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13일 현재 비트코인 시세는 700만원선까지 밀리며 대폭락을 이어가고 있다.

미 경제매체 포천은 13일 "이미 시장은 침체기에 접어들었다고 봐야 한다”며 "시장이 일제히 살려달라고 아우성치는 형국"이라고 평가했다.

▲ 글로벌 증시가 대폭락했다. 출처=뉴시스

글로벌 교역망 무너지나
글로벌 경제 위기감이 고조되며 시장은 당분간 엄청난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호황을 누리던 미국 실리콘밸리 기업들도 울상이다. CNBC에 따르면 미국의 5대 정보기술(IT) 기업의 시가총액은 12일(현지시간) 무려 4166억달러나 증발했다. 애플의 주가는 전일 대비 9.88% 떨어졌고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도 각각 7.92%. 9.48% 하락했다. 페이스북은 9.26%, 알파벳은 9.20% 하락했다. 테슬라 주가도 하락일변도다.

더 큰 문제는 글로벌 교역망 붕괴 가능성이다.

현재 코로나19가 창궐하며 각 국은 입국의 문을 걸어버리는 추세다. 증시 대폭락의 원인 중 하나인 미국의 유럽발 입국금지가 대표적이다. 이런 상황이 길어지면 기업의 해외 주재원 이동이 원만하게 이뤄질 수 없으며 당연히 비즈니스 전체가 난항에 빠진다.

국내의 경우도 일본이 한국 비자면제 중단을 선언했기 때문에 인적 교류가 끊어졌고, 최대 교역국인 중국과의 교류도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대한항공의 경우 여객 노선 124개 중 무려 89개 노선에 대한 운휴조치에 들어갔고 아시아나항공도 75개 노선에서 24개 노선으로 항공편 규모를 대폭 줄였다

만약 코로나19로 인해 단순 여객이동제한이 아닌, 부품 등 물류망이 막힐 경우 글로벌 교역망 전체에 심각한 타격이 올 수 있다. 미중 무역전쟁과는 차원이 다른 전방위적 이동제한이 걸릴 경우 글로벌 교역망이 셧다운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박두진 ICT물류테크닉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자동차의 경우 부품 수급에 어려움이 생겨 가동률이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면서 "글로벌 공급망이 일시적으로 무너질 수 있다는 공포가 커지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교역망에 문제가 생기면 수출지향적인 경제모델을 가진 한국은 괴멸적인 타격이 불가피하다. S&P는 12일(현지시간) "한국 기업들의 신용등급은 코로나19 전부터 이미 하방압력이 컸다"면서 "한국은 교역 및 수출 의존도가 높아 광범위한 피해가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실제로 관세청이 3월 1일부터 10일까지 집계한 수출 현황을 집계한 결과 전체 수출액은 133억3900만달러로 확인됐으며, 조업일수 등을 고려하면 전년 동기 대비 2.5%포인트 하락했다.

재계를 중심으로도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전국경제인연합회는 글로벌 교역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주요 교역국에 긴급 서한을 12일 보냈다. 허창수 전경련 회장은 한국발 입국자에 대한 입국금지(제한) 조치를 취한 주요 교역국을 대상으로 "한국발 입국자 입국금지 또는 제한을 비즈니스 목적 입국에 대해서는 완화해 줄 것을 간곡히 요청드린다"면서 "한국인에 대해 입국을 금지하거나 제한하는 것은 불합리하다. 비즈니스 목적 입국은 코로나19에 따른 글로벌 교역위축을 막고 귀국과의 경제교류를 지속적으로 활성화하기 위해 매우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결국 과감한 속도전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현재 상황은 그리 낙관적이지 못하다.

당장 현재 국회에서 추경안이 검토되고 있으나 증액 여부를 두고 진통이 이어지고 있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40조원 수준의 추경 증액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했고, 여당도 추경 증액에 긍정적이지만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금까지 일관적으로 추경 증액은 생각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을 일관하고 있다.

▲ 국회 추경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출처=뉴시스

이 과정에서 불협화음 조짐도 보인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공개적으로 추경 증액 필요성을 강조하는 한편 추경 증액에 미온적인 홍 부총리 책임론을 거론했기 때문이다. 이에 홍 부총리는 SNS에 "그동안 코로나19 방역과 민생의 어려움을 덜어주고 우리 경제의 모멘텀과 힘을 키우고자 총력을 다해 왔고, 특히 이 위기를 버티고 이겨내 다시 일어서게 하려고 사투중인데 갑자기 거취 논란이"라면서 "지금은 우리 모두가 뜨거운 가슴 뿐만 아니라 차가운 머리도 필요한 때"라며 복잡한 심경을 내비치기도 했다.

한일 경제전쟁 재발 가능성도 눈길을 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10일 일본 경제산업성과 제8차 수출관리정책 대화를 열었으나 사실상 빈손으로 끝났다. 일본이 코로나19 사태를 기점으로 한국에 대한 비자면제 중단을 선언한 상태에서 두 나라의 교역망에 이상기류가 맴도는 분위기다.

지난해 7월 일본의 기습공격 후 한일관계가 경색된 가운데 지난해 12월 열렸던 수출관리정책 대화는 다소 유화적인 분위기에서 전개된 바 있다. 일본은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를 이어가면서도 일부 부품 및 소재에 대해서는 규제 완화를 단행했고, 수출 실적이 쌓인 기업에 대해서는 이를 '특정포괄허가'로 전환한다는 정책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정치적 의도까지 겹치며 한일 두 나라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발언하고 있다. 출처=뉴시스

일본은 지난해 7월 한국에 대한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소재 수출 제한을 선언하며 그 이유로 정책대화의 미개최에 따른 신뢰 훼손, 재래식 무기 캐치올 통제 법적 근거 미흡, 한국 수출통제 인력·조직의 취약성을 지적한 바 있다. 그러나 한국은 이와 관련된 모든 조치를 취했고, 코로나19 사태라는 특수한 상황을 맞아 전향적인 한일관계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일본이 비협조적으로 나오기 때문에 사태해결은 쉽지 않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당분간 강대강 대치가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일본에 부품 및 소재를 의존하고 있는 국내 제조업계의 고민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그나마 다행인 것은, 각 기업들의 악전고투다. 실제로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 가능성이 커지는 가운데 주요 대기업의 코로나19 극복전투도 속속 감지된다. 당장 삼성과 LG 및 SK, 현대차 등 주요 기업들이 속속 성금을 내며 코로나19 사태진화에 나서는 한편 자사 연수원을 생활치료센터로 내놓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 3일 경상북도 구미시에 위치한 삼성전자 구미사업장을 전격 방문해 임직원을 격려한 가운데 삼성은 12일 코로나19로 인해 자택에서 격리 중이거나 재택근무를 하고 있는 계열사 및 협력사 임직원들에게 격려 물품을 발송하며 희망의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구광모 LG회장도 6일 자가격리 중인 임직원들에게 ‘함께 이겨냅시다’라는 제목의 편지와 마스크, 손소독제, 액정닦이, 영양제 등 건강·위생 물품을 함께 보냈고 SK는 코로나19로 인한 어려움이 커지고 있으나 올해 8500명 이상의 신규채용을 약속하며 위기극복에 동참하고 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 수석부회장도 지난 3일 임직원과 협력사에 메시지를 보내 "의연하게 대응하자"면서 "우리는 위기를 이겨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위기 극복을 위해 자체적인 역량을 강화하는 한편 필요이상의 공포심리를 차단하며 경제위기극복에 나서자는 취지다.

여세를 몰아 문재인 대통령은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위기 대응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경제인 간담회를 18일 추진할 예정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최악의 경제위기를 맞아 민관합동작전의 방향성에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최진홍 기자  |  rgdsz@econovill.com  |  승인 2020.03.13  12:4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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