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지난해 12월 국내 1위 배달앱 플랫폼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이 딜리버리히어로에 매각된다는 소식이 업계를 강타한 가운데,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의 향후 행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디자니어 출신 특유의 감성 브랜딩과 치밀하고 의미있는 경영 행보를 바탕으로 국내 배달앱 업계는 물론 ICT 플랫폼 업계의 화려한 셀럽으로 활동했으나, 이제 그의 앞에는 전혀 새로운 모험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바로 아시아, 그리고 글로벌 시장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우아한형제들은 3월 말로 예정된 주주총회를 통해 김봉진 대표 체체에서 김범준 신임 대표 체제로 변신한다. 김범준 신임 대표는 우아한형제들의 부사장이자 CTO(Cheif Technology Officer)로 활동했으며 카이스트 출신 천재 개발자로 대중에 잘 알려져 있다. 2018년 11월 tvN의 예능 프로그램인 '문제적 남자'에 출연해 화제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전형적인 '공부가 제일 쉬웠어요 스타일'이면서도 경영 전반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 추후 배달의민족의 새로운 행보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 김봉진 대표와 김범준 신임 대표. 출처=우아한형제들

김봉진 대표는 우아한형제들의 지분 상당수를 확보한 딜리버리히어로와 함께 합작으로 설립된 우아DH아시아의 회장을 맡아 아시아 시장에 도전한다.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가 성공적으로 끝나야 한다는 전제다. 우아DH아시아는 딜리버리히어로가 관장하는 아시아 시장을 공략할 전망이며 동시에 우아한형제들의 지주사 역할을 한다.

그 연장선에서 김봉진 대표는 딜리버리히어로 코리아 직속으로 움직이는 요기요와 별도로 운영되는 우아한형제들의 경영에도 일부 참여할 전망이다. 가칭 V(비전)-CEO로 활동하며 큰 그림을 맡는 자문 역할이 유력하다. 다만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아직 김 대표와 우아한형제들의 정확한 역할 분담은 이뤄지지 않았다"면서 "주총이 열려야 모든 것이 확정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한편 업계의 관심은 자연스럽게 우아DH아시아를 바탕으로 아시아 시장을 정조준한 김 대표의 행보에 집중되고 있다.

현 상황에서 배달의민족 성공 노하우를 각 아시아 시장에 얼마나 성공적으로 안착시키느냐가 관건으로 보인다. 현지서 활동하는 배달앱 플랫폼과 모빌리티 기반 파생 서비스들이 이미 강력한 존재감을 보이고 있어 마냥 쉽지는 않을 것이라는 말이 나오지만, 업계에서는 '그래도 김봉진 대표라면'이라는 기대감이 팽배하다.

만약 김 대표가 우아DH아시아를 통해 아시아 및 글로벌 시장에서 큰 성과를 거둔다면 이는 그 자체로 의미있는 일이 될 전망이다. 국내 인터넷 업계의 성공 노하우가 아시아 시장에서 위력을 발휘한다면 '국내 O2O 모델의 한류 바람'도 꿈은 아니기 때문이다.

나아가 국내 배달앱 시장에도 상당한 수준의 순기능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우아DH아시아의 성공은 곧 새로운 매출수익구조의 발굴이기 때문에, 아시아 시장에서의 성공은 곧 국내 배달앱 플랫폼 업계가 다양한 실험에 나설 수 있는 자양분이 될 수 있다. 우아DH아시아의 성공에 따른 재원 확보가 성공적으로 이뤄진다면, 굳이 국내서 활동하는 배달의민족이 수수료를 올리는 기본적인 매출 구조만 고집할 이유는 사라진다.

결론적으로 김 대표의 행보는 본인의 성공 여부를 떠나 국내 인터넷 업계 전반의 생명력을 확인할 수 있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지금까지 국내 인터넷 스타트업 업계에서 그 능력을 인정받아 소소한 성공을 보장받은 적은 있으나, 능력을 인정받는 것을 넘어 글로벌 기업과 협력해 최전선에서 새로운 도전을 하는 사례는 김 대표가 처음이기 때문이다.

물론 넘어야 할 산도 많다. 김 대표의 이러한 모험이 첫 발이라도 떼려면, 일단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가 통과되어야 한다. 공정위가 기업결합을 승인해야 김 대표도 우아DH아시아로 이동해 모험을 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직 어떤 결과가 나올 것인지 누구도 예단할 수 없는 가운데 일단 공정위가 어떤 판단을 내릴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 대표가 국내서 능력을 인정받아 아시아 시장에 도전하지만, 아직 그가 글로벌 무대에서는 입증되지 않았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특히 우아DH아시아가 활동할 아시아 무대는 인구가 많고 지역성도 다양하기 때문에 쉽게 볼 수 있는 무대가 아니다. 이미 현지서 사업을 전개하고 있는 파트너 딜리버리히어로의 지원을 충분히 받겠지만, 딜리버리히어로의 최근 아시아 배달앱 시장 성적은 다소 실망스러운 수준이다. 김 대표가 결국 '특이점'이 되어야 하는 상황에서 얼마나 강렬한 존재감을 보여줄 것인지 관심이 집중된다.

김 대표는 국내에서 본인의 사업적 수완도 상당했으나, 무엇보다 특유의 브랜딩을 통해 기업 가치를 크게 끌어올린 것도 사실이다. 이런 전략이 아시아 시장에서 온전히 자리잡을 수 있다고는 누구도 장담하기 어렵다. 여기에 합종연횡을 거듭하며 커지는 글로벌 배달앱 플레이어의 공세를 막아내야 하는 부담도 그의 모험에 있어 장애물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