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강민성 기자] 국내 대표 석유화학기업인 LG화학이 당초 내놓은 실적 전망과 엇갈릴 것으로 분석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이어 국제 유가 폭락까지 겹치면서 석유화학 업종의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1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LG화학은 2018년에 실적발표를 하면서 2019년 한해 동안 32조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전망했지만 실제 28조6250억원 매출이 발생해 10.50%의 오차율을 기록했다.

올 초 LG화학은 2020년 매출액이 지난해보다 23.32% 오른 35억3000만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충격으로 전방산업인 소비재와 산업재 생산이 위축되고 있어 어려움이 따를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유가급락까지 더해져 불확실성이 최고조로 높아졌다. 단기적으로 해외에서 수입해 저장해 놓은 단가와 현재 유가 갭 차이가 발생하고 있는데다 장기적으로는 수요 감소가 우려되고 있다.

LG화학은 올해 석유화학 부문의 매출 목표를 전년 15조5000억원 대비 2000억원 증가한 15조7000억원으로 잡았지만 지난해보다 감소할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올 초 국제 신용평가 기관인 무디스는 LG화학의 채권등급을 기존 A3에서 Baa1으로 하향조정하면서 재무적 부담을 언급했다.

▲ 출처=금융감독원 전자공시

무디스는 LG화학에 대해 “높은 수준의 설비투자가 지속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향후 1~2년간 재무레버리지 비율이 의미있게 개선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평가했다. 실제 LG화학은 올해 2차전지와 나프타분해공정(NCC) 등 신규 투자시설에 총 6조원을 투입한다고 밝혔고 현재 투자가 진행중이다.

먼저 LG화학은 여수NCC와 고부가 폴리올레핀(PO)공정에 총 1조2332억원을 투입했다. 이를 위해 지난달 LG화학은 공모채 시장에서 투자 자금을 모집했고 최종적으로 90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조달했다.

영업 실적이 높아져 내부자금(유보금)으로 시설 투자가 진행된다면 재무레버리지 비율이 낮아질 수 있지만 시설 투자액의 대부분을 채권 발행으로 조달하면 부채비율은 상승할 수 밖에 없다. 지난해 말 기준 LG화학의 부채규모는 16조6400억원으로 전년 11조6200억원 대비 43% 증가했고 부채비율은 95.7%까지 상승했다. 90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으로 올 1분기엔 100%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석유화학 부문의 매출 규모는 전체 사업부문 매출액의 51.6%로 절반을 넘기 때문에 업황에 따라 실적 변동이 크다. 

특히 LG화학의 경우 업스트림(석유화학 공정 첫단계인 원유 생산) 공정의 매출액이 34% 수준으로 비중이 높아 시황 변동에 민감하다. 업스트림 공정 비중이 높은 곳일수록 전체 제품가격에서 원재료비(원유)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 원가변동이 높다. 지난해 LG화학은 4분기에 계절적 비수기와 업스트림 시황 악화로 매출이 줄었지만 하부 공정인 다운스트림에서 수익성이 유지돼 실적을 보완했다.

LG화학은 올해 1분기 석유화학 부문 전망과 관련해 “글로벌 신규 생산능력(Capa) 가동과 불확실성 확대가 실적에 영향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 LG화학은 석유화학 부문에 이어 전지부문에 15조원을 투자하고 첨단소재, 생명과학, 팜한농에도 각각 4조7000억원, 7000억원, 6000억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전지부문에서 매출액이 크게 오를 경우 전체 실적을 보완할 수 있지만 아직까지 대규모 투자가 요구되는 만큼 캐시카우 역할을 하는 석유화학부문을 능가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배터리 업계는 대규모 설비확장에 돌입해 공장 증설과 생산설비 투자가 최우선으로 꼽히고 있다. 미래 매출 확장을 위해서는 가동력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LG화학은 이러한 이유에서 지난해 말부터 배터리 사업부문을 독립법인으로 분사해 외부에서 자금을 조달하려 했지만 불확실성이 높아져 잠정 중단했다.

지난해 ESS(에너지저장장치시스템) 화재로 인해 손실충당금(3000억원)을 반영하면서 전지 부문 영업실적이 적자로 돌아선 점도 부담 요소다. 한편 LG화학은 지난해 1월 NCC 일부 공정의 설비 보수를 앞당겨 1월 평균 가동률을 95% 수준으로 유지한데 이어 최근 다시 5% 감산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19로 경기침체가 지속돼 석유화학 공정의 감산추세가 이어졌다”면서 “유가 급락으로 가격 스프레드는 개선될 것으로 보이지만 전방산업 수요가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