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우주성 기자] 분양가 상한제 유예기간이 얼마 남지 않으면서 주택도시보증공사(이하 HUG)와 재건축 조합간의 신경전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서초구의 신반포3차·경남아파트 조합은 최근까지 분양가 상한제를 피하기 위해 구조심의와 굴토심의를 마무리했지만 HUG의 고분양가 산정방식에 대한 우려로 일반 분양 물량을 최소화하는 전략을 택했다.

반면 유예기간 안에 분양이 쉽지 않은 잠실 미성·크로바 등 일부 단지가 적극적으로 후분양으로 가닥을 잡으면서, HUG와 분양가로 기싸움을 벌이는 둔촌주공 재건축 조합 내에서도 조금씩 후분양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와 업계관계자들은 일부 단지의 경우 HUG의 고분양가 기준보다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더라도 후분양이 유리할 수 있다면서도 금융비용 증가 등의 리스크가 상존한다는 점 역시 경고하고 있다.

일반분양 ‘확 줄인’ 신반포3차, 이유는 HUG

▲ 신반포3차·경남아파트 재건축 조합 사무실 앞. 사진=이코노믹리뷰 장서윤 기자

서초구 신반포3차·경남아파트 재건축 조합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10일 신반포3차·경남아파트 조합은 대의원회를 열고 향후 있을 HUG와의 분양가 협의에 대비해 일반 분양 가구를 당초보다 121가구 줄일 것을 결정했다. 당초 해당 조합은 전체 공급 2990세대 중 346세대는 일반분양을 할 계획이었다.

해당 조합원은 “조합에서 HUG 분양가를 따를시 조합원 분양가보다 일반 분양가가 저렴하게 나온다고 보고 있다. 조합원 분양가는 평당 6000여만원 정도 된다. HUG 기준에 따르면 일반 분양가는 그보다 수백만원은 낮을 것이다. 최대한 조합원에 분양을 하고 일반 분양분은 줄이겠다는 계획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렇게 조합원 분양가와 일반분양가가 역전되는 현상은 HUG의 고분양가 산정 기준 때문이라는 것이 정비업계 관계자의 전언이다.

기존 HUG의 ‘고분양가 사업장 심사기준’에 따르면 산정 대상이 되는 정비사업장의 분양가는 해당 사업장의 자치구 근방 2km내에서 사업장과 조건이 유사한 아파트(비교사업장)의 분양가를 기준으로 결정한다. 분양한지 1년 이내의 비교사업장은 비교사업장 분양가의 100% 이내, 1년을 초과한 경우는 비교사업장의 평균분양가에서 주택가격변동률을 적용한 수치와 평균분양가의 105% 이내 중 낮은 금액 이내에서 심사하는 식이다.

김구철 미래도시시민연대 재건축지원조합단장 단장은 “지난 2월에 HUG에서 분양가 산정기준을 변경하겠다고 했지만 결국 ‘둔촌주공’의 사례를 보면 크게 실효성있게 변한 부분은 없다”고 지적했다.

‘후분양’ 배수진까지 꺼내든 ‘둔촌주공’

▲ 둔촌주공1단지 재건축 공사현장. 사진=이코노믹리뷰 신진영 기자

입주자 모집공고 신청을 코앞에 둔 강동구 둔촌주공1단지 재건축 아파트 조합 역시 HUG의 분양가 산정기준에 공공연히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둔촌주공1단지 조합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7일 열린 조합 총회에서 3.3㎡당 3550만원의 분양가를 결정한 바 있다. 조합은 지난달부터 본격적으로 HUG와의 분양가 협상에 들어갔지만 HUG측이 2970만원을 초과하는 분양가는 불허하겠다고 밝히면서 현재까지 협의가 난항을 겪고 있다.

해당 재건축 조합의 한 조합원에 따르면 둔촌주공 재건축 역시 일반분양가가 조합원분양가보다 더 싼 역전 현상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해당 조합원은 “아직 확실한 금액 산정 등은 하지 않았지만 조합 측이 제시한 분양가에서 400만원이상 낮아지면 그럴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조합 일부에서는 지난해 조합에서 검토했던 후분양 선택지도 나오고 있다. 둔촌주공 인근의 한 부동산 업자는 “현재 조합 측은 일단 분양가 상한제를 피하는 게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방법이므로 HUG측이 분양가 협상에서 유리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HUG와 끝내 협상 타결이 안된다고 판단시 후분양과 관련한 총회도 열릴 가능성이 있다”고 답했다.

일부 조합원들이 후분양 이야기를 꺼내든 또 하나의 이유는 바로 후분양을 통해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더라도 HUG가 책정한 분양가보다는 더 수익성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계산 때문이다.

HUG의 분양가 산정기준은 분양되는 재건축 단지 주변의 아파트 분양가격인데 비해, 분양가 상한제의 경우 소위 ‘원가’라고 하는 토지가격과 공사비 등이 분양가 산정의 기준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공시지가 등이 상승할 가능성은 높으므로 자연스레 토지 등 원가도 상승하게 된다는 것이 후분양을 주장하는 조합원들의 의견이다.

실제 지난 12월 둔촌주공 조합의 주요 협상 전략 중 하나도 강동구의 공시지가가 상당히 비싸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었다. 재건축 사업장 중 후분양이 더 유리한 사업장들은 적극적으로 후분양으로 선회하고 있다. 잠실 미성·크로바나 신반포15차 등이 대표적이다.

'원가' 안따지는 HUG 분양가 산정, "분상제가 낫다"

김구철 단장은 “분양가 상한제에서는 토지나 건축비 등 ‘원가’를 계산해주지만 HUG의 경우는 공사 과정에 얼마가 들어갔던 ‘원가’를 전혀 인정하지 않고 동일 지역내 주변 단지들의 분양가로만 계산한다”고 말했다.

김 단장은 “따라서 역으로 말하면 강남구 등의 경우 주변 단지들의 분양가가 높고 재건축으로 신축 단지가 많으니 HUG의 분양가 산정이 그나마 이득이다. 원가로 계산하는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면 타격이 클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반면 신축이 많지 않은 잠실이나 강동구 같은 경우는 HUG가 분양가를 산정하면 주변 단지의 분양가도 높지 않고, 원가 등은 하나도 고려되지 않아 오히려 원가 등을 반영하는 분양가 상한제가 유리하지 않느냐는 의견도 나온다”고 답했다.

둔촌주공의 ‘후분양’ 전략이 협상의 배수진으로 그칠지 또 하나의 ‘플랜 B’가 될지 인근 부동산 업자들의 의견은 갈린다.

부동산 업자는 “조합이 후분양 등을 지금 선택하기에는 위험한 면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라면서도 “그래도 정부 정책 중 공시가격 상승 기조는 확실히 계속되지 않겠느냐. 그런 점에서 후분양이 유리하다고 생각하는 조합원이 있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반면 인근의 다른 중개업자는 “둔촌주공의 경우 후분양을 하더라도 앞으로 변수가 많아 사업 수익성이 더 좋다는 보장은 없을 것이다. 또 결국 그 동안 금융 비용도 상당히 많이 들어가게 되는데 이런 것을 비교하면 정말 후분양을 할만한 가치가 있는지는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