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8년에 열린 롯데 e커머스사업본부 전략 및 비전 소개 간담회. 출처= 롯데쇼핑

[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롯데의 이커머스 플랫폼 ‘롯데ON’이 3월 말에 공개된다. 롯데ON은 롯데가 보유한 모든 온-오프라인 유통채널을 하나로 통합시킨 플랫폼을 표방한다. 신동빈 회장이 해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롯데ON을 중심으로 한 이커머스 운영 계획에 대해 직접 언급할 정도로 많은 기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롯데의 진입 이후 더 성장할 것으로 예견되는 이커머스 산업을 기대 보다는 우려의 시선으로 보고 있다.  

오프라인 DNA

롯데ON에 대한 업계 전문가들의 가장 큰 우려는 롯데 유통사업의 뼛속 깊이 박혀있는 ‘오프라인 유통 DNA’다. 롯데는 1990년대 우리나라의 경제성장기에 맞춰 늘어난 국민들의 소비여력에 주목했다. 그리고 백화점·대형마트·SSM·창고형 할인매장으로 대표되는 롯데의 점포들은 국민들의 늘어난 소비여력을 감당하기에 최적화된 유통채널이었고 관련 사업은 매년 꾸준히 성장했다 

오랜 기간에 걸쳐 충분히 갖춰둔 롯데의 오프라인 유통채널들은 특별한 문제가 없는 한 매년 안정적인 수익성을 기록했다. 그러나 이러한 안정성은 롯데가 2010년 이후 국내에 본격적으로 확산된 이커머스가 이끄는 변화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결론적으로 해당 분야에서 경쟁사보다 뒤쳐지게 된다.

수 년 동안 '실현되지 못한' 계획

신동빈 회장은 지난 2013년부터 유통업계에 불어올 변화를 감지하고 지속적으로 ‘옴니채널(온-오프라인 유통채널의 유기적 연동)’ 구축을 꾸준히 주문했다. 그러나 당시의 롯데 경영진들이 의견을 합치하지 못했고 관련 사안은 답보 상태에 머물렀다. 

당시 롯데 전략사업 조직에서 일했던 한 관계자에 따르면 “롯데의 유통채널들을 하나의 온라인 플랫폼으로 통합시키자는 의견은 매년 나왔으나, 각자 다른 영역에서 충분한 성장을 이룬 유통채널들의  세분화된 운영 조건들을 일치시키는 것에 경영진들은 어려움을 느꼈다”라면서 “무엇보다 온라인 유통이 이끌 변화를 인지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 2019년 롯데쇼핑 실적. 출처= 롯데쇼핑

온라인 유통의 급성장에 밀린 오프라인 채널의 부진은 전년대비 영업이익 28.3% 감소라는 2019년 롯데쇼핑의 충격적인 실적으로 반영됐다. 이에 롯데는 “전국 700여개에 이르는 오프라인 매장 중 200여개를 장기간에 걸쳐 정리한다”는 특단의 조치를 내린다. 

확고한 의지, 과연? 

문제는 통합 이커머스 플랫폼의 출범을 앞둔 현 시점까지도 롯데 특유의 ‘오프라인 중심’ 마인드는 크게 바뀌지 않았다는 점이다. 롯데 이커머스 플랫폼 출범을 준비하는 조직에서 일하고 있다는 한 관계자는 “지난해 롯데는 많은 개발인력들을 영입해 이커머스 출범을 준비하고 있으나 의사결정권이 있는 책임자들이 온라인 플랫폼 운영에 대한 이해가 충분하지 않아 내부적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라고 말했다.   

IT·이커머스 분야 콘텐츠 제공업체 에이블랩스 윤준탁 대표는 “롯데 이커머스는 신동빈 회장이 약속한 유통사업 부문에 대한 10조원 이상의 투자, 그리고 롯데리츠를 통한 자본 유동화 등으로 충분한 자본력을 가지고 있어 장기 관점으로 보면 나름의 경쟁력이 있다”라면서 “그러나 IT를 근간으로 시작해 온라인에 대한 이해가 충분했던 전문 이커머스 업체들도 지난 10년 가까운 시간 동안 쌓아온 숱한 시행착오를 겪는가하면 매년 엄청난 적자를 감내하면서 브랜드를 유지하고 있는 것을 보면 아직까지도 온라인에 대한 이해가 충분하지 않은 롯데가 이커머스에 단기간에,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이라고 말했다.   
   

▲ 3월 말 출범할 롯데 이커머스 통합 플랫폼 '롯데ON'. 출처= 롯데ez커머스

현재 롯데는 통합 이커머스 플랫폼 운영을 위한 막바지 준비에 열을 올리고 있다. 롯데에 따르면 최근 롯데e커머스 사업본부는 엘롯데(백화점), 롯데마트몰, 롯데닷컴 등으로 나뉘어 있는 온라인 회원제의 이용약관을 하나의 플랫폼으로 통합할 수 있도록 개정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아울러 최근 코로나19 확산으로 일부 판매자들이 오픈마켓에서 마스크나 손세정제 등 상품의 가격을 올려 폭리를 취한 문제점들을 반영한 ‘관리형 오픈마켓’의 구현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커머스를 중심으로 자사 유통 체계를 개편하려는 롯데의 의지는 확고하다. ‘니혼게이자이 신문(日本經濟新聞)’은 지난 4일 게재한 인터뷰 기사에서 “롯데 유통사업의 중심은 여전히 오프라인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은 것 같다”라고 신동빈 회장에게 물었다. 신 회장은 “그것은 절대 안 되는 일”이라고 단호하게 대답했다. 그러나 업계에서 바라보는 시선에는 롯데 이커머스에 대한 기대보다는 여전히 걱정이 더 담겨있다. 이를 깨는 것은 롯데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