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 EUV(극자외선) 전용 V1 라인. 출처=삼성전자

[이코노믹리뷰=황대영 기자] 올해 1분기 한국 메모리 반도체 생산액이 소폭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메모리 반도체 수퍼 사이클 종료 후 업황 악화가 이어진 가운데, 올해 초 반등할 수 있다는 장밋빛 전망이 나왔으나 다시 '혼란'속으로 빠져드는 분위기다.

이러한 전망은 차세대 제품으로 공정 전환과 원가절감에 치중해 출하량 증대에 보수적인 입장인 가운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악재까지 겹쳐 전반적인 감소로 추정된다.

"아직도 어렵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디지타임스리서치는 지난 9일 보고서를 통해 올해 1분기 한국 메모리 반도체 생산액(output value)은 전분기 대비 2.7%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생산량에 영향을 입을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다운스트림 모듈 제조사와 채널 유통업체들이 메모리 반도체 구매를 높이고 있다.

다만 주요 메모리 반도체 메이커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출하량 증대에 보수적인 입장이다. 지난해 공급과잉으로 제품 ASP(평균판매단가)가 하락해 실적 악화를 경험한 양사는 출하량 증대에 보수적인 입장이다. 디지타임스 리서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모두 공정기술 전환과 제조 효율 개선에 초점을 맞추면서 올해 생산량 증대에 신중한 입장이다”라고 분석했다.

실제 지난해 전세계 메모리 반도체 산업은 불황이 지속됐다.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에 따르면 지난해 양대 메모리 반도체인 D램과 낸드플래시는 출하량이 각각 37%, 27% 감소했다. 

특히 수요 감소로 인한 공급 과잉까지 빚어져 주요 메모리 반도체 제조업체는 ASP 하락으로 실적 감소가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 중심으로 외연이 쪼그라들며 시스템 반도체의 강자 인텔이 메모리 반도체의 강자 삼성전자를 누르는 일도 벌어졌다.

다만 메모리 반도체는 지난해 연말부터 수요 회복과 고정 거래 가격 상승으로 업황 개선 조짐을 보인 바 있다. 특히 수요와 공급이 안정세를 보이는 한편 일부 라인업을 중심으로 가격 상승 분위기가 감지되기도 했다. 메모리 반도체를 중심으로 반등 포인트가 마련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변수는 미중 무역전쟁에 따른 시장 축소와, 코로나19 창궐이다. 특히 세계의 공장인 중국이 코로나19로 큰 타격을 받으며 반도체 수요가 크게 줄었으며, 여전히 미중 무역전쟁의 연장선에 있는 미국 정부의 중국 기업 견제도 강하게 발동되고 있다.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서플라이 체인 전반의 어려움이 가중되며 올해 1분기에도 '반등 포인트'가 보이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보유 재고량을 조정하고 출하량 증대보다는 ASP가 높은 제품을 중심으로 실적 회복에 힘을 싣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올해 공정 전환, 원가 절감에 초점을 맞췄다. 삼성전자는 1y나노 D램 등 미세 공정 전환을 확대해 원가 경쟁력을 강화하고, 서버용 고용량 제품과 모바일용 LPDDR5 제품 수요에 적극 대응할 방침이다. SK하이닉스 역시 공정 전환 과정에서 기술 성숙도를 빠르게 향상시키는 한편 원가 절감을 가속화할 계획이다.

고부가가치 라인업을 중심으로 수익을 쌓아올리는 한편 공정을 전환하면서 원가 경쟁력까지 확보하는 투트랙 전략이다. 여기에 초기술 격차를 바탕으로 메모리 반도체는 물론 다양한 라인업의 선택과 집중을 단행하는 로드맵으로 보인다.

▲ SK하이닉스 이천 M14 팹. 출처=SK하이닉스

"반등 포인트는 있다"

코로나19 확산 여파는 B2C, B2B 메모리 반도체 업계에도 영향을 끼쳤다. 코로나19 확산은 스마트폰 급감으로 모바일용 메모리 반도체 수요 둔화를 일으켰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1분기 중국 스마트폰 출하량은 전년 대비 30% 줄어들 것으로 관측됐다. 

또 코로나19 확산이 6월까지 연장될 경우, 중국 내에서 스마트폰 출하량이 당초 전망치인 4억대보다 30% 가량 줄어든 2억8000만대로 추정되고 있다. 노트북 역시 출하량 감소로 메모리 반도체 수요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는 재택근무 및 온라인 트래픽 증가로 서버용 메모리 반도체 수요를 끌어올렸다. 시장조사업체 디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중국 텐센트의 연간 총 서버 수요는 전년 대비 20% 증가한 33만대에 달할 전망이다. 

또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틱톡을 서비스하는 중국 바이트댄스의 올해 서버 수요는 25만대에 이를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해 연말부터 고정 거래 가격 상승을 시작한 서버용 메모리 반도체는 역설적이게도 코로나19로 인해 빠르게 시장 회복이 일어나고 있다.

이러한 부분은 D램 고정 거래 가격 동향에서도 나타난다. 디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달 D램 고정 거래 가격은 전월 대비 PC용 D램 1%, 서버 DIMM 6%, 모바일 D램 0%로 조사됐다. B2C 부문에 활용되는 D램은 현상 유지 혹은 소폭 상승했지만, 서버용 D램은 비교적 상승 폭이 커졌다.

키움증권 박유악 연구원은 “코로나19로 인해 영향을 받고 있는 중국의 스마트폰 서플라이 체인이 2분기 모바일 D램 가격 상승 폭을 제한할 것으로 판단된다”라며 “당분간 중국에서 부품 재고 축적에 소극적일 것으로 예상되며, 모바일 D램의 가격 상승 폭도 당초 예상치 및 시장 기대치를 하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박 연구원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회복되기 시작한 북미 클라우드 고객의 수요가 견조한 가운데, 코로나19로 인한 중국 클라우드 고객까지 수요 회복이 일어나 서버 DIMM의 평균 가격은 전월 대비 상승 폭이 확대됐다”라며 “2분기 서버 DIMM 고정 가격은 고객들의 재고 축적 수요가 지속되며, 전 분기 대비 19~21% 수준의 가격 상승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