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초연결 ICT 생태계가 진행되며 사운드 인터페이스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여기에는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의 등장과 확대, 나아가 사운드 인터페이스를 중심으로 하는 인공지능 스피커의 전략과 최근 만개하고 있는 히어러블에 대한 입체적인 조명이 필요하다.

▲ 출처=갈무리

음원 스트리밍, 핵심
아이폰의 등장으로 모바일 시대가 열린 가운데, 지금까지 대부분의 인터페이스는 '터치'에 집중된 바 있다. 그 조작 방식을 두고 삼성전자와 애플이 천문학적인 소송을 벌일 정도로 터치 방식은 조작 인터페이스의 핵심으로 활약했다.

최근 인공지능 및 초연결 시대에는 분위기가 다소 달라지고 있다. 터치 방식은 여전히 유효하지만 사운드 인터페이스 중심의 조작이 크게 활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초의 불꽃은 음원 스트리밍이다. 소니의 워크맨이 이동하며 두 손의 자유로움을 허락한 상태에서 음악을 듣는 새로운 경험을 제공한 후, 애플의 아이팟이 음원 스트리밍 시대의 개막을 알린 점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이는 분절된 진화가 아닌 연결된 개혁으로 볼 수 있다. 두 손이 자유롭고 어디든 이동하면서 음악을 기기에 저장하지 않고 스트리밍하는 시대. 사운드 인터페이스의 시발점이다.

물론 음원 스트리밍 자체가 이용자에게 권한이 있는 사운드 인터페이스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단순히 음악을 듣는 방식의 자유로움을 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멜론과 지니, 바이브, 나아가 글로벌 시장에서의 애플뮤직과 스포티파이의 등장은 음원 스트리밍 시대를 대중화시키는 한편 자연스럽게 사운드 인터페이스의 강점을 보장한다. 이들은 각자의 기업들이 보유한 인공지능 초연결 생태계의 핵심에서 중요한 고객유인책이 됨과 동시에, 사운드 인터페이스에 대한 최소한의 관심을 약속한다.

여기에 인공지능 기술의 직접적인 투입으로 음원 스트리밍의 매력도를 올리는 전략이 더해진다. 현재 모든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이 차용하는 방식이며, 주로 음악을 고르는 큐레이션의 보조적 기능을 지원한다. 음원 스트리밍이라는 콘텐츠는 두 손을 자유롭게 해주는 멀티 태스킹 사용자 경험의 핵심이자 그 자체로 초연결 시대의 킬러 콘텐츠가 되며 생태계로 이용자들을 유인하는 강력한 페로몬이 되는 셈이다.

최근 네이버 바이브는 정산 방식의 변화를 통해 아티스트와 고객의 직접적인 만남을 끌어내기도 했다. 이러한 신선한 전략도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의 매력도 향상에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 출처=카카오

사운드 인터페이스의 본격적인 등장
피드백, 즉 서로 무언가를 주고 받는 방식의 인터페이스 측면에서 본격적인 사운드 인터페이스는 인공지능의 등장과 함께, 스마트 스피커라는 매개로 만개한다.

구글과 아마존은 물론 국내의 통신3사, 네이버 및 카카오가 의욕적으로 전개하는 스마트 스피커의 경우 이용자와 기기의 대화를 전제로 한다. 이는 사운드 인터페이스가 사실상 터치 조작의 기능을 대체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한다.

사운드 인터페이스가 직접적인 기기 조작의 패턴을 보이면서, 자연스럽게 생활밀착형 서비스가 구축된다. 실제로 아마존은 인공지능을 중심에 두고 전자상거래 플랫폼 기점의 문어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아마존고'와 같은 무인 점포를 운영하는 한편 인공지능 기반의 다양한 플랫폼 사업에 집중하는 중이다. 아마존의 인공지능은 순수한 연결, 데이터의 확장, 이에 따른 플랫폼 강화에 방점을 찍었다.

구글의 인공지능 전략은 실생활에 영점조정을 했다는 평가다. 구글I/O에 등장한 듀플렉스는 추임새도 재연하는 인공지능 예약 서비스며, 전 세계를 충격에 빠트렸던 알파고는 바둑두는 인공지능이다. 구글의 인공지능은 스마트홈을 중심에 두고 모바일 패권을 초연결 패권으로 이어가기 위한 강력한 매개체다. 글로벌 클라우드 시장을 테크 기반 기업과 전자상거래 기반 기업의 특수성으로 분류할 수 있듯이, 인공지능 시장도 동일한 대비가 가능하다는 뜻이다.

글로벌 클라우드 시장을 테크 기반 기업과 전자상거래 기반 기업의 특수성으로 분류할 수 있듯이, 인공지능 시장도 동일한 대비가 가능하다. 테크, 즉 기술을 중심에 둔 기업은 서비스를 중심에 두고 순수한 의미의 초연결을 지향하지만 전자상거래 기반 기업의 인공지능은 플랫폼 강화에 따른 생태게 전략, 나아가 생활밀착형 서비스에 더욱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물론 큰 틀에서 두 기업의 지향점은 동일하다. 생활밀착형 서비스 강화가 곧 플랫폼 생태계 확장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다만 구글은 서비스 중심의 아래에서 위로 향하는 전략, 아마존은 플랫폼 중심의 위에서 아래로 굳어가는 전략을 구사한다. 결국 아마존과 구글은 포털과 클라우드의 특수성을 염두에 두고 동일한 전장에서 만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 과정에서 사운드 인터페이스는 더욱 강력해질 수 밖에 없다. 각자의 기업들이 추구하는 다양한 생태계의 전략이 모든 피드백의 사운드 로드맵으로 수렴되며, 이제 우리는 디스플레이를 터치하는 것보다 목소리로 기기를 작동시키는 것에 익숙해지고 있다.

▲ 출처=애틀러스리서치앤컨설팅.

히어러블, 그릇도 나왔다
히어러블은 사운드 인터페이스의 마침표로 볼 수 있다.

이미 글로벌 히어러블 시장은 호황기에 접어들었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많은 플레이어들의 참전으로 히어러블 시장이 양적인 팽창은 물론 질적인 성장도 거듭할 것이라 봤다. 가트너는 “2020년 기준 8600만 대의 스마트워치, 7000만 대의 히어러블 디바이스가 출하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애플(에어팟), 삼성(갤럭시 버즈), 샤오미(에어닷), 보스(사운드 스포츠)와 더불어 아마존까지 히어러블 웨어러블 시장에 진입해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질 전망”이라고 전망했다.

사운드 디자인까지 아우르는 다양한 기기의 기술적 진보가 벌어지는 가운데, 히어러블에 이르러서는 중요한 변화가 점쳐지고 있다. 사운드 인터페이스의 진화 중 스마트 스피커 수준까지 가장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 음원 스트리밍의 존재감이 다소 흐려지는 대목이다.

실제로 음악을 스트리밍으로 듣는 행위는 사운드 인터페이스의 중요한 핵심이지만, 히어러블이라는 하드웨어가 등장하며 그 중요도는 다소 옅어진다. 대신 음악 외 새로운 사운드 인터페이스의 등장이 히어러블의 미래 중 하나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보청기가 단적인 사례다. 2000년대 이후 아날로그에서 디지털 보청기가 보편화되며 이제는 블루투스 기능 탑재, 세밀한 청력 기능 조절까지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이를 기점으로 사운드 인터페이스를 담아내는 하드웨어 그릇의 다변화도 노려볼 수 있다. 이미 보청기의 변화에 애플과 구글도 주목하고 있다. 애플은 지난 2013년 iOS 단말용 액세서리에 대한 인증 프로그램인 ‘MFi(Made For iPhone)’ 를 보청기에도 적용하기 시작했으며 구글은 지난해 발표된 안드로이드 10에서 연결 된 보청기로 직접 소리를 스트리밍하는 ‘ASHA(Audio Streaming for Hearing Aids)’ 기능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그 외 인공지능을 바탕으로 하드웨어, 특히 소리를 듣는 하드웨어 기기에 다양한 기술을 탑재한 히어러블 기기들이 다수 등장할 전망이다. 이는 사운드 인터페이스가 콘텐츠적 측면에서 보폭을 넓히는 한편 다양한 그릇과 만나 자연스러운 생활밀착형 서비스로 입체적인 변신을 꾀할 수 있다는 뜻과 일맥상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