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강민성 기자] 코로나19 확산으로 원유 수요도 급격히 하락한 가운데 석유수출국(OPEC)회원국과 비OPEC 산유국간 감산합의가 불발되면서 국제유가가 9일(현지시각) 30%이상 급락 했다. 

10일 기준 국제유가는 전일 대비 5%~6%가량 소폭 상승했지만 급감 후 낮은 가격이 지속되면서 석유·화학업계의 불확실성이 최고조에 이르렀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10일(현지시각)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영국 런던 ICE선물 거래소에서 거래된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배럴당 36.67달러로 전일 대비 6.7%(2.31달러) 상승했다. 미국 서부텍사스산 원유(WTI)가격은 지난 9일 하루사이 약 25% 감소했지만 10일은 5.8% 오른 배럴당 32.92달러를 기록했다.

국제유가에 기준이 되는 두 거래소 가격은 2016년 2월 이후 최저수준으로 하락했다. 또한 지난 9일 기준 국제유가는 걸프전이 시작된 1991년 1월 17일 이후 가장 큰 감소율을 기록했다.

지난 6일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 14개국과 러시아 등 10개 주요 산유국의 연합체인 ‘OPEC플러스(OPEC+)’는 오스트리아 빈에서 추가 감산안을 논의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러시아가 감산을 결정하지 않는 이유는 미국 셰일가스 기업의 성장을 견제한 이유 때문으로 풀이된다. 러시아는 원유생산을 줄여봤자 미국의 셰일가스 생산만 늘어나 반사이익을 볼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는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러시아가 감산을 거부하자 글로벌 석유·화학 업체와 에너지 업종 주가는 급락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 에너지 기업들은 올해 매출 감소를 예상해 지출을 줄이기 시작했다.

미국의 석유화학기업 엑손모빌 주가가 12% 이상 떨어졌다. 이는 금융위기 시점인 2008년 10월 15일 이후 최대 하락률이다. 이와 함께 미국 2위 석유업체 쉐브론의 주가는 하루새 15% 이상 하락했다. 지난 1987년 10월 시장 붕괴 이후 가장 크게 감소한 수치다.

국제 유가가 폭락하자 미국 셰일 석유업체들도 비상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의 셰일 석유업체인 다이아몬드백 에너지와 파슬리 에너지는 9일부터 시추활동을 줄이기로 결정했다.

국내 정유업계는 유가 급락으로 단기적으로 영업이익이 큰폭으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화학업계는 원가 하락 측면에서는 부담이 줄어들 전망이지만 전방 산업이 줄줄이 수요가 위축되고 있어 원자재 매출이 급감할 우려가 높다. 유가 급락으로 원가 측면에서 수혜을 볼 가능성도 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산업자재 기업에 납품할 수요가 위축되고 있다.

김정현 교보증권 애널리스트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수요위축 우려속에서 OPEC+의 감산 합의실패가 동시에 작용하면서 글로벌 전망 기관들은 원유수요 전망을 일제히 하락했다”고 밝혔다. 

이어 “석유·화학업종은 올해 증설부담이 높기 때문에 가수요 부진, 실수요부진, 신증설물량 확대 등 삼중고를 겪을 가능성이 높다”면서 “화학업종의 겨울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사우디는 4월 한달간 1천만 배럴 이상으로 원유 생산을 늘릴 예정이다. 러시아 또한 장기간 낮은 유가에 대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나타내면서 생산 확대 계획을 유지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인 IEA는 “수요측면에서 원유는 금융위기였던 2009년 시점과 유사할 것”이라면서 “올해 국제 석유수요는 전년에 비해 일일 9만 배럴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