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며 글로벌 경제도 콜록이고 있다. 각 국이 전사적인 태세로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다는 방침이지만 상황은 녹록치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영국 경제 분석기관인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10일 올해 글로벌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5%에서 2.0%로 낮췄으며 무디스는 최근 주요 20개국(G20)의 올해 평균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4%에서 2.1%로 역시 내렸다.

미국 '극적인 조치'
미국의 코로나19 감염 상황이 심상치않다. CNN은 10일 "코로나19 환자가 700명을 넘겼다"면서 "사망자는 26명으로 증가하는 등 코로나19 사태가 확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워싱턴주에서는 하루에만 37명의 신규 감염자가 나오며 총 환자수는 170명을 돌파했다. 뉴저지에도 비상사태가 선포됐다. 9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더글러스 콜린스 공하당 하원의원과 악수한 것으로 알려져 미국 전역이 발칵 뒤집히기도 했다.

그랜드 프린세스호를 둘러싼 논란도 커지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오클랜드 항구에 정박한 그랜드 프린세스호에는 승객 2명과 승무원 19명 등 총 21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으며 외국인 여행객 수백명은 귀국을, 승무원 1113명은 격리 치료를 받을 전망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미국 경제도 콜록이고 있다. 그런 이유로 백악관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충격에 대비하기 위해 급여세 인하 등 다양한 조치를 취한다는 방침이다. 국제적인 경기 침체 우려가 짙어지자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긴급 단기 유동성 투입 계획을 밝히는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는 모양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 시국을 비상사태도 선언하며 총력전을 벌인다는 계획도 밝혔다.

무디스는 올해 미국의 경제성장률 예측치를 1.7%에서 1.5%로 내린 상태다.

한편 미국의 증시가 대폭락하며 실리콘밸리 기업들도 직격탄을 맞았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가 2,746.56로 마감된 가운데 애플 주가는 9% 가깝게 내려갔고 마이크로소프트와 페이스붇고 크게 주춤했다. 소위 5대 IT 기업의 시가총액이 하루만에 386조원이나 증발했다.

유럽 '초비상'
유럽은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코로나19 사태가 심상치않게 돌아가고 있다. 9일(현지시간) 누적 확진자는 9172명을 돌파해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확진자가 나왔다.

이탈리아 정부는 전국 모든 지역에 대해 이동제한령을 발효했다.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는 9일 "이탈리아의 관습이 변해야 한다"며 빈번한 회식과 밤 문화를 바꿔야 한다며 코로나19 총력전을 선언한 상태다. 지난 2월 21일부터 선포된 공중보건 비상사태에 이은 두 번째 결단이며 현재 당국은  세리에A를 비롯한 모든 스포츠 경기를 중단시켰다. 지난 1일 이탈리아 정부가 9억유로에 이어 4조8000억원의 재정을 추가투입해 안간힘을 쓰고 있으나 이탈리아 주식시장은 9일 11.17% 폭락했다. 사실상 전시에 준하는 비상사태다.

이탈리아가 코로나19 사태에 휘청이며 유럽은 물론 글로벌 경제 전체의 경고등이 커지고 있다.

당초 유럽연합은 이탈리아의 재정지출 확대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2011년 이탈리아 정부의 과도한 정부부채 비율로 유럽 전체에 엄청난 재정위기를 초래한 전적이 있기 때문이다. 이는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다. 이탈리아는 2018년 말 기준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이 134.8%에 달하며 지금 이 순간에도 그 비율은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코로나19 사태가 번지자 유럽연합도 '어쩔 도리가 없다'는 쪽으로 선회했다. 유럽연합은 GDP 대비 정부의 재정적자가 3%를 넘기는 것을 용인할 생각이 없었으나, 이탈리아의 코로나19 사태가 워낙 심각하기 때문에 한 발 물러난 분위기다.

문제는 유럽연합의 경고가 현실이 되는 지점이다. 코로나19 사태의 확산에 따라 이탈리아가 과도한 '자금풀기'에 나서면 당장의 해결책은 될 수 있으나, 유럽연합이 우려했던 유로존 전체의 재정부실 논란이 재차 불거질 가능성은 높아진다. 이탈리아의 경제 규모는 유로존에서 세 번째로 크며 유럽연합 GDP 전체의 11%에 이른다. 이탈리아 정부가 과도한 부채를 감수하면서도 총력전에 나설수록 '발 아래의 공포'는 더욱 커질 수 밖에 없으며 이는 유럽연합을 넘어 글로벌 경제 전체의 어려움으로 비화될 소지가 충분하다.

특히 이탈리아의 코로나19 감염 사태가 경제 중심지인 북부 지방을 중심으로 번지는 것도 우려스럽다. 밀라노와 베네치아가 봉쇄된 가운데 당분간은 이탈리아 경제의 심장인 북부 지방이 '셧다운'될 전망이며, 이는 장기적 관점에서 유럽은 물론 글로벌 경제 불황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

업계에서는 이탈리아의 코로나19 사태가 중국의 대외팽창정책인 '일대일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본다. 만성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이탈리아가 중국의 일대일로에 적극 협력한 최초의 유럽 국가로 활동하는 상황에서, 이러한 만남은 오히려 두 나라의 교류를 강화해 코로나19의 폭증이라는 최악의 상황으로 번졌다. 이탈리아에서는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중국과의 일대일로 연합전선 유지를 두고 다양한 논란이 나올 전망이다.

한편 유럽에서는 이탈리아를 넘어 독일 등 다른 나라에도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다. 특히 글로벌 제조업계의 심장인 독일이 코로나19 사태의 직격탄을 맞을 경우 상황은 더욱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란과 일본 '최악의 상황'
현재 이란의 코로나19 확진자는 7000명을 돌파했으며 230명이 넘는 사망자가 나왔다.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는 이례적으로 신년 연설을 취소했으며 현지에서는 감염을 막으려 소독용 알코올을 마셔 사망하는 어처구니없는 사건이 연이어 벌어지고 있다. 면회가 금지된 교도소에서 집단 폭동이 일어나는 한편 당국은 아예 7만명의 죄수들을 일시 출소시키기도 했다.

현재 이란은 미국의 강력한 경제제재를 받고 있어 현지 의약품 수급 등이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코로나19 사태로 전반적인 경기위축이 불가피하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이란을 중심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다수 나오는 가운데 그 여파가 다른 중동국가로 번질 경우 상황은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특히 전운이 감돌고 있는 호라무즈 해협을 중심으로 글로벌 물류 이동에 타격이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편 일본도 상황이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 정치적 의도에 따라 한국에 대한 비자면제 중단을 선언한 상태에서 확진자가 급증하자 다양한 대비책을 마련하고 있다. 전국 학교의 개학을 연기하는 한편 모든 스포츠 경기 일정도 중단했다. 2020 도쿄올림픽 성화 채화 행사가 무관중으로 진행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일본이 코로나19로 콜록이는 것은 한국 경제에도 바람직하지 못하다. 정치적 의도에 따라 한국과의 교역이 중단될 경우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공정 전반에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최근 일본의 소재 기업들이 아예 한국행을 타진하며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하는 이유다. 여기에 일본은 방사능 오렴 논란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다. 그린피스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 9주년을 앞두고 동일본 대지진 여파인 후쿠시마 방사성 오염 사태의 현황을 조사한 결과 일본 정부가 주민 귀환을 지시한 나미에의 피난지시 해제구역 5581곳 중 강 제방과 도로의 99%에서 일본 정부 제염 목표치를 초과하는 방사선량이 검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악재의 연속이다.

코로나19와 방사능 여파로 일본이 도쿄올림픽을 취소할 경우 GDP가 1.4% 하락하고 손실액만 7조8000억엔에 이를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저성장 기조가 유지되며 일본의 구매력 기준 1인당 GDP는 미국의 58.5%로 떨어진 가운데, 일본 정부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중국 '시름'
중국은 코로나19 사태가 진정국면으로 접어들었으나 경제적 타격은 돌이킬 수 없는 수준이라는 평가다. 중국호텔연합회가 2월 말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평균 매출은 80% 이상 줄었고 1월과 2월 수출도 마이너스 17%로 떨어졌다. 중국 세관당국인 해관총서에 따르면 1월과 2월 수출액은 2924억달러로 집계됐으며 중국시장 수입액은 같은 기간 2995억달러로 전년 동기대비 마이너스 4.0%를 기록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올해 중국 경제성장률을 지난해 11월 전망치인 5.7%에서 4.9%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 경제가 당분간 코로나19 쇼크로 반등할 가능성은 낮은 가운데 한국 경제의 피해도 상당할 전망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2020년 국내 수출의 주요 이슈’ 보고서에서 "중국에 대한 수출 비중이 60%에서 70%로 높고 중국산 부품의 공급에 차질이 생기면서 기업들의 생산 활동에도 문제가 생길 것"이라면서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1%포인트 하락할 경우 한국의 대 중국 수출증가율은 0.48%에서 0.8%로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무디스는 올해 중국의 경제성장률 예측치를 5.2%에서 4.8%로 내린 상태다.(계속)